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장비 국가 핵심 기술 지정해 육성해야"

입력 2019.08.07 18:26

박재근 한국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주장…"테스트베드 구축, 국가 R&D 추진 절실"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소재·부품·장비 품목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품목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형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국가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7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과학기술계 3대 기관이 개최한 긴급 공동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토론회는 일본의 수출규제 및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대응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만든 자리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 장미 기자
일본 수출 규제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취약한 대외 의존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10년전보다 되레 뒷걸음질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13년 21%에서 2017년 18%로 축소했다. 소재 쪽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1년 48%로 쭉 정체 상태다.

박재근 교수는 기존의 국산화라는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산 제품이 2류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상태에서 아무리 국산화를 한다해도 공급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자 대기업은 작은 사고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닌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다. 국산 제품을 쓴다는 것은 곧 이 리스크를 안는 것이 돼 기피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 경쟁력부터 글로벌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박교수에 따르면 이렇게 할 기회가 지난 2011년에 있었다. 그해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 기술제조업 분야 세계 공급망이 무너졌다. 일본으로부터 소재·부품·장비 50% 이상을 수입한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자 대기업은 충격을 받았다.

공급망 국가별 다변화와 국산화 추진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에 견줄만한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를 키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급망 다변화와 국산화는 최근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으로 더욱 절실해졌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글로벌 기술 가치체인(Value Chain) 붕괴 위험성이 고조됐다. /박재근 교수 발표자료 이미지
박 교수는 "일본 수출 규제뿐 아니라 보호무역주의 경제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는 각종 우대 정책을 펼치며 장비 및 재료 국산화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1조위안(약 170조원)을 들여 15% 수준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 교수는 중국의 정책을 참고해 ‘부품소재기업육성특별법’과 같은 형태로 법제화하고 이 분야를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국형 평가팹 구축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업체들이 반도체 소자업체와 동일한 환경에서 시험하려면 12인치 웨이퍼 기반의 전후속 공정 및 분석 설비가 필요하다. 이런 설비를 갖춘 소재부품 업체 비율은 고작 5.8%다.

대기업 협력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수율 평가를 통과한 제품의 일정량을 대기업이 구매하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소중견기업이 개발한 품목을 공급할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지속적인 R&D 지원도 강조했다. 중소기업 개발 인력 이탈 가속화를 막기 위해서다. R&D 예산은 인력 수급과 직결된다. 박 교수는 국가 R&D 예산 삭감이 반도체 전문 인력 감소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반도체 석박사 인력은 2006년 97명에서 2016년 23명으로 10년간 77% 줄었다. 국내 상당수 부품 기업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박 교수는 "2012년부터 산업부 소관 반도체 분야 R&D 사업 지원 예산이 꾸준히 감소했다"며 "산·학·연 활동에 대한 정부 예산 증액 및 세액 공제 등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 지원과 업체의 개발 의지가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정부가 바뀌더라도 지속할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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