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금주 일본 정부가 국무회의격인 각의에서 우리나라를 ‘수출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한다. 한・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조치가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배터리와 같이 우리 산업에 치명적인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의 수출 통제가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다. 그만큼 양국간의 간극이 벌어졌다. IT조선은 각계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과 대안, 그리고 향후 전략을 찾아봤다.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G20 정상회의에 앞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자료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G20 정상회의에 앞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자료 청와대
◇ 日 소재, ‘내재화' ‘수입 대체' 가능할까
"가능한 품목도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안 되는 게 문제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소재부품장비 강국 일본을 단기간에 따라 잡기 힘들다.

삼성전자 반도체 임원 출신 양향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일본 기초과학은 우리보다 적어도 100년 많게는 150년 앞서있다"며 "소재 분야는 70년 이상 축척된 기술이 있어 당장 쫓아가기 어렵다"고 단정했다.

설령 대체 상품을 개발한다 해도 적용은 또 다른 문제다. 세계 방방곡곡으로 수출할 상품이다. 한치의 오차도 용납이 안된다. 삼성전자 사장을 역임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재료에 문제가 발생하면 파장이 상당하다. 수조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소재는 기업 설비나 부품에 맞춤형태로 개발한다"며 "그 기간만 상당히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자료 무역협회
./자료 무역협회
◇ 막연한 대화가 아닌 ‘출구전략’ 찾아야
일본측의 무응답에도 우리 정부는 수차례 일본측에 대화를 제안했다. 일면 당당한 모습이 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해법 도출과 거리가 멀다. 벽만 쌓았다는 지적도 들린다. 정부는 결국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기댔지만 이것 이외 해법도 함께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계 피해를 줄일 출구전략을 찾으라는 주문이다. 일본도 양보를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할 여지를 우리가 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만큼 산업계 상황이 급박해졌다. 외교・정치적 이슈로 인한 산업・경제 피해가 막대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개 반도체 핵심 소재 규제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의 4~5%가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전경련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 이 비중이 두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표정호 순천향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우리가 단합된 힘을 발휘해 기회로 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징용 문제에 대한 판결로 유발된 만큼 양국 정부가 명분을 유지하면서도 풀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중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외적으로 국제규범이나 국제법이 준수돼야 한다"며 "이번 사태처럼 나라간 조약을 맺었는데 대법원이 다른 판결을 내리면 대법원은 국가를 초월하는 존재라는 얘기다. 앞으로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와 협상을 하거나 조약을 맺으려고 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외교안보적 실책도 있었기 때문에 인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새로운 외교안보 라인으로 대화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 소재 강국 계기로 삼아야
"그동안 너무 편하고 쉽게 일본에서 들여와 재미를 많이 봤다." 반도체 업체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일본이 우수한 소재・부품・장비를 제 때 제공해 우리 기업들이 일본 소재기업에 소위 ‘길들여졌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기업이 ‘리스크 헤징(위험 회피)’를 위해 협력사 다각화에 나서지만 반도체 소재에는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일 갈등을 계기로 기업들도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단기간은 힘들지라도 일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라는 주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의 과감한 지원도 요구한다.

표정호 교수는 "이번에 일본과 우리의 차이를 확인한 만큼 조용히 실력을 키우는 ‘도광양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대제 전 장관도 "(일본 소재 대체를 위해) 소리칠 필요 없이 조용히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이상호 전경련 산업혁신팀장은 "소재산업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방법은 뭐든지 해봐야 한다"며 "정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절차 개선이나 투자세액 공제 등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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