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기술보다는 서비스가 앞단에 와야 한다. 그래야만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상용화 시대가 열린다."

18일 오후 비메이커스(B.Makers) 행사에 모인 델리오와 LG CNS, KT, 루니버스 등 관계자들은 이같이 말하며 블록체인 실용화 사례를 짚고 미래를 전망했다. 델리오와 IBM이 공동 주최한 비메이커스는 기업용 블록체인 최신 트랜드와 실용화 사례를 짚어보는 행사다.

◇ 델리오 "기업이 자체 화폐 만드는 날 온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가 기업용 네트워크 토큰 발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IT조선
정상호 델리오 대표가 기업용 네트워크 토큰 발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IT조선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기업 화폐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델리오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크로스체인 개발업체다. 최근 암호화폐(가상화폐) 금융 사업 자회사 ‘델리펀딩’을 설립해 암호화폐 담보 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기업 화폐를 발행하는 날이 올 것으로 본다"며 "가치 저장 수단보다는 안정적 가치 교환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정 대표는 그 근거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를 인용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블록체인이 창출할 비즈니스 가치는 2025년까지 1760억달러, 2030년까지는 3조100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는 "시장이 점차 커지는 만큼 현재 기업 블록체인 플랫폼도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개발 인력 교육 및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시스템 설계 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유기적 확장 역량이 떨어진다"며 "이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기업이 자사 네트워크 안에서 쓸 토큰 발행을 고려하지 않으면 뒤쳐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조심스럽지만 기업용 네트워크 토큰은 일반 토큰과 다르다"며 "기업용 토큰은 기업 생태계에 묶여있고 가치 교환 수단으로 제한된다. 또 기업 담보로 발행되기 때문에 안전하고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 투기 조장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기업이 토큰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장점으로 ▲기업 시스템 신뢰성 확대 ▲금융 비용 절감 ▲고객 리워드와 포인트 한계 극복 ▲타 기업 생태계와 경제적 통합 용이성 등을 들었다.

정 대표는 "기업용 블록체인은 토큰에 의해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분명하다"며 "먼 미래엔 기업 네트워크 토큰이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 네트워크 토큰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은 기존 토큰과 교환하는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는 생태계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LG CNS "실사용 서비스 늘려 블록체인 여왕 꿈꾼다"

김기영 LG CNS 단장이 수행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IT 조선
김기영 LG CNS 단장이 수행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IT 조선
김기영 LG CNS 단장은 "대국민이 느낄 수 있는 실사용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간 LG CNS가 수행한 블록체인 사례를 공개했다.

김 단장에 따르면 LG CNS는 올해 이더리움 기업연합(EEA) 가입 후 성남과 시흥, 영주, 함양, 군산, 영광 지역에 조폐공사 신뢰기반 플랫폼을 적용 및 확대했다. 이어 물류 체인을 확보키 위해 LG그룹 계열 종합물류기업인 판토스와 물류 블록체인 개념 검증(PoC)을 했다.

LG CNS가 진행하는 블록체인 비즈니스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건 마곡 커뮤니티 화폐다. 이는 마곡 LG 사이언스 파크에서 쓰이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수단이다. 현금과 카드 없이 스마트 기기에 충전한 토큰으로 간편 결제할 수 있다.

김 단장은 "지난해 9월부터 LG 직원들에게 서비스를 오픈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가맹점주 입장에선 당일 정산이 가능하고 카드 수수료가 절감되기 때문에 만족감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8월에는 LG CNS 협력사 일부에 시범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마곡 커뮤니티 화폐와 노원코인 같은 지역화폐는 어떤 점이 다를까. 김 단장은 이에 대해 "국내 최초로 화폐에 ‘탈중앙화 신원 아이덴티티(DID)’ 서비스를 연계했다"며 "자기 증명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분증 기능을 포함했기 때문에 은행과 연계해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업무 투명성, 효율성 확보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LG CNS는 마곡 커뮤니티 화폐 플랫폼을 타 지역화폐와 결합 결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는 "조폐공사 입장에서도 지역화폐가 지역마다 나오면 이를 연계하고 거래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결합 결제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KT, 기가체인으로 블록체인 모르는 기업에 혁신 입힌다

박중석 KT 미래플랫폼사업부 차장이 기가체인을 설명하고 있다./IT 조선
박중석 KT 미래플랫폼사업부 차장이 기가체인을 설명하고 있다./IT 조선
박중석 KT 미래플랫폼사업부 차장은 기가체인이 블록체인을 모르는 사람도 전문적 지식 없이 네트워크를 생성하고 개발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가체인은 비즈니스에 특화된 KT의 기업형 블록체인 플랫폼 서비스다. 기가체인을 통해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환경과 통합 운영, 관제 기능 등을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한다.

그는 기가체인 특징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동 구축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 및 지원 ▲API GW(게이트웨이)를 통한 스마트컨트랙트 호출 ▲블록체인 전문 운용툴 제공 ▲외부 네트워크 앵커링 기능을 들었다.

박 차장은 "기가체인을 활용하면 5분 내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생성되고 스마트 컨트랙트가 구현된다"며 "API GW 기능은 API 서버 엔진이 바뀌더라도 동일 형태로 호출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가체인이 스마트 컨트랙트 형태로 금융과 인증, 지갑 등 기능을 제공한다"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해당 기능을 따로 구현하지 않고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차장은 KT 블록체인 적용 사례로 지역화폐, 에너지 거래, 헬스케어, 교통 결제 정산, 기부 플랫폼, 자산관리솔루션 등을 들었다. 그는 특히 연간 2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지역화폐 비즈니스에 대해 "지류 상품권은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블록체인으로 지자체와 지역화폐 운영을 투명하게 운영토록 했다"고 말했다.

◇ 신한은행 "금융권 블록체인 2~3년 앞당겨진다"

 윤하리 신한은행 랩장이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윤하리 신한은행 랩장이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이날 행사에서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이 나서 블록체인 도입 사례를 소개했다. 신한은행은 2017년 8월부터 랩을 신설하고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블록체인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하고 2018년과 올해는 은행 내부 업무 프로세스에 블록체인을 실제 적용했다. 다만 올해부터 PoC는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윤하리 신한은행 랩(Lab)장은 "2017년과 2018년 10차례에 걸쳐 PoC를 한 결과 내부에서는 이제 똑 부러지는 실사례를 만들기로 결정했다"며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와 국내외 컨소시엄 참여, 신(新)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의 블록체인 사업방향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이에 비자 B2B 국제송금과 SBI 리플 아시아 해외송금 등 글로벌 컨소시엄 참여와 QA 무역금융, 국제송금·정산 등 R3CEV 프로젝트, 은행권 고객인증, 관세청 수출통관 시범 사업 등을 수행했다. 또 장외 파생상품 거래(IRS)와 블록체인 자격검증, 골드바 선물하기 등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선보였다. 이 외에도 디지털 자산 보관 서비스도 파일럿으로 테스트하기도 했다.

윤 랩장은 "디지털 자산 보관 서비스는 고객이 보유한 금융정보와 의료정보, 신용정보 등의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모바일 금고 서비스다"라며 "다만 이 서비스는 아직까지 이슈가 많은 관계로 현재는 은행이 이를 보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현재 고민은 패브릭과 넥스레저, 코인스탁, CORDA,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다양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어떻게 호환할지 여부다. 또 최근 다양한 메인넷 업체들이 TPS 속도를 강조하지만 이는 은행에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도 덧붙여 설명했다.

윤하리 랩장은 "현재 다양한 블록체인 플랫폼이 존재하는 관계로 이를 어떻게 호환할지가 최대 관건이다"라며 "은행 블록체인 이슈에서 성능(TPS)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