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스타트업 대표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를 찾았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P2P지원법과 보험업법 개정안 등 핀테크 관련 법안들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다. 규제 해소를 위해 국회가 적극 나서줘야 하지만 여야는 남탓만 할 뿐 국회 정상화는 소원하다.

16일 오전 김성준 렌딧 대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류준우 보맵 대표, 손보미 콰라소프트 대표, 한정훈 홈스토리생활 대표 등 5인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3명의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을 연달아 방문해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오전에는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오후에는 김종석 정무위 간사(한국당), 유동수 정무위 간사(민주당)를 찾았다.

(왼쪽부터) 김성준 렌딧 대표, 손보미 콰라소프트 대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민병두 정무위원장, 류준우 보맵 대표./ 대한상의 제공
(왼쪽부터) 김성준 렌딧 대표, 손보미 콰라소프트 대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민병두 정무위원장, 류준우 보맵 대표./ 대한상의 제공
◇ "언제까지 국회·정부 오가야 하나"

스타트업 대표 5인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함께 국회로 발걸음을 한 이유는 그만큼 규제 해소가 절박하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은 법안 하나로 서비스 생존이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런 스타트업들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입법지연, 공직자의 소극적 업무형태, 기득권 저항, 융복합 업종에 대한 이해 부재 등 각종 규제를 뒤로 한채 여야 간 날을 세우는 데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모바일 보험 중개플랫폼을 운영하는 류준우 보맵 대표는 "금융업은 정책에 빠르게 대처해야만 한다"며 "그래야만 서비스 차별성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스타트업은 대기업만큼 민첩하게 대응하기가 어렵다"며 "정부 규제 하나로 인해 서비스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P2P 분야는 특히 법제화가 절실하다. P2P 회사 렌딧을 운영하는 김성준 대표는 "P2P는 법령 없이 대부업 규율을 받다보니 부실업체가 우후죽순 난립하고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며 "이용자 보호를 보다 탄탄히 할 수 있다면 P2P시장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손보미 대표가 운영하는 콰라소프트는 이미 규제 샌드박스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현재는 다시 심사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콰라소프트는 자본시장통합법의 ‘칸막이 규제’에 걸려있다. 증권사와 은행 업무가 혼합된 서비스 특성 때문이다.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르면 증권사는 증권업무만, 은행은 은행업무만 해야 한다.

손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는 창의적인 모델이 아니라 쉽고 간단해 문제가 되지 않을 사업모델만 통과시킨다"며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려 자료 준비에만 7개월이 걸렸고 변호사 비용도 수천만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현재 규제 샌드박스 내부에서도 ‘된다, 안된다'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만약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 못하면 한국 사업은 접고 해외에서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 여야 모두 겉으론 ‘규제해소 공감’…결국은 ‘남탓’

이날 국회를 찾은 이들은 이런 절박함을 국회의원들에게 생생히 전달했다. 이날 국회를 찾은 박용만 회장은 민병두 의원에게 "핀테크 시장에 젊은 벤처인들이 나타나 기존 대기업 아성에 도전하지만 높은 진입장벽과 구시대적 규제 때문에 절름발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입을 뗐다.

이에 민병두 의원도 맞장구를 쳤다. 민 의원은 "이들 기업을 위한 개인정보나 신용정보 관련 법률안은 바로 통과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라며 "국회 내 다른 논쟁 때문에 후순위로 계속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무위가 올해 실적이 전무해 정무위가 아닌 ‘전무위'라는 비판을 듣고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후 이들이 찾은 김종석 의원과 유동수 의원은 모두 입법 요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보미 콰라소프트 대표는 "다들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했고 스타트업 대표들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을 많이 해줬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미 정무위 파행이 스타트업 발목을 잡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손혜원 의원(무소속)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 관련 자료 제출 등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파행됐다.

정무위는 또 4월에는 임시국회 본회의를 목표로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당시도 여야 정쟁으로 법안소위는 열지도 못했다. 정무위는 6월 임시국회 회기 마감 3일을 앞둔 16일 현재까지도 다음 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들과 면담 자리에 참석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익명을 요구하며 "다들 회의가 열리기만 하면 통과가 되는 법안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언제 회의가 열릴지에 대해선 여야 의원 모두 서로 잘못이라고만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용만 회장은 "20대 국회 들어서고 12번째 국회를 찾았지만 격랑 속에 흔들리는 기업의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며 "규제 정글에서도 일을 시작하고 벌이려는 젊은 기업인들이지만 기성세대가 만든 ‘덫’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