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암호화폐(가상화폐) 프로젝트 ‘리브라’ 등장에 세계 금융 규제 기관이 잔뜩 긴장했다. 겉으로는 리브라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지만 페이스북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리브라가 확산할 경우 기존 금융 시스템 붕괴와 자국 통화 안정성 저해 가능성을 내심 걱정한다. 각국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을 강구하는 가운데 중국처럼 중앙은행이 아예 디지털 통화(CBDC)를 개발하려는 나라도 있다.

◇ 韓, 공식 입장 아니지만 리브라 부정적 영향 커

한국에도 리브라는 뜨거운 감자다. 금융위원회는 7월 8일 ‘리브라 이해 및 관련 동향’ 보고서를 통해 리브라가 은행과 통화정책, 개인 소비자 등에 미칠 영향을 조망했다. 금융위가 특정 암호화폐를 주제로 낸 첫 보고서다. 금융위는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을 보면 우리 금융당국도 리브라 등장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 보여준다.

금융위 보고서는 리브라가 기존 금융 안정성 저해와 금융위기 심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약 24억명 가까이 되는 페이스북 사용자다. 이들이 은행예금 10분의 1만 리브라로 이전해도 리브라 영향력은 커진다. 은행 지급능력이 하락할 수 있다. 대출금도 감소할 수 있다.

뱅크런이 일어날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뱅크런은 은행이 기업에 대출해 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주식 등 투자 행위에서 손실을 입어 부실해져 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아가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뜻한다. 즉,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닥치면 법정화폐에서 리브라로 자금이 쏠리는 뱅크런이 발생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 보고서의 골자다.

보고서는 또 은행이 통제를 못하면 리브라가 광범위한 자금세탁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리브라가 중앙은행 통화를 대체하면 통화정책 효과 또한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美 상원은 "대화하자"…하원은 "개발 중단"

미국 상·하원은 리브라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판단하기 위해 오는 16일과 17일 이틀간 청문회를 연다. 미국 하원은 페이스북 측에 "리브라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초래할 위험 관련 조사가 먼저"라며 리브라 개발 작업 중단을 요청했다. 반면, 상원은 페이스북과 공개서한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최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페이스북 측에 고객 개인정보 보호, 현행법 준수 관련 등 7가지 질문을 포함한 공개서한을 보냈다. 페이스북 측은 이에 대한 답변을 했다.

미국 상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리브라 기반 결제 시스템의 ‘동작 방식’과 ‘’사용자 개인정보보호 관리 방법’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페이스북이 ‘고객 금융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고 보호하는지’, ‘제3자 기관과 고객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있는지’, ‘고객 신용 정보를 마케팅이나 상품 서비스 만들 때 쓸 가능성 여부’ 등도 질의했다.

리브라 월렛 개발사 ‘칼리브라’ 데이비드 마커스 대표는 답변 서한에서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통해 고객 개인 금융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며 "리브라에서 발생하는 거래는 일반 암호화폐와 같이 익명으로 처리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리브라가 출범하려면 정부 등 규제 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커스 대표는 "리브라 프로젝트가 내포하는 의미가 적지 않은 만큼, 실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페이스북은 정부와 중앙은행, 규제당국, 비영리 기관 등과 함께 협상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中 중앙은행 "리브라 출범 앞서 CBDC 만들자"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중국은 리브라 프로젝트가 중국 위안화를 국제화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눈치다.

황이(黃毅) 중국건설은행 부행장은 최근 "(리브라 등장으로)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며 "리브라 성공은 금융산업의 ‘도전’이 아니라 ‘전복’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리브라가 자국 금융 시스템에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들은 중국 행정기관 허가 아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개발을 추진한다.

왕 신(Wang Xin) 인민은행 연구소장은 리브라가 경제, 재정, 국제 정치에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앙은행 통화를 디지털화하면 중앙은행 통화 지위도 올라가고 통화정책 효율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 佛 "리브라, 주권 통화 절대 안돼"...G7 전담 태스크포스 주도

유로화 붕괴를 우려하는 것일까. 프랑스는 주도적으로 리브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릴 만큼 리브라를 강하게 견제하는 모습이다.

브뤼노 르메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리브라는 주권 통화가 될 수 없다"며 "그런 일은 일어나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오로지 정부만이 법정 통화를 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G7 태스크포스를 꾸린 프랑수아 빌르르와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역시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태스크포스는 자금 세탁 문제 등 암호화폐가 당면한 문제를 규제할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