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행・문화・취미 지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컸다.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최근 2만6000명을 대상으로 상반기 대비 하반기 ‘소비지출전망'을 조사해 3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32%가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소비 확대' 답변은 20.6%였으며, 나머지 47.4%는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소비지출전망지수' 및 응답률./자료 컨슈머사이트
‘소비지출전망지수' 및 응답률./자료 컨슈머사이트
항목별로 편차가 컸다. 소비자 열 명 중 넷 이상이 여행비, 문화/오락/취미비, 외식비 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들 3개 항목의 소비지출 전망지수는 80대 초반에 그쳤다. 가전・스마트기기 등 내구재 소비를 줄인다는 답변도 39.1%로 매우 높았다. 반면 교통/통신비, 의료/보건비, 주거비 등은 소비를 줄일 것이라는 답변이 20%를 밑돌았다. 생활 필수지출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 연령별로는 젊은 층보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비지출 의향이 컸다. 근로형태별로는 소상공인이 포함된 ‘사업자’ 계층의 소비심리가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들의 소비심리는 무직・퇴직자보다도 낮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등의 여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김민화 컨슈머인사이트 연구원은 "소비자들은 경제 불안과 소득 감소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 최근 본격화한 한일 갈등이 심화되면 소비 성향은 더욱 하락할 수 있다"며 "소비 측면에서
여가산업에 이어 내구재・의류 등 제조업계와 교육 서비스 업종에 한파가 밀려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막연한 불안감으로 지갑을 닫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컨슈머인사이트는 제안했다. 세계적인 소비자 경제심리 조사기관인 ‘더 콘퍼런스 보드’가 분기마다 실시하는 글로벌 소비자신뢰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최근 4분기 연속 64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김민화 연구원은 "한국 소비자에게 현실은 고통스럽고 미래는 암담하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 같다"며 "이의 조속한 극복 없이는 건전한 경제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