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를 질타했다. 한국과 일본간 펼쳐지는 수출 규제 문제와 관련한 정부 대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유영민 장관은 마음이 콩밭에 가있냐는 질타를 받았고, 여야간 설전이 오가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연출됐다.

과방위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업무보고 후 질의응답 시간에 업무보고 내용이 현안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당수 의원은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과기정통부의 예방 및 대응책 마련이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국회의사당. / IT조선 DB
국회의사당. / IT조선 DB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언급한 일본의 규제 예상 리스트를 과기정통부가 갖고 있지 않은 점을 질타했다. 변 의원은 "리스트를 확보해 뭐가 위험한지 파악했어야 한다"며 "왜 미리 대비를 하나도 안 했는지 갑갑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신 의원은 "업무보고에 당연히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산업부 못지 않게 과기정통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공격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너무 뒷짐만 졌다"고 말했다.

또 "출연연과 대학이 기초 재료 기술을 보유했다 해도 이를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업계와 연계하는 작업이 부족하다"며 "추가 경정예산을 논의할 때 이 부분에 대한 예산 요구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지금 추경에 10개 사업 67억원 정도 들어갔다"며 "현재 조정을 위한 논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의 국산화 시기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유 장관은 국산화에 20년쯤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문미옥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반도체 소재는 50%, 장비는 20%정도 국산화가 진행 중이다"며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반도체 산업 이끄는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는 연결고리 지원이 약했기 때문에 이것을 강화시킨다면 국산화 시키를 좀 더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 역시 반도체 부품 소재의 자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기초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해야 한다"며 "어디에 집중적으로 할 것인지 산업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단기적으로 공정라인을 바꿀 수 없어 다른 소재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수입선 다변화해서 국내에 가져오더라도 테스트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린다"며 "독소 물질 개발에 대한 규제 때문에 기술을 개발해도 국내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눈앞의 문제 해결을 위해 몇천억원을 날릴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며 "화평법과 화관법 개정을 통해 장기적인 시각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 장관 총선 출마 의혹 제기로 소란스러워진 회의장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영민 장관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노웅래 과방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야당 의원과 충돌했다.

최 의원은 "오늘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과기정통부는 얼이 빠진 사람이 있는 부처 같다"며 "구석기 시대같은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고, 미중 무역갈등이나 화웨이 등 국내외적 시급한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 장관에게 "답변을 들어보니 교훈도 얻고, 훈수도 두시고 주무장관으로써 너무 한가롭게 대답한다"며 "(업무보고에) 원전 해체 기술 등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제시하는 등 정권의 코드나 맞추고,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유 장관은 이같은 질문에 "무슨말씀이시냐"고 되묻자, 최 의원은 "출마하실거죠"라고 다시 물었다. 유 장관은 "지혜롭게 판단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최 의원은 "부산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모습이 포착된다"며 최근 국회에서 열린 부산 블록체인 특구 비전과 청사진 토론회에 유 장관이 참석한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최 의원은 "국무위원자리를 사익추구하는 데 쓰면 사전 선거법에 위반하는 것이다"며 "저런 곳에 참석해서 무엇인가를 약속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토론회는 잠시 가서 사진만 찍고 나왔으며, 사익을 추구한 바도 없고 무엇을 약속한 바도 없다"며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는 요청이 있을 때 일정이 겹치지 않는 한 최대한 참석한다"고 답했다.

최 의원의 질의가 끝난 후 노웅래 위원장이 "사익이란 얘기를 함부로 근거 없이 하면 안 된다"며 "국회의 품위를 지켜달라"고 제지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노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국회 질서에 관련해 언급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국회 상임위원장이 부처를 옹호한 차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