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콘텐츠 생산과 전송, 그리고 소비자의 수용 형태는 서로 밀접한 상호연관성을 가지고 시장에서 작동한다. 기존 미디어 콘텐츠 시장은 지상파 방송사가 콘텐츠 제작과 전송을 독점하고 소비자에게 일방향적으로 전달하는 구조였다. 소비자는 콘텐츠 선택에 있어 수동성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전송과 수신 관련 기술이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등장은 이러한 수동적 형태의 콘텐츠 소비행위에 대한 전면적 변화를 불러왔다.

미디어 콘텐츠의 전송방식은 지상파 방송사의 전파 송신방식에서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 IPTV, 인터넷 P2P, 그리고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OTT 방식 등의 순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이와 더불어 미디어 콘텐츠 소비자의 선택권은 수동적인 것에서 능동적인 형태로 변화했다. 시장 주도권이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로 옮겨간다.

각각의 변화 단계에서 미디어 콘텐츠 생산자와 전달자의 관계는 시장에서의 이익창출 추구라는 측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조가 이어졌다. 즉,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입에 대한 기존사업자의 반발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전체적 수익규모가 한정된 상황이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시장 수요가 한정되어 수익창출 ‘파이’ 또한 크기가 정해졌다. 따라서 새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해 경쟁이 증대하는 것을 반길 기존 사업자는 없다. 그렇다고 기술 진보로 인해 시장 메커니즘 상 시장에서의 가치평가 주체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할 권리가 있다. 사업자는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디어 콘텐츠 전송과 저장 기술의 발달은 소비자에게 더욱 편리한 환경에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기기·시간·장소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변화는 분명 콘텐츠 생산과 분배의 역할을 주도하던 사업자에게 위기로 느껴질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창출하던 광고수익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자에게로 이동한다. 콘텐츠 생산도 능력 있는 외주제작사로 이동한다. 이런 변화는 콘텐츠의 질과 분배의 다양성을 소비자가 원한다는 방증이다.

전송방식의 변화는 콘텐츠 형태를 변화시킨다. 소비자 수용 패턴도 능동적으로 변화시킨다. 궁극적으로 콘텐츠 시장 패러다임 변화까지 불러온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은 OTT 서비스 시장의 등장과 성장을 견인한다. OTT 서비스는 전통적 콘텐츠 전달방식의 지상파 방송사들과 콘텐츠 제작사들, 이동통신사들, 그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동영상 전송 서비스를 수행하던 사업자들까지 전략적 변화 필요성을 증대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기존 OTT 사업자, 이동통신사, 온라인 판매 사업자, 콘텐츠 제작자, 지상파 방송사, 언론사 등의 다양한 사업 배경을 가진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출했다. OTT 서비스 시장의 절대 강자로 올라선 넷플릭스(Netflix)를 비롯해 아마존(Amazon), 구글(Google), 훌루(Hulu), 유튜브(Youtube), 버라이존(Verizon), AT&T, 소니(SONY), 애플(App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디즈니(Disney), 알리바바(Alibaba), 바이두(Baidu), 비아컴(Viacom)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 다국적 기업들이 OTT 플랫폼을 구축하고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제작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콘텐츠 제작과 배급을 진행한다.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가? 어떤 대응을 준비하는가? 2016년 세계 1위의 OTT 서비스 사업자인 넷플릭스(Netflix)의 상륙을 계기로 국내 미디어 콘텐츠 사업자들도 위기의식을 느끼며 변화를 모색한다. 대한민국은 속도와 품질 그리고 보급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환경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과 여타 ICT 환경의 발달은 OTT 서비스 등장과 확산에 매우 친화적인 조건을 갖췄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사업 영역에 속한 기업들이 OTT 서비스 시장에 진입했거나 진입을 준비한다. 통신사 결합형 모바일 IPTV 사업자, 웹기반 플랫폼을 통한 OTT 사업자, 웹하드 서비스 사업자,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과 기타 사업자 등 크게 네 가지 주체가 시장 구도를 형성했다.

OTT 서비스의 시장 확산을 견인하는 기본 요인을 몇 가지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기존의 미디어 콘텐츠 제작과 전송 서비스와 비교하자.네트워크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인프라 투자 비용이 저렴하다. 전달방식이 방송이 아닌 데이터이므로 방송규제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울 수 있다. 이는 OTT서비스 설립과 운용에 장점으로 작용한다.

콘텐츠를 수용하는 소비자의 측면에서 보면, 스마트폰의 접속 속도와 질이 상승하고 가입자가 증대되면서 콘텐츠 선택권이 채널에서 콘텐츠로, 제공자에서 소비자로 이관된다. 이용료 또한 경쟁적으로 저렴해지는 추세를 보인다.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 비교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 비교
국내 OTT 서비스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상파 3사가 연합해 구성한 웹기반 OTT 사업자인 ‘푹(pooq)’과 이동통신사인 SK 브로드밴드의 ‘옥수수’가 전략적 결합을 통해 시장에서의 영향력 제고를 시도한다. 이 변화는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동통신사의 방송시장 진입에 회의적이었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거대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긍정적 시너지 창출 관점에서의 전략적 제휴라는 평가 또한 있다. 방송사는 통신사업자가 보유한 소비자와 망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신사업자는 방송사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취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 각각 긍정적 시너지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넷플릭스는 북미와 유럽에서의 성공과 같은 소비자 확대를 기대하고 지속해서 한국 시장 확장을 꾀하지만 여러 시장 상황으로 인해 급격한 소비자 증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국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하는 관계로 소비자 유인의 확장성이 제한적인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 한국 진출과 전략적 협업>
<넷플릭스 한국 진출과 전략적 협업>
다음은 요금제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계약 시 결합상품의 형태로 TV 콘텐츠를 무료로 혹은 저렴한 요금 체계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굳이 추가 비용을 내며 OTT 서비스로 전환(코드 커팅: Code Cutting)하거나 현 콘텐츠 시청 방법과 동시에 추가적 시청 방법을 선택할 동인이 부족하다.

또한, 많은 P2P 사이트의 웹하드에서 손쉽게 미디어 콘텐츠를 무료로 접근하기 쉬운 환경이다. ‘미디어 콘텐츠 = 무료’라는 인식이 높아 추가적 비용 지급 의사를 막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저속의 소비자 증가추세를 극복하기 위해 넷플릭스(Netflix)는 LGU+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구축해 이동통신사 고객에 대한 접근성과 망 이용성에서의 긍정적 시너지를 추구한다.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다양한 단말기를 생산하는 LG의 장점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즉, LG에서 생산된 단말기에 넷플릭스(Netflix) 아이콘을 삽입해 소비자 접속 행위의 단계를 줄임으로써 접속 편리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넷플릭스(Netflix)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Studio Dragon)과의 제휴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의 자체 콘텐츠 제작을 진행한다. 이는 콘텐츠 자체 수급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는, 영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서비스의 확산을 증대시키기 위해 시험이용 기간(1달 무료 서비스)을 제공하는 유인책을 쓴다. 플랫폼에 접속한 소비자의 콘텐츠 장르 선호를 파악해 유사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해 이용 편리성을 극대화했다. 이렇듯 넷플릭스(Netflix)는 자사의 플랫폼과 사용 편리성 그리고 자본의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콘텐츠와 단말기를 유인하는 방식으로 OTT 서비스 시장의 확장을 시도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OTT 서비스 사용자가 증가하고, 코드 커팅(Code Cutting) 현상도 증가했지만, 넷플릭스(Netflix) 사례에서 언급한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외국과 같은 급격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OTT 서비스는 케이블, 위성, 혹은 IPTV 같은 기존 방송 시스템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소비자를 유인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방법을 여러모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콘텐츠 다양성 확보, 접근과 사용 편리성 증대, 사용 요금제의 다양성 확보 등이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먼저, 장르별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국내 OTT 사업자들도 자체 콘텐츠 수급 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만약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 재전송만을 고려하고 사업을 진행한다면 OTT 서비스가 가지는 차별성은 단지 이동 편리성 이외엔 없다. 기존의 케이블, 위성, IPTV 등이 속한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질적이고 양적인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정해진 파이를 나누어 갖는 경쟁자라는 의미밖에는 없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거나, 기존 시장의 크기를 확대시킬 수 있는 전략의 하나로 자체 콘텐츠 제작을 통한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독점적 콘텐츠 확보라는 전략을 구사하는 넷플릭스(Netflix)의 콘텐츠 소싱 전략에서 이미 효과가 증명됐다.

둘째, 미디어 콘텐츠 접근과 사용 편리성 증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과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 형태는 CNPD(Content, Network, Platform, Device)를 중심으로 나누어져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해 이들 간의 경쟁보다 제휴를 통한 긍정적 시너지 창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Netflix)는 앞에서 설명한 제휴를 통해 이미 이 네 주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너지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셋째, 사용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고려해 이용 요금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무료처럼 보이는 유료전환 전략을 포함해 가능하면 세분화한 가격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사업자가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 사업자 형태라면, 네트워크 운용의 이점과 오픈 플랫폼 전략의 시도가 도움이 된다. 즉, 네트워크 운영자로서의 이점을 살려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 망 안정성과 사용 편리성을 통해 ‘세컨드TV’로의 자리를 확보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오픈 플랫폼 전략도 필요하다. 이전의 이동통신사 OTT 서비스는 폐쇄적 플랫폼의 성격이 강했다. 자사 통신 가입자를 묶어두는 락인(Lock-in) 전략으로 활용가치는 높았으나 신규 유료 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에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했다.

국내의 OTT 서비스 시장은 다양한 사업자들이 각자의 주요 강점을 바탕으로 수용자 확보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일전을 준비하는 초기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법이 획기적으로 바뀌었지만, 근본적으로 미디어 산업의 핵심은 어떤 콘텐츠를 누가, 어떻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에 있다. 따라서 킬러 콘텐츠의 확보와 전달 방법의 효율성 제고가 시장에서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콘텐츠, 즉, 수용자의 선택을 받고 유료로 전환할 만큼의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누가 가지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이 가치를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느냐가 승자가 될 가장 중요한 필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 콘텐츠의 소비에 있어 비용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콘텐츠다. 다시 말하면, 금전적 비용을 내고라도 꼭 보고 싶은 콘텐츠라면 비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수용자 심리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OTT 서비스라는 새로운 시장은 더욱 소비자 중심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콘텐츠 접근 편리성을 증대시키고, 독점적 콘텐츠를 확보해 제공한다. 저렴한 비용을 책정하고, 플랫폼의 UI를 더욱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구성한다.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속도를 확보해 서비스를 진행한다. 이런 접근이 시장에서 소비자의 충성도를 유지할 최선의 방법이다.

여기에 사용자의 콘텐츠 이용 경험을 중심으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필요와 불만을 충족시키고 해결할 독립된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권호천 글로벌ICT랩(Global ICT Lab) 소장은 미국 오하이오대학(Ohio University)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광고/PR 부전공)를, 뉴욕주립대 버펄로(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사이버대학교 융합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분석 그리고 뉴미디어를 교육하고 연구했다. Global ICT 연구소를 개소해 빅데이터를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 산업, 정책에 걸쳐 연구하고 자문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과 한국전기공사협회 남북전기협력추진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블록체인의 사회 확산과 발전, 남북전기 교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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