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지 100일이 됐지만, LTE 보다 못한 품질에 고객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계 최초 타이틀 때문에 빚어진 촌극이다. 일부 고객은 5G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도 ‘LTE 우선모드’를 쓰는 등 품질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이럴꺼면서 왜 5G 휴대폰을 구입했는지 후회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은 4월 3일 오후 11시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다. 11일이면 100일째를 맞는다. 5G 가입자는 두달 만에 100만명을 넘었다. 10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5G 가입자는 140만명을 돌파했다. SK텔레콤이 40% 이상의 점유율로 55만명쯤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KT는 45만명, LG유플러스가 40만명쯤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한다.

하반기 갤럭시노트10, 갤럭시폴드 등 5G 스마트폰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연내 가입자 3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가입자 300만에 앞서 이통사는 품질 개선이라는 최대 과제를 떠안았다.

왼쪽부터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황창규 KT 회장·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이광영 기자
왼쪽부터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황창규 KT 회장·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이광영 기자
5G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한 데는 대규모 공시지원금과 추가 지원금이 큰 역할을 했다. 이통3사는 25% 선택약정할인 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제공하며 고객 모시기 경쟁을 펼쳤다. KT는 갤럭시S10 5G 공시지원금을 최대 70만원까지 높였다. SK텔레콤은 LG V50씽큐 공시지원금을 최대 77만원으로 책정했다.

이통3사는 5G 100만 시대 개막 후인 6월 중순부터 공시지원금을 대폭 줄이는 대신 자기가 더 빠르다는 식의 ‘5G 속도’ 신경전을 펼쳤다. 고객은 5G가 안 터져 속이 터질 지경인데, 이통사간 5G 속도 비교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상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6월 21일 기준 전국 5G 기지국은 6만2641개다. 2018년 말 기준 87만개에 달한 LTE 기지국 수의 7% 수준에 불과하다.

기지국 수는 5월 8일 5만7284개 대비 9.35%(5357개) 증가했지만,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 주요 대도시 등에 몰려 설치했다. 지방의 5G 기지국 수는 2만5921개(41%)에 불과하다. 중소 도시 5G 가입자의 불만이 거셀 수밖에 없다.

건물 내에서 5G를 쓸 수 있는 인빌딩 기지국은 하반기 구축을 시작했다. 5G가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통3사는 연내 인구 대비 80% 지역에 5G 기지국을 설치할 예정이었지만, 고객 불만 해소를 위해 93% 지역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공항, 역사, 대형 쇼핑몰 및 영화관 등에서 5G를 쓸 수 있는 기지국을 공동 구축하고, 전국 지하철에도 망을 설치한다. 7월 여름 휴가를 맞아 인파가 몰리는 해수욕장, 워터파크, 고속도로에 5G 기지국을 집중적으로 세운다.

SK텔레콤은 5G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 연내 7만개의 기지국을 구축한다. 6월 말 기준 SK텔레콤이 준공 신고한 기지국 수는 전국에 4만2832개로 집계됐다.

KT는 현재까지 가장 많은 5G 개통 기지국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8일 기준 실제 개통해 사용하는 기지국 수는 4만2103개다. KT는 이통3사 중 가장 많은 기지국을 연말까지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LG유플러스는 연내 8만개의 5G 기지국을 구축한다. 하반기부터 대형 빌딩과 지하철 환승역은 물론 5G 전파가 도달하기 어려운 중소형 건물, 지하 주차장, 가정집, 소호 등에도 커버리지를 확대해 경쟁사 중 가장 앞서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속도가 빨라도 정작 5G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라며 "5G 품질 개선을 위한 커버리지 확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LTE 전국망 구축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