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유쾌한 반란…'홍보 못하면 어때? 일본에 못팔면 어때? 아이디어 좋으면 가는 거야!’

입력 2019.07.16 16:55

굴지의 대기업 LG전자가 16일 공개한 수제맥주제조기 ‘LG 홈브루'가 화제다. 세계 최초 출시라는 점도 주목되지만 LG와는 다소 거리가 먼 ‘주(酒)류' 비즈니스에 그것도 험난한 규제가 놓여 있음에도 뛰어들어서다. 사업이 5년전 과장급 직원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16일 LG전자에 따르면 고객은 최대 400만원에 달하는 LG 홈브루를 구매하기 이전에 이 제품으로 만든 맥주 맛을 볼 수 없다. 주류법상 주류 판매 사업권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가 시음 등 행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베스트샵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시음은 불가하다. LG전자는 베스트샵 주변 맥주집에서 시음행사 진행을 타진했지만 이 또한 판매목적이어서 금지된다고 확인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판매 조차 막혔다. 일본 법규상 가정에서 술을 담그는 양조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왼쪽)과 김정태 LG전자 한국B2C그룹장 전무가 16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첫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 'LG 홈브루'를 소개하고 있다.
주류 사업권을 획득할만도 하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다. LG전자 관계자는 "주류 사업권을 따기 위해서는 수톤에 달하는 담금 및 저장소 시설을 갖춰야 하고 추가적으로 인증 등 밟아야 할 규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제품 출시 언론 행사를 주한영국대사관에서 한 것도 맥즙 제조사가 영국업체인 것도 있지만 시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사관은 주세법 적용이 되지 않는다.

5년전인 2014년 한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사업파트가 아닌 기술 파트 선임(대리・과장급) 직원이였다. 시음 행사 등 제대로 홍보도 못해 개발 이전에 접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LG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순기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정수기 담당은 "당시 임직원 모두 좋은 아이디어로 평가했다"며 "캡슐형 수제 맥주는 처음이다 보니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2000회 넘게 시장 조사를 했고 폐기한 맥주도 30톤에 달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홍보 및 판매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내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세계 최초의 개발이라는데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진정 우수한 제품은 고객이 알아주고 자연스럽게 판매가 늘 것이라고 확신한다. 송대현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사장은 "LG 홈브루로 만든 수제 맥주 맛이 정말 좋은데 이를 고객에게 알리기 힘들어 아쉽다"며 "국내 수제맥주 마니아들이 입소문을 통해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이어 "LG 홈브루를 통해 고객이 삶의 재미를 더하고 여유를 즐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내년 미국 시장에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미국 각 주별로 시음행사 등이 가능한지 법규를 확인중이다. 시음이 가능한 지역 또는 주류 판매사업권을 갖고 있는 업체와 손잡고 판매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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