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리콜을 겪으며 다른 의미로 조직이 많이 성숙해지고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8월 현재 리콜 완료율이 97%를 넘어섰고, 리콜조치 후 해당 결함으로 인한 화재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적어도 더 이상 앞서 밝혀진 결함 문제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자동차 화재와 관련해 BMW 조직과 구성원 모두 전문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가겠다"

주양예 BMW그룹코리아 홍보총괄 상무는 "화재 이슈로 이야기를 꺼낼 회사가 우리말고 또 누가 있겠냐"며 "세일즈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지난 1년 동안 많은 경험을 쌓았다. 수동적으로 움추려들기보다 능동적으로 시장 변화를 이끌어가겠다" 그동안을 돌아봤다.

2018년 여름은 BMW에게 악몽과 같은 시기였다. 국내 수입한 디젤차에 화재사고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7월 26일 42개 차종 10만6000여 대에 대한 긴급 안전 진단과 함께 리콜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와 BMW의 자체 조사에서 화재 원인으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의 흡기다기관 결함을 지목했다. 정부의 BMW 운행중지, 전국 주차장 등에서 벌어진 ‘BMW 주차금지 운동', 검찰조사와 국정감사 등이 이어졌다. 수입차 판매 2위는 유지했지만, 이전같지 않은 브랜드 파워 덕에 1위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격차는 벌어져만 갔다.

 8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열린 제1회 BMW 오토 살롱. / BMW그룹코리아 제공
8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열린 제1회 BMW 오토 살롱. / BMW그룹코리아 제공
BMW그룹코리아가 8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제1회 ‘BMW 오토 살롱’ 행사를 개최했다. 소규모 미디어 그룹을 대상으로 회사측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라 자유로운 토론을 나누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첫번째 행사는 BMW코리아가 지난 5년간 발생한 화재 요인을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와 사례를 공유하고, 자동차 화재의 원인과 대처방법 등을 논의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 3번의 리콜, 56만건의 전화 연결

화재이슈가 발생한 뒤 BMW코리아는 총 4번의 대규모 조치를 취했다. 2018년 7월 10만5651대에 대해 안전진단을 시행, 99.2%가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10만4093대에 대한 1차 리콜에 돌입, 99.7%가 서비스센터에 입고돼 조치를 받았다. 이어진 2차 리콜은 6만3788대 중 96.8%, 추가적인 흡기다기관 리콜은 16만11144대 중 93.5%가 수리를 마쳤다. BMW코리아는 리콜 조치 이후 관련 결함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국내에서 단 한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BMW의 4기통 엔진. / 안효문 기자
BMW의 4기통 엔진. / 안효문 기자
리콜 대상 차종 보유자에게 BMW코리아가 전화 연결을 시도한 횟수는 56만2387건, 이중 24만4085건이 연결돼 리콜을 안내했다.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거나 리콜수리를 받지 않은 차는 2400여 대, 이들에게는 30회 이상 문자 등으로 연락을 취하는 등 지속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BMW 차주 중 상당수가 ‘주차장 출입금지'로 당황한 경험이 있다. 회사는 소비자 제보와 웹사이트 등을 바탕으로 ‘BMW 출입금지' 펫말을 붙인 주차장이나 건물에 직원을 파견한다. 건물주 등에게 리콜이 확인된 차는 안전하다는 점을 알리고, 차주들이 주차문제로 곤란함을 더 이상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 자동차 화재의 절반은 잘못된 외부기기 장착

소방청에 따르면 연간 5000여건 의 자동차 화재 사고가 한국에서 발생한다. 하루에 약 14건의 자동차 화재사고가 발생한다는 것. 내연기관차는 가솔린, 디젤, LPG, CNG 등 가연성 높은 물질을 태워 힘을 얻는다. 연소 후 가스를 처리하는 배기 시스템은 항상 고열에 시달린다. 자동차의 전장화가 가속화되며 차 내부에 많은 배선들이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가 화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BMW그룹코리아는 지난 5년간 발생된 화재 원인을 자체 분석한 결과 EGR 요인 및 원인불명을 제외한 화재 대부분이 전손차량 임의 개조, 외부 수리, 엔진 튜닝, 외부 장착물, 부주의 등 외부 요인에 의한 화재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박해범 BMW그룹코리아 기술팀 매니저가 자동차 화재 원인을 발표하고 있다. / BMW그룹코리아 제공
박해범 BMW그룹코리아 기술팀 매니저가 자동차 화재 원인을 발표하고 있다. / BMW그룹코리아 제공
외부 요인으로 인한 화재 중 ▲외부 기기의 잘못된 설치로 인한 화재 비중이 50% ▲승인되지 않은 외부업체 이용 또는 불법 엔진 개조 등 잘못된 외부 수리로 인한 화재가 28% ▲차랑 관리 부족이 17%, ▲가연성 제품 발화 등 기타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5%를 차지했다.

BMW는 신차 출고 시 PDI 센터에서 자체 인증한 블랙박스 등 외부기기를 시공 작업해 제공한다. 조사결과 잘못된 배선작업, 전류 허용량이 낮은 전선 사용, 퓨즈 미설치 등 잘못된 시공으로 인한 사고가 다수 발생해서다. BMW는 차 무게배분을 위해 배터리를 트렁크에 설치한다. 그런데 블랙박스 배선 작업을 헤드라이너(차 지붕 상단)에 할 경우 커튼 에어백과 맞닿아 화재 원인이 되기도 한다. BMW에 대한 정비 지식이 부족한 결과 안전장치인 에어백이 도리어 화재를 키우는 원인이 되는 웃지 못할 사례다.

승인되지 않은 외부업체의 무리한 수리도 화재의 주 요인 중 하나다. 불법 개조로 촉매변환기를 제거해 발생한 화재, 폐차를 요하는 전손 차량을 임의로 개조하여 다시 부활시킨 이른바 ‘전손부활 차량’ 화재 등이 포함된다.

지난 6월 26일 판교 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일어난 7시리즈 차량 화재 사고가 이러한 전손부활 차량 화재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지난해 8월 중순 전북 임실에서 화재가 발생한 BMW X1 차량 역시 2012년에 전손 처리된 후 부활한 차량으로 이것이 화재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 받았다. 지난해 발생한 BMW 화재 중 전손부활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는 7월 19일 520d와 8월 24일 220d 등 한달새 이미 3건이나 보고된 바 있다.

수리를 통보받았으나 수리를 하지 않은 채 운행 중 화재가 난 경우 및 고객 부주의로 일어난 화재의 경우는 장기적인 리콜 미이행, 오일 및 연료 계통 등의 관리 부족으로 인한 화재, 실내에 보관된 라이터에 의한 화재 등도 보고됐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 화재 징후 발견하면 대피가 우선, 보닛을 여는 것은 ‘금물'

차에 불이 나기 전 운전자는 연기, 타는 냄새, 냉각수 부족 경고등, 엔진과열 경고 등으로 위험을 알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경우 운전자는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갓길 및 안전지대로 차를 이동한 뒤 하차해야 한다. 이후 119 신고 및 각 브랜드의 콜센터에 신속히 사고신고를 접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차량 화재가 발생할 경우,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 진행에는 최대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1차로 차주의 화재 원인 조사에 대한 동의를 받고, 이후 제조사 또는 국립과학수사대나 제3기관으로부터 차량에 대한 정밀 조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연기가 나는 차의 보닛을 열고 심각한 표정으로 상태를 살피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러나 박해범 BMW그룹코리아 기술팀 매니저는 화재 위험이 있는 차의 보닛을 여는 건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보닛 아래 엔진룸에는 가연성 물질이 가득 차 있는데, 후드를 열면 말 그대로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타이어 등 차 외부에 발화원인이 확인되는 화재는 휴대용 소화기 등으로 초동 대처가 가능하지만, 탑승객의 안전을 생각했을 때 엔진룸에서 불이 날 위험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