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택시업계 눈치를 보며 신규 모빌리티 사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비판을 받고 있다. 카풀업계는 ‘평일 4시간 허용’으로 사실상 사업성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타다'와 같은 렌터카 기사 동승 호출서비스는 아예 법 개정을 통해 원천차단이 추진된다.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는 택시면허를 임대한만큼만 차량 운영이 가능한 방안이 추진돼 사업 주도권을 이미 택시업계에 넘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서 추진중인 신규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 국회가 나서 택시업계 손을 들면서, 사업들이 제동에 걸리는 모습이다. 업계는 택시업계만 챙긴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4차산업 등 차세대 먹거리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 / IT조선 DB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 / IT조선 DB
오는 16・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 예정인 ‘택시-플랫폼 상생안'은 이미 택시업계 의견을 중심으로 짜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모빌리티 사업자는 정부가 택시를 감차하고 확보한 면허를 임대하고, 비용을 지불해야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업계는 이 방식은 택시 감차를 추진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신규 사업자 등장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택시업계의 불만을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택시는 약 25만대다. 출퇴근 시간 및 심야시간 등 이동수요가 몰리는 특정 시간 외에는 택시 가동률이 전국적으로 50%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감차에 따른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 택시조합의 출연금 등으로 지불하는 구조지만 재원 부족으로 실제 줄어드는 택시 숫자는 미미하다.

‘상생안'은 지난주 발표될 예정이었다가 이번주로 연기됐다. 연간 택시 1000대를 감차하고, 제 3기관이 면허를 사들여 플랫폼 사업자에 월 40만원 수준의 임대료를 받는다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알려졌지만 예시 정도로 확인됐다.

‘타다'를 비롯한 렌터카 기사 동반 호출서비스도 합법성 근거를 공격받는다. 지난 11일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여객운수법)상 일부 차량에 한해 허용한 ‘운전자 알선 허용 조항’ 삭제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렌터카의 경우 기사와 함께 임대를 알선하는 행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했는데, 이 부분에 ‘관광목적'이란 조항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경진 의원은 "타다 측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는 시행령 규정을 상위법에서 바로잡고 법의 취지를 명확히 함으로써 타다의 억지 주장에 대한 싹을 자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는 출퇴근 시간대 카풀을 허용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10일 가결했다. 개정안은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6~8시 등 제한적으로 카풀 영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동법 81조 1항에서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카풀을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을 아예 특정 시간대로 못을 박은 것.

업계에서는 이번 심사소위에서 여야의원 전원 합의로 개정안이 가결된만큼 본회의 등 남은 절차도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본다. 조정의 여지가 없는 상황인만큼 카풀업체들이 국내 카풀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8년 ‘카카오카풀'을 시범운영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올초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정식 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이었지만, 최근 ‘결정된 사안이 없다'며 카풀 재개를 무기한 연기했다. 2016년 카풀 서비스를 선보였던 풀러스도 카풀 외에 다른 사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위츠모빌리티와 위모빌리티 등 카풀 서비스를 준비했던 스타트업들도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등 국내 사업에는 회의적이다.

1월18일 카카오모빌리티 공지란에 게재된 카풀 서비스 중단 안내문. / 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갈무리
1월18일 카카오모빌리티 공지란에 게재된 카풀 서비스 중단 안내문. / 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갈무리
업계에서 정부가 택시와의 상생을 앞세워 이동서비스 혁신을 막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타다' 운영사인 VCNC 관계자는 "국토부의 상생안 발표 이후에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면서도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을 통해 기존 택시업계와 상생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