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보보호 규제 강해도 '할 것' 안할 것' 명확한데 한국은 모호"

입력 2019.07.29 06:00

"규제의 강도만 놓고 보면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 한국보다 훨씬 강하지만, 유럽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안내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신승식 블루프린트랩 대표는 지난 25일 IT조선 기자와 만나 최근 비즈니스를 하는 중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신 대표는 온세텔레콤에 입사해 3년간 데이터베이스 관리와 빅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았다. 이후 미국 델라웨어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은 뒤 일본에서 3년 있으면서 기술 기업 컨설팅 일을했다.

그가 2017년 설립한 블루프린트랩은 3차원 안면(사물)인식, 가상피팅 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스타트업이다. 최신형 아이폰의 '트루뎁스(truedepth)’ 카메라를 이용해 사용자의 안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상으로 안경과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블루프린트랩은 이미 맥라렌(McLaren), 라미(L’amy), 구찌(GUZZI) 등 해외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 가상피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승식 블루프린트랩 대표. / 오시영 기자
신 대표는 자사 안면 인식 기술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블루프린트랩의 기술은 안면인식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 블루프린트랩의 가상피팅 서비스는 애플 아이폰에서 가상의 점 1220개를 활용해 안면인식을 하는데, 아이폰 성능에 따라 그 수를 최대 3만개까지 늘릴 수 있다. 정확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이유다.

그는 "블루프린트랩 서비스로 안면을 분석하는 시간은 2차원 파노라마 방식을 활용하는 외국 경쟁사에 비해 획기적으로 빠르다"며 "3차원으로 안경 착용 모습을 자연스럽게 가상피팅하는 것이 서비스의 차별점이다"고 말했다.

◇ 유럽 GDPR은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명확

블루프린트랩은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공식 홈페이지를 영어로 만들었다. 한국의 ‘높은 규제 장벽’을 피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신 대표는 "한국의 규제 강도가 너무 강해 외국 시장을 노린다는 일부 보도가 있는데, 이는 제 입장을 다소 잘못 전달한 것"이며 "규제 강도 자체만 놓고 보면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보통신기술(ICT)이 나올 때 정부 해석에 따라 불법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럴 때는 되고 저럴 때는 안되는 이른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규제로 인해 데이터를 수집할 때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사업을 하는 중 어떤 것이 법에 걸릴지 몰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얼굴 이미지는 개인을 식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보호법과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따라야 한다. 법에는 데이터베이스에 정보를 저장할 때 비식별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한다. 정작 비식별화가 무엇인지 안내가 없다. 기존 서비스를 두고 딴지를 걸면 얼마든지 불법으로 걸릴 수 있다.

신 대표는 "중요한 것은 규제의 강도보다는 '명확성'이다"며 "유럽은 ‘할 수 있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명확하게 규정해 기업이 가이드라인을 정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규제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며, 관련 판례가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또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중국 기업 ‘센스타임’은 다양한 수집 데이터를 활용해 세계 2차원 안면인식 시장 대부분을 잠식했다"며 "블루프린트랩은 3차원 이미지를 사용하고, 인식·분석의 정밀도를 높여 차별화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앱이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치수를 재고 사이즈에 맞는 안경을 합성해 보여준다. / 블루프린트랩 제공
◇ "가상피팅 시장 먼저 장악할 것"

블루프린트랩이 글로벌 안경 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규모’를 고려한 영향도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안경 시장 규모는 15억달러(1조7000억원) 수준이지만, 글로벌 시장 규모는 1687억달러(199조7000억원)다.

블루프린트랩의 안면 인식 기술은 가상피팅 외에 보안, 성형외과, 화장품, 금융 비대면 인증 등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신 대표는 관련 업계의 ‘러브콜’을 많이 받아도, 인력과 자금 문제로 시장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상반기까지 가상피팅 서비스로 확고하게 자리 잡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라며 "이후 잠재력이 큰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여러 분야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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