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앞두고 업계 기대감이 커진다. 규제로 꽉 막혔던 산업계에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규제 완화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것 자체만으로 장기 투자가 활성화되고 산업 전반이 커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규제자유특구가 허용하는 범위 자체가 관련 부처 반발에 부딪혀 제한적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 원래 취지만큼 규제해소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이유다.

김영환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이 15일 오후 열린 규제자유특구 쟁점규제 포럼에서 발언하는 모습./IT조선
김영환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이 15일 오후 열린 규제자유특구 쟁점규제 포럼에서 발언하는 모습./IT조선
◇ "그나마 조그만 불씨라도 살릴 수 있다"

규제자유특구는 지방자치단체가 핀테크와 자율주행, 헬스케어 등 신기술 기반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핵심 규제를 특정 지역에 한해 완화해주는 제도다. 현재 각 지자체 별로 최소 4개에서 많게는 8개 정도 사업에 실증특례 적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법 체계와 맞지 않아 골머리를 앓던 산업계 일부는 규제자유특구 지정이 제한됐던 사업의 첫 발을 내딜 수 있게 된 조치라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특히 블록체인과 헬스케어, 자율주행 자동차 등 규제에 강하게 묶여있던 산업 분야일수록 반기는 목소리가 크다.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은 "전반적으로 정부 규제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소로 신규 자금 유입이 어렵고 산업 전체가 위축됐다"라며 "부산이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인정되면 스타트업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손주찬 한국전파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도 "특구 지정 자체가 향후 몇 년 내 시장에 규제가 풀릴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효과가 있다"며 "규제 때문에 투자할 엄두를 못 내던 산업 분야에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말했다.

◇ "하나마나한 특구될라" 우려감도
업계는 동시에 우려감도 감추지 못한다. 관계 부처 간 합의에 실패해 특례 지정을 받지 못하거나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게 될 사업이 있어서다. ‘반쪽짜리’ 특구 가능성도 점쳐진다.

강원도는 헬스케어 분야 4개 서비스의 실증특례 적용을 중기부에 요구했다. 다만 4개 사업 중 하나인 원격의료는 15일 현재까지도 중기부와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부 간 의견을 좁히지 못한다. 원격의료 허용은 의료계 반대가 거센 분야라는 점에서 보건복지부가 난색을 표한다.

강원도 측은 "중기부가 주무부처지만 복지부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보건복지부 측과 협의해 원격의료 부분 사업 내용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 상 개인건강기록정보 중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정보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만 수집할 수 있다. 원격의료도 의료인 간 협진 시에만 가능하도록 제한됐다.

이외에도 부산시가 신청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투어 티켓 서비스와 스마트 해양물류 체계 실증사업 등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부딪힌 상황이다. 최화인 학장은 "특구 지정으로 개인위치정보 파기 방식을 블록체인에 맞게 허용해주지 않으면 아예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세종시 자율주행 사업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의 높은 문턱 때문에 특구 지정 후에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만일 세종시를 달리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수집한 영상에서 찍힌 인물이 누구인지 인식될 수준이면 이를 사업자들이 일일이 비식별화 조치해야 한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 소속 특구계획 사전심의위원회는 17일 규제자유특구 규제특례 등 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이날 규제자유특구를 신청한 8개 지자체 특구 계획 지정 요건 적합성 여부를 심의한다. 부산광역시(블록체인)와 세종특별자치시(자율주행실증), 강원도(디지털헬스케어), 전라북도(홀로그램), 전라남도(e모빌리티) 등이 심사를 기다린다.

마지막까지 주무부처인 중기부와 관련부처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각 지자체별 특구 지정 결과는 안갯 속이다. 중기부는 17일 심의를 거쳐 23일 특구를 최종 지정할 계획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11일 예비 유니콘 기업과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답답함을 표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중기부 입장에선 규제특구로 더 허용할 수 있어 보이지만, 관계 부처와 협의하면 (결과가) 잘 안 나온다"며 "(관계부처에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많이 설득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