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업계가 화소수 전쟁을 벌인다. 2000년 ‘1000만화소’ 경쟁에 이어 20년이 지난 2019년 ‘1억화소’ 경쟁이 펼쳐진다.

상징적인 숫자 1억화소 고지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먼저 도달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와 AP 발전 속도도 놀라운 수준이어서 곧 1억화소 고지를 밟을 전망이다.

디지털 카메라 업계는 큰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중형 카메라’를 통해 2016년 1억화소 시대를 열었다. 핫셀블라드와 페이즈원이 각각 1억화소 중형 카메라를 출시했다. 이 제품을 장착한 1억화소 항공 촬영 드론도 나왔다. 이들의 가격은 3만~5만달러(약 3500만~5850만원)에 달한다.

후지필름 GFX100. / 후지필름 제공
후지필름 GFX100. / 후지필름 제공
후지필름은 2019년 GFX100을 1만달러에 출시했다. 1억화소 중형 카메라 보급을 이끌 전망이다. 35㎜ 디지털 카메라 화소수도 1억개에 근접했다. 소니가 17일 공개한 35㎜ 미러리스 카메라 a7R IV는 35㎜ 6100만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1억 이상의 고화소 사진을 만드는 ‘픽셀 시프트’ 기술도 보편화됐다. 사진을 찍을 때 이미지 센서를 화소 하나만큼씩 상하좌우로 움직여 4장~12장 연속촬영하고, 이를 합성하는 원리다.

이 기술을 탑재한 소니 a7R III은 1억6000만화소 사진을, a7R IV는 2억4000만화소 사진을 각각 만든다. 올림푸스, 파나소닉도 신제품에 이 기술을 적용해 8000만화소 상당의 사진 촬영 기능을 구현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발전 속도도 놀라운 수준이다. 이미 삼성전자가 5월, 업계 최초로 6400만 화소 스마트폰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를 출시했다. 스위스 금융기관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는 3월 낸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 카메라 이미지 센서 화소수가 2019년 6400만, 이어 2020년에는 1억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AP. / 퀄컴 제공
퀄컴 스냅드래곤 AP. / 퀄컴 제공
스마트폰의 두뇌 스냅드래곤을 개발하는 퀄컴도 카메라 고화소를 이끈다. 주드 힙 퀄컴 카메라·컴퓨터비전·비디오 담당 제품관리이사는 3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1억화소 카메라 스마트폰 등장을 점쳤다.

퀄컴 스냅드래곤 855를 포함해 845·710·670 등 최신 AP에는 1억9200만화소 해상도 처리 기술이 탑재됐다. 힙 이사는 이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이미지 센서 제조사가 곧 스마트폰 카메라용 1억화소 이미지 센서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통신기기 소식을 다루는 유력 트위터리안 아이스유니버스(@IceUniverse)도 17일 1억800만화소·광학 10배 줌 렌즈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2020년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 그는 이 스마트폰의 제조사를 공개하지 않았다.

디지털 카메라 업계 한 관계자는 "고화소 경쟁은 시장 초기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고화소가 곧 고화질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소비자는 고화소 제품을 선호한다. 사진 촬영의 폭도 넓혀주는 고화소는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시장 유행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