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는 5세대(G) 통신 속도를 놓고 요란한 ‘속도’ 비방전을 펼쳤다. LG유플러스가 서울에서 1위를 했다고 주장했고 경쟁사는 격렬히 반발했다. LG유플러스가 5G 속도 검증에 사용한 벤치비 앱을 그대로 활용해 평균 속도를 확인해 봤다. 결과는 달랐다. LG유플러스가 초기 5G 가입자 쟁탈전을 펼치면서 무리한 마케팅을 펼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5G 속도가 4G(LTE)에 비해 그다지 빠른 것도 아니었다. 5G가 제대로 터지지 않아 LTE에 의존해야 하는 가입자가 많다. 이통사가 의미없는 속도 자랑보다 기지국 투자 확대를 통한 서비스 품질 제고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 SK텔레콤 제공
. / SK텔레콤 제공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서울 지역 186곳에서 통신사별 5G 속도를 측정해보니 181곳에서 가장 빨랐다고 밝혔다. 속도 측정에 ‘벤치비’라는 앱을 사용했다. 벤치비는 속도 측정 장소 반경 2km 이내에서 최근 30일간 일반 사용자가 측정한 이통사별 평균 속도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 통신의 속도 측정이 스마트폰과 주변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측정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30일간 측정한 평균 값인 만큼 비교적 객관적인 데이터라는 설명까지 친절하게 덧붙였다.

◇ 한 달 만에 바뀐 상황?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7월 셋째주 IT조선 기자들이 LG유플러스가 1등이라고 주장한 서울 주요 지역 18곳을 찾았다.벤치비 앱을 활용해 최근 30일간의 이통3사 5G 평균 속도를 확인했다. 그 결과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각각 7개 지역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했다. LG유플러스가 압도적으로 서울 지역에서 1위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LG유플러스는 ▲방학역 ▲경희대 미술대학 ▲발산역 ▲여의도 윤중로 ▲영등포 타임스퀘어 ▲암사역 ▲신도림역 등에서 타사대비 높은 속도를 냈다. SK텔레콤은 ▲수유역 ▲한양대 ▲목동역 ▲방배역 ▲사당역 ▲정부과천청사역 ▲합정역 등에서, KT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서울대입구역 ▲동작역 ▲충정로역 등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냈다.

18개 지역 5G 평균 속도는 LG유플러스가 462.5Mbps , SK텔레콤 456.4Mbps, KT 443.2Mbps 순이다. LG유플러스 속도가 경쟁사보다 빨랐다. 하지만 차이가 20Mbps 안팎으로 크지 않다. LG유플러스는 6월 말 평균 480Mbps의 속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8곳만 놓고보면 그때보다 되레 17.5Mbps 느려진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지금은 1등이 아닐 수 있다"며 한걸음 물러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건물이 사라지거나 생길 수도 있고, 대규모 행사가 열려 갑자기 트래픽이 늘어나는 등 측정 당시 상황에 따라 속도가 변할 수 있다"며 "(6월 속도 측정은) 당시 우리가 가장 빠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으며, 계속 그 속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입자가 늘면 속도가 느려지는 부분도 있다"며 "(속도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계속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IT조선 조사 결과 18개 지역 중 가장 빠른 속도(569Mbps)를 보인 지역은 서울대입구역(KT)이었다. 가장 느린 속도(353Mbps)를 기록한 곳은 방학역(KT)이다. 두 곳만 비교하면 지역마다 속도 차이가 꽤 심한 편이다. 그 원인이 뭔지 앞으로 추가 분석이 요구됐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경희대 미술대학, 여의도 윤중로, 영등포 타임스퀘어, 동대문역사문화공원, 한양대, 서울대입구역. / IT조선 DB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경희대 미술대학, 여의도 윤중로, 영등포 타임스퀘어, 동대문역사문화공원, 한양대, 서울대입구역. / IT조선 DB
◇ 반쪽짜리 5G 주파수로 속도 자랑이라니…"기지국 수 부터 늘려야"

이통3사는 5G 상용화 당시 최대 속도를 20Gbps라고 했다. 실제로는 40분의 1에도 못미치는 500Mbps 미만에 불과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LTE 평균 속도는 2018년말 기준 150.68mbps이다. 5G가 LTE보다 3배 정도 빨랐다. 하지만 5G 가입자의 기대치에는 한참 모자란다.

이통3사는 서로 자신의 5G 속도가 빠르다고 하지만, 정작 소비자는 5G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LTE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5G를 마음껏 즐기려면 촘촘한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현장에 가보니 설치한 기지국 수 자체가 워낙 적다.

LTE 전국망에 사용하는 기지국 수는 83만개쯤이다. 5G용 기지국은 6월 21일 기준 1만9458국 수준이다. 이통3사는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 중 가장 먼저 5G망을 설치했지만, 여전히 지하철이나 실내에서 5G를 쓸 수 없다.

상대적으로 5G 속도가 빠른 28㎓ 상용망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한다. 5G용 주파수 대역은 3.5㎓(중대역)와 28㎓(밀리미터파)로 나뉜다. 우리나라가 상용화한 대역은 3.5㎓다. 28㎓ 대역을 지원하는 기지국은 2020년 상반기에 구축한다. 반쪽짜리 주파수 대역으로 서비스하는 5G를 놓고 누구 속도가 빠르냐를 다투는 것은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한 셈이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속도 등의 5G 품질 개선을 위해 "우선 기지국 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며 "5G 네트워크에 최적화한 소프트웨어 기술 역시 빠른 속도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