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독일 등에서 가파르게 성장한 인터넷은행이 올해 미국 시장에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그 성공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유럽에서 성공한 혁신 방식이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기존 금융권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7월 31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최근 몬조와 N26 등 유럽 기반 인터넷은행이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영국 몬조는 6월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서튼뱅크(Sutton Bank)와 손잡고 로스앤젤레스(LA)에서 출시 행사를 개최했다. 독일 N26도 7월 악소스뱅크(Axos Bank), 비자 등과 미국 시장 진출을 발표했다.

./몬조(Monzo), N26 홈페이지 갈무리
./몬조(Monzo), N26 홈페이지 갈무리
CNN은 몬조와 N26의 공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은 높은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두 회사는 모두 유럽 시장에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수많은 고객을 유치했다. 기업가치도 인정받았다. 이런 서비스가 미국에서도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몬조는 2015년 ‘몬도(Mondo)’라는 이름의 선불카드 서비스를 시작으로 설립된 영국 핀테크 기업이다. 간단한 본인 인증으로 수수료 없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실시간 지출습관 분석 서비스를 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몬조는 20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으며 평균 월 20만명의 고객을 추가 유치하면서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분류된다.

N26 역시 대형 은행에서 제공하지 못한 틈새 서비스를 내놓으며 이목을 모았다. 해외 송금과 ATM 인출에서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사용자 지출 내역을 품목별로 구분, 소비 패턴을 분석해 주목받았다. 2015년 독일 베를린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급속도로 성장해 35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유니콘 스타트업이다.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이 갖는 한계 때문에 미국 시장 진출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몬조와 N26 성장세가 90년대 닷컴 붐(dot-com boom) 때 빠른 기간에 흥망성쇠를 겪은 미국의 온라인 전문 은행을 떠올리게 한다는 주장이다.

조셉 디커슨 제프리스 에쿼티 리서치(Jefferies Equity Research) 분석가는 "(유럽 신생 은행들 성장세는) 90년대 후반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디커슨은 유럽 인터넷은행의 가장 큰 한계로 기본적인 대면 서비스를 갖추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인터넷은행 주고객으로 떠오르는 젊은 세대들이 나이가 들수록 은행에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고객은 중대한 재정 결정을 위해 직접 대면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애플리케이션 채팅을 통해서만 상담을 제공하는 인터넷 은행 서비스를 비판했다.

떠오르는 개인 간 거래인 P2P(Peer to Peer) 결제 서비스도 몬조와 N26에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이미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벤모(Venmo)가 해당 사업 영역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공룡 IT 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도 해당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또 다른 금융 서비스 영역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미국 4대 시중은행인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경쟁도 몬조와 N26에 큰 부담요소라는 지적이다.

CNN은 "그럼에도 두 신생 인터넷은행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서 틈새시장은 여전히 유효하기에 개척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리스탄 토머스 몬조 마케팅 및 홍보 책임자는 "기존 플레이어 모방이 아니라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희망은 있다"며 미국 시장 진출에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