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보복에 국내 소비자 불매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 진출에 활발한 IT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서비스라는 특성 때문에 당장 피해가 가시화된 것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서비스와 솔루션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IT업계에 따르면 일본과 관계 악화로 인해 일본 현지에 진출한 업체가 입은 피해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산지가 명확하게 표시되는 하드웨어 제품과 다른, 무형의 인터넷 서비스라는 특성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한일관계 악화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카카오 등은 오랜 기간 일본 현지 시장에 공을 들였다는 점이 배경이다.

라인과 카카오 측 설명에 따르면 일본 현지서는 두 기업을 한국 기업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반한 감정이 거의 없는 20대 이하가 주이용자라는 점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이들 이용자들이 일상에서 즐겨 이용하는 메신저와 웹소설 등 서비스를 끊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카카오IX가 일본 시부야에 오픈한 팝업스토어./ 카카오IX 제공
카카오IX가 일본 시부야에 오픈한 팝업스토어./ 카카오IX 제공
네이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 시장에 발을 들였다. 라인 메신저는 2011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라인망가는 일본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라인은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를 내세워 일본 금융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카카오도 캐릭터 사업과 웹툰 서비스로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캐릭터 사업 자회사 카카오IX는 2018년 12월 일본 진출을 공식화한 후 2개 정규 매장과 3개 츠타야 팝업스토어, 8개 제휴 매장을 일본 현지에 오픈했다. 카카오는 2016년부터 카카오재팬을 통해 웹툰 서비스 픽코마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픽코마 일본 시장 점유율은 라인망가에 이어 2위다.

카카오IX 관계자는 "주요 고객층이 20대 이하이고, 캐릭터가 주 상품이다보니 당장 영향은 없다"며 "외교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라이언을 갑자기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 역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라인은 현지에 별도로 설립한 일본 기업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한일관계가 악화돼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일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매출이 흔들리는 모습도 보인다.

국내 스타트업 중 일본에 진출하거나 교류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다만 의류·패션 스타트업 중 일본 현지 브랜드를 한국에 선보인 경우, 한국 이용자 불매운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일본 10대 이용자와 한국 10대 이용자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0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기반 쇼핑 플랫폼인 스타일쉐어 커뮤니티에서는 이용자들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12일 현재 일본 전자, 카메라, 음향기기, 의류, 화장품 브랜드 리스트를 공유하며 불매운동에 동참하자고 촉구하는 게시물 수만 40여개에 달한다.

이에 따른 매출 감소세도 포착된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당장 대세에 영향이 있는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일본 현지에서 판매되는 한국 브랜드는 크게 매출에 영향이 없는데 반대로 한국에 진출한 일본 브랜드는 매출이 조금 감소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