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국무회의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가) 제외건을 통과시켰다. 8월 말부터 일본 기업이 한국에 첨단 소재, 기기를 수출하려면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소재와 기기 수입이 지연되면 한국 산업계, 특히 제조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7월 1일 일본은 반도체 소재 불화수소·포토 레지스트, 디스플레이 소재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출을 제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사는 대체 물질 발굴 및 생산 조절에 나섰지만,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이 2030년까지 집중할 차세대 성장 동력 ‘시스템 반도체’의 청사진도 흐려졌다. 일본 수출 규제 소재 중 포토 레지스트는 초미세공정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 때 필수 물질이다. 소재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생산 기기 및 기술 확보도 난항에 빠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아카데미 현장.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아카데미 현장. / 삼성전자 제공
이번 조치의 여파는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넘어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식품,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 수입 시 일본측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첨단 소재뿐 아니라 가공 소재, 전자제품, 통신 기기와 미세 전자기기 등 15개 분류 1100여개 품목이 장시간 심사·허가 후 수입된다. 일본측이 수출을 규제할 다음 품목으로는 탄소 섬유, 기계 장비 등이 유력하다.

첨단 소재와 기기 확보 시간이 길어지거나 불가능해지므로 사실상 하드웨어 제조업 전 부문에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대형 제조사의 생산 조정도 불가피하다.

대체 소재와 기기를 찾기 어려운 중소·중견 제조사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완제품을 단기간에 납품해야 하는 특성상 수입 지연은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 중소제조업 269개사 가운데 약 60%가 일본의 수출 규제를 버티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애플, 아마존 등 세계 주요 정보통신기업의 기기 공급망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 세계 D램 물량의 약 70%, 낸드플래시의 약 50%, 디스플레이 물량의 상당수를 공급한다.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애플 아이폰, 소니와 중국의 OLED TV, 아마존 데이터센터 등 ICT 다방면에 연쇄적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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