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6대의 로봇이 서로 합체해 거대로봇으로 변신하는 ‘육신합체 갓마즈(六神合体ゴッドマーズ)’는 1981년 TV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한국에서 갓마즈는 1982년작 극장 애니메이션 ‘쏠라 원투드리(쏠라 원.투.쓰리)'를 통해 알려졌다. ‘태권브이' 아버지 김청기 감독이 갓마즈 로봇 디자인을 도용해 극장 애니메이션 ‘쏠라 원투드리'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육신합체 갓마즈 프라모델 패키지 이미지. / 굿스마일컴퍼니 제공
육신합체 갓마즈 프라모델 패키지 이미지. / 굿스마일컴퍼니 제공
로봇 애니메이션 갓마즈는 1976년부터 1977년까지 2년간 만화잡지 ‘주간소년 챔피언'을 통해 연재됐던 SF만화 ‘마즈(マーズ)'를 기반으로 세계관과 스토리, 캐릭터를 대폭 수정해 만든 것이다.

만화 마즈의 원작자는 만화 ‘철인28호'로 유명한 일본 만화 거장 ‘요코야마 미쯔테루(横山光輝)’다. 요코야마는 일본에서 ‘철완아톰'의 테츠카 오사무(手塚治虫), ‘사이보그 009’의 이시모리 쇼우타로(石ノ森 章太郎·본명 오노데라 쇼우타로)와 함께 일본 3대 SF만화 거장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육신합체 갓마즈 애니메이션 오프닝. / 유튜브 제공

애니메이션은 우주 전체를 지배하려는 줄 황제와 지구방위군 산하 조직인 ‘코스모 크래셔 부대’의 사투를 그렸다.

갓마즈는 ‘권선징악' 프레임을 깨뜨리고, 복잡한 인간 드라마를 그려냈던 ‘콤바트라 브이(V)’, ‘볼테스 파이브(V)’, ‘투장 다이모스' 등 나가하마 타다오(長浜忠夫) 감독 3부작과, 마징가Z 등 슈퍼로봇 인기를 끌어내리고 사실적인 전쟁을 그린 ‘기동전사 건담’ 이후에 등장한 작품인 만큼 피를 나눈 형제의 대결 등 진한 인간 드라마로 청소년과 성인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끈 작품이기도 하다.

여성 애니메이션 팬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한 캐릭터 ‘마그'. / TMS 갈무리
여성 애니메이션 팬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한 캐릭터 ‘마그'. / TMS 갈무리
갓마즈는 모토하시 히데유키(本橋秀之)가 그린 ‘미소년’ 캐릭터로 여성 팬의 마음을 휘어잡은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주인공 마즈의 형 ‘마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현지 애니메이션 잡지 등을 통해 마그가 사망하게된다는 스토리가 알려지자 여성 팬들은 마그를 죽이지 말라는 탄원서와 항의 목적으로 면도날을 애니메이션 제작사 도쿄무비로 보내기도 했다.

마그가 애니메이션 속에서 죽자 여성 팬들은 캐릭터를 애도하는 장례식도 치렀다. 애니메이션 잡지 애니미디어는 일본TV 방송국 이벤트홀을 빌려 마그 캐릭터 장례식 이벤트를 진행했다.

마그의 죽음은 현실세계에서 장례식 이벤트가 열릴 만큼 여성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 야후재팬 갈무리
마그의 죽음은 현실세계에서 장례식 이벤트가 열릴 만큼 여성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 야후재팬 갈무리
갓마즈 팬들은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서명 활동도 벌였다. 서적 ‘80년대 애니메대전'에 따르면 서명에 참가한 팬 수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제작사 도쿄무비는 극장판 재편집본에서 서명활동에 참가한 갓마즈 팬들의 이름을 애니메이션 엔딩 크레딧에 추가하기도 했다.

갓마즈 방송이 끝난 6년뒤 각본가 후지카와 케이스케(藤川桂介)는 소설 ‘육신합체 갓마즈 17세의 전설'을 출간했다. 1988년에는 콘텐츠를 비디오테잎과 레이저디스크(LD)에 담아 판매하는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 작품으로 제작되는 등 오랜기간 애니메이션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갓마즈 OVA 17세의 전설 레이저디스크 패키지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갓마즈 OVA 17세의 전설 레이저디스크 패키지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 6단 합체로봇 ‘갓마즈'

변신합체로봇 갓마즈는 높이기준 50미터, 무게 1050톤의 초대형 로봇이다. 우주공간에서는 빛의 속도로, 지구 대기권 내에서는 마하20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또 로봇 본체는 ‘포지토로늄합금'으로 만들어져 파괴된 몸체를 스스로 고치는 능력을 가졌다.

갓마즈. / 야후재팬 갈무리
갓마즈. / 야후재팬 갈무리
갓마즈는 조종사의 뇌파로 움직이는 ‘가이아'를 중심으로 ‘스핑크스', ‘우라노스', ‘타이탄', ‘신’, ‘라' 등 총 6대의 로봇이 합체되는 구조다. 로봇의 에너지원은 가이아에 내장된 ‘반양자(反陽子)폭탄 에너지’와 각각의 로봇을 통해 에너지를 흡수해 움직인다.

갓마즈 로봇을 만든 이는 주인공 마즈의 아버지인 ‘이데아'다. 이데아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갓마즈 로봇을 만들었다. 갓마즈는 파일럿의 생각을 읽어 움직이기 때문에 마즈의 초능력인 텔레파시 능력을 막으면 다른 로봇과 합체가 안돼고, 난광선포로 주인공의 뇌파가 불안정해지면 로봇 조종이 불가능해진다.

갓마즈는 1970년대부터 이어져온 로봇 애니메이션의 변신·합체 트렌드를 통해 완성됐다.

‘합체 로봇'의 원조는 1974년작 ‘겟타로보(ゲッターロボ)’다. 마징가Z를 탄생시킨 만화 거장 나가이 고(永井豪)와 그와 함께 일했던 만화가 이시카와 켄(石川賢)이 함께 만든 겟타로보는 3대개 기체가 합체 순서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세 가지 로봇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976작 ‘초전자로보 콤바트라 브이(超電磁ロボ コン・バトラーV)’에 의해 5단 합체로 합체 단수를 늘리게 된다. 전투기와 전차 등 서로 다른 다섯 대의 기체가 하늘로 날아올라 서로 합체하는 콤바트라 브이의 합체 메카니즘은 1970~1980년대 변신·합체 로봇의 기초가 됐다.

1981년작 ‘육신합체 갓마즈(六神合体ゴッドマーズ)'는 기존 5단에 그친 로봇의 합체 단수를 ‘6단'으로 끌어올렸다.

초합금혼 브랜드 갓마즈 액션 피규어. / 반다이스피리츠 제공
초합금혼 브랜드 갓마즈 액션 피규어. / 반다이스피리츠 제공
갓마즈 이후 1982년에 등장한 ‘기갑함대 다이라가 피프틴’은 로봇의 합체 단수를 단번에 ‘15단’으로 끌어올리며 변신·합체 로봇의 정점을 찍었다.

◇ 갓마즈의 원작인 SF만화 ‘마즈'

갓마즈의 기초가 된 1976년작 만화 ‘마즈'는 인류를 말살하고 지구를 파괴하는 사명을 품고 눈을 뜬 소년 마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갓마즈의 원작에 해당하는 1976년작 만화 ‘마즈'. / 아마존재팬 갈무리
갓마즈의 원작에 해당하는 1976년작 만화 ‘마즈'. / 아마존재팬 갈무리
마즈는 고대 이집트 문명이 움트던 시대 외계인의 손에 의해 탄생됐다. 외계인은 지구인이 빠른 진화 속도와 잔혹한 본성으로 미래에 우주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마즈는 만약 지구인이 위험한 존재가 되면 인류를 말살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능력 생명체다.

하지만 마즈는 예정보다 100년쯤 빠른 20세기에 눈을 떠 지구파괴라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다. 지구인이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고 판단한 마즈는 지구파괴를 위해 만들어진 로봇 ‘가이아'와 함께 외계 감시자와 6대의 ‘육신체(六神体)’ 로봇에 맞서 싸우게 된다.

애니메이션 갓마즈는 원작 만화와 내용과 설정 면에서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 마즈는 기신행성에서 태어난 초능력자지만 줄 황제의 음모에 의해 납치돼 지구에 버려진다. 마즈는 지구인 묘진(明神)박사의 아들로 성장한다.

주인공 마즈는 외계인과의 싸움을 통해 자신의 출생비밀을 알게된다. 마즈는 갓마즈 로봇을 타고 자신을 납치했던 줄 황제와의 싸움을 계속하지만, 이 싸움은 주인공과 피를 나눈 형 ‘마그'와의 혈투로 이어지고 만다.

초합금혼 브랜드 갓마즈 액션 피규어. / 반다이스피리츠 제공
초합금혼 브랜드 갓마즈 액션 피규어. / 반다이스피리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