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업계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관심을 높인다. 기존보다 낮은 수수료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데다가 앱으로 간편하게 자산 관리를 할 수 있어서다. 다만 높은 기술 개발 비용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핀테크 업계는 주요 플랫폼 지위를 확보하려는 사업자들이 이용자 수를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측한다. 또 업체 간 합종연횡이 활발할 전망이다.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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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금융 산업 곳곳에서 조금씩 뿌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 합성어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 자산 배분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다. 즉 펀드 매니저 대신 인공지능(AI)이 자산관리를 한다.

한국에서는 2016년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정부는 로보어드바이저 비대면 투자일임 계약 자기자본(40억원) 요건을 완화하고 펀드·일임재산 위탁을 허용했다. 이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범위도 점차 확대되면서 경쟁이 붙었다.

또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핀테크 업체들이 앞다퉈 소액투자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은 것도 서비스 활성화에 힘을 실었다. 이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비대면 투자 거부감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또 거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 투자자에게도 자본시장 접근 문턱은 조금씩 낮아진다.

핀테크 업체인 디셈버앤컴퍼니 정인영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서비스 경쟁에서 플랫폼 경쟁으로 넘어가는 시기다"라며 "핀테크 분야의 페이스북이 등장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왼쪽부터)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 홍융기 KB자산운용 본부장,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대표, 이창헌 미래에셋 본부장이 8일 오전 서울 강남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IT조선
(왼쪽부터)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 홍융기 KB자산운용 본부장,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대표, 이창헌 미래에셋 본부장이 8일 오전 서울 강남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IT조선
◇ 수익성·이용자 신뢰도 확보는 과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수익성 확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핀테크 사업분야 중에서도 기술 집약도가 높다. 인력 확보와 기술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은 많은 반면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내건 탓에 수익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즉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박리다매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금융 분야 R&D 투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더디기만한 기술 개발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한국이 GDP 대비 R&D(연구개발) 분야에 쏟아붓는 자금 규모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R&D 집약도(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4.5%로 세계 1위다. 미국은 2.7%, 일본은 3.14%에 그쳤다.

하지만 금융산업만 놓고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 금융산업 R&D집약도는 0.002%다. OECD 기준 세계 꼴찌 수준이다. 미국은 2015년 기준 금융분야에만 R&D 비용으로 6조4928억원을 쏟아부었다. 한국은 77억원에 그쳤다.

이용자 신뢰 확보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용자 사이에서는 아직까지 AI가 사람을 대신해 자산관리를 한다는 데 높은 의구심을 갖는다.

이창헌 미래에셋 본부장은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자 AI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 처럼, 펀드매니저보다 뛰어난 성과를 가진 서비스가 등장하면 이용자 신뢰도가 조금은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아직은 고객 신뢰 확보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이유로 IT기술과 데이터, 이용자 신뢰 등을 확보한 기존 플랫폼 사업자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홍융기 KB자산운용 본부장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자체가 이용자를 충분히 늘릴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플랫폼 비즈니스 성격을 갖고 있어 카카오 같은 IT업체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 수익률로 쏟아지는 관심 ‘위험’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수익률을 전면에 내거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익률만 내세우다 보면 자칫 서비스가 개미굴(투기 시장)으로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각에서는 국내 주식이 하락장임에도 불구하고 로보어드바이저가 비교지표(벤치마크)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하기도 한다.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대표는 "일반 투자자도 안정적이고 편리한 자산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수익률이 아닌 편리함을 판매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익률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서 중요하지 않다"며 "수익률을 내세우게 되면 서비스가 개미굴(투기 시장)로 들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