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암호화폐 거래소 실명계좌 재계약, 마냥 웃을 일 아냐"

입력 2019.08.01 06:00

빗썸과 코인원, 업비트, 코빗 등 국내 빅 4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시중 은행과 실명계좌 재계약 논의에 한창이다. 아직 빅 4 거래소 모두가 계약서에 공식 싸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재계약은 ‘사실상’ 성공했다며 안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 법조계에서는 이 웃음이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은 실명계좌 종료 당일 은행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코빗은 막바지 조율 단계다. 이에 따라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은 6개월간 원화 거래가 가능해졌다. 코빗은 당장은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구두상으로는 합의된 만큼 곧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명계좌는 정부가 지난 2018년 1월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를 시행하면서 도입된 제도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6개월 단위로 거래 은행과 계약 연장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면 원화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없다. 실명계좌 보유에 거래소가 사활을 거는 이유다.

◇ FATF 권고안 이행해도 은행 부담감 높아

국내 법조계에서는 거래소가 연장 계약을 완료했더라도 안도해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나 나온다. 2020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상호평가를 이유로 은행이 몸을 사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이 떠안을 부담감이 이유로 분석된다. 정부가 FATF 권고안을 따르더라도 은행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규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내다본다.

FATF는 2020년 6월 총회에서 각국 감독당국의 권고안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FATF는 지난 6월 암호화폐 거래소에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시 영업허가를 취소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냈다. 우리나라도 상호평가국이기 때문에 1년 안에 FATF 주석대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

우선 국내 법조계는 거래소가 자금세탁방지 등 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금융정보 제공업자인 은행이 뒤집어 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이 거래소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정부가 권고안을 그대로 이행할 경우 은행은 송금자와 수신자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며 "거래소에 대한 AML(자금세탁방지) 이슈가 명확치 않다보니, 거래소가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은행이 책임을 떠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 입장에서 계약을 연장하려면) 은행 측에서 거래소 보안·운영 관리 체계를 밑바닥까지 끄집어 봐야 한다"며 "그래야만 향후 은행이 부담하는 리스크 수준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은행권이 거래소와 거래해 봐야 돌아오는 이익은 많지 않다"며 "자금세탁방지 강화 분위기 속에서 리스크까지 커지면 은행이 굳이 계약을 연장할 이유가 없다. 이미 이에 대한 의문을 갖는 금융권이 여러 곳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거래소를 위한 정책 펼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보여온 정부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입장도 거래소가 안심하기 어려운 요소다. 정부가 권고안을 따르긴 하되, 암호화폐 거래 활성화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법조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권고안을 분명 이행할 것이다"라면서도 "암호화폐 거래소를 위한 정책을 피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 필수 내용만 적용할 뿐, 거래가 원활히 돌아가는 수준으로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지역화폐나 송금·결제 등을 원활하게 돌리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FATF 규제가 보다 강력하게 적용되면 중소 거래소는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암호화폐거래소가 ‘금융회사와 같은 수준의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되면서 중소형 거래소들의 부담도 커졌다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중소형 거래소 중에서도 인적 자원이 풍부하거나 기술이 좋은 극히 일부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업계서 우수수 떨어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가 중소형 거래소의 발목을 잡았다"며 "이들은 결국 운영이 힘들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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