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유플러스가 스스로 새긴 ‘주홍글씨’

입력 2019.07.15 17:42

3년 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M&A) 추진 당시 LG유플러스가 반대 명분으로 제시했던 주장이 최근 LG유플러스의 CJ헬로 M&A 암초로 등장했다. 스스로 주홍글씨를 새겼다.

SK텔레콤은 2015년 케이블·알뜰폰 1위 사업자 CJ헬로를 M&A 하겠다고 깜짝 발표하며 정부 심사 통과를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16년 8월 양사 간 M&A 신청에 퇴짜를 놨다. 당시 LG유플러스는 KT와 손잡고 정부와 국회는 물론 언론을 상대로 대대적인 반대 논리 생산에 열을 올렸다. 신문 광고를 통해 "SK텔레콤은 나쁜 인수합병을 포기하십시오. 가입자를 돈으로 사는 인수합병은 통신 인프라를 낙후시켜 대한민국을 인터넷 후진국으로 전락시킬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내보내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후 유료방송 시장과 이통 시장 모두 경쟁이 없는, 침체 시장이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특히, 알뜰폰 업체는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기존 이통시장의 틀에 변화를 줄 수 있는데,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를 인수할 경우 이 기회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공격과 수비가 바뀌었다. CJ헬로 M&A 주체로 LG유플러스가 나서자, SK텔레콤이 3년전 LG유플러스가 내세웠던 ‘나쁜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그대로 내세워 공세를 펼친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의 M&A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CJ헬로의 알뜰폰 사업 부문을 인수할 경우 알뜰폰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어 분리매각을 요구한다. 헬로모바일이 LG유플러스의 자회사가 되는 순간 독행기업(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이익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는 기업) 역할이 사라진다고 봤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주장한다. 전체 이통시장 점유율 1.2%에 불과한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에 정부와 업계의 시선을 모아 본질을 흐린다는 것이다. 티브로드 인수를 추진하는 SK텔레콤이 ‘독과점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알뜰폰을 언급하며 훼방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SK텔레콤은 2016년 LG유플러스의 반대 논리를 ‘복붙’(복사해 붙여넣기)으로 약점을 파고든다. 알뜰폰 시장 상황이 2016년과 다르지 않으므로 LG유플러스가 내세웠던 논리 그대로 그때도 M&A 하는 것이 잘못이라면 지금도 잘못이라는 것이다.

SK텔레콤의 공세는 LG유플러스의 최근 행보와 관련있다.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 후인 6월 이통3사의 VR 서비스를 비교 체험하는 행사를 열었다. 경쟁사는 공정치 않은 비교체험이라며 반발했다. 속도를 체크하는 ‘벤치비 앱’ 관련 이슈도 눈길을 끈다. LG유플러스는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 5곳을 제외한 181곳에서 자사가 1등을 했다고 홍보했다. ‘5G 속도측정, 서울 1등’이라는 포스터를 전 대리점에 배포해 질타를 받았다.

LG유플러스의 도발은 3위 자리에서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사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최소한의 존중과 협력은 있어야 한다. 그때와 정말 다른 상황이라면 설득력이 있게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본질을 흐리려는 경쟁사 의도'라는 추측이 근거여선 곤란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LG유플러스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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