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암호화폐(가상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블록체인’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리브라 통제 방식이 탈중앙화 성격을 띄기 보단 중앙화에 더 집중됐기 때문이다.

22일 블록체인 관련업계에 따르면 적어도 (페이스북의 계획이 다 드러나지 않은) 지금은 리브라를 블록체인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외신들은 리브라를 비트코인과 비교하며 "블록체인을 사용하지만, 비트코인과 달리 허가형 블록체인을 지향한다"고 전했다. 비트코인에선 누구나 검증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한다. 이와 달리 허가형 블록체인에서 일어나는 매 거래는 해당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회원사만 관리할 수 있다.

앞서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9일(현지시각) 리브라와 비트코인을 비교하며 "리브라는 기술, 사용처 등 면에서 비트코인과는 현저히 다르다"고 전했다.

비트코인과 리브라를 비교하는 목소리가 점차 짙어지자 페이스북이 꺼내 든 비장의 카드는 ‘리브라 협회’다. 협회가 비영리 법인이고 향후 100개 협회 운영사를 거느릴 계획이라 공공성 부문에 있어선 자격을 갖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안 먹히는 눈치다. 암호화폐 기업 사가파운데이션의 이도 사데 만 회장은 "리브라는 투표권을 구입한 대형 기관만으로 구성됐다"며 "이런 협회에 의해 관리되는 중앙화 구조일 뿐이다"라고 못 박았다.

워싱턴주 암호화폐 싱크탱크 ‘코인센터’의 피터 반 바켄버그 리서치 수석은 블로그를 통해 "암호화폐에는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trusted intermediaries)’ 개념이 없다"며 "이러한 면에서 리브라는 암호화폐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확장성 솔루션 개발업체 블록스트림 샘슨 모우 CSO는 "리브라는 탈중앙화 암호화폐가 아니다"라며 "(페이스북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찰리 리 라이트코인 창시자는 "리브라는 애초에 암호화폐의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국내서도 리브라를 보는 시선은 달갑지 않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리브라가 대기업에서 나온 아이디어인만큼 ‘사회 환원’만을 타깃으로 한 프로젝트는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들은 리브라를 ‘블록체인을 앞단에 세운 그들만의 프로젝트’라고 설명한다.

이병욱 크라스랩 대표는 리브라가 중앙화된 ‘탈중앙화’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브라 백서를 들여다 보면 허구를 발견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은) 중앙화된 탈중앙화를 꿈꾼다"라며 "비유하자면 ‘살아있는 시체’라는 뜻이다. 한 마디로 넌센스다"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역시 이 대표의 발언에 공감했다. 다만 그는 "20억명의 활성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만든다는 소식은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를 대중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아직 백서 상 계획이 완벽히 나온 것은 아니라서 기다려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측은 리브라가 향후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기술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