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경제 전쟁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유영민 장관이 유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국제 정세 영향으로 최기영 후보자 선정 과정이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다.

최기영(사진)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9일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선임됐다. 최 교수는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산·학·연 분야에서 두루 활동한 경험이 있다.

청문회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신임 최기영(사진) 후보자가 AI 등 분야 전문가인 만큼 신임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선임하기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관련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최 후보자는 학계와 업계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는 인물이다. 유현규 ETRI 반도체공학회 회장은 "최 후보자는 순수한 학자이지만, 한국 반도체 분야 성장을 위해 창립한 지능형 반도체 포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분이다"며 "반도체는 물론 시스템 모델링이나 알고리즘 개발 등 ICT 관련 분야에 참여하며 뛰어난 감을 보였고, 전반적으로 과학기술 분야 통찰력도 깊다"고 평가했다.

최 후보자는 AI 반도체 개발 연구를 하는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 센터장을 맡고 있다. 반도체공학회 수석부회장으로 과기정통부의 '지능형 반도체 포럼'에 참여했다. 주 연구 분야는 컴퓨터이용설계, 시스템온칩(SoC) 설계, 마이크로 프로세서 구조 등이다. 일본 수출규제로 어려워진 반도체 설계 분야와 연관성이 있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한일간 무역 전쟁에 따라 AI·반도체 전문가인 최기영 후보자가 선임된 것으로 안다"며 "국가 R&D 등 당면 현안이 큰 만큼, 정책적 능력을 확인하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장관으로 취임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과기정통부 장관 인사 만큼 누가 될 지 예측 불허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국가적인 경제 위기 상황인 만큼, AI 등 분야 전문가인 최 후보자가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카이스트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1983년 금성사, 1989~1991년 미국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을 거쳐 199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후 저전력 반도체 시스템을 연구했다. 2016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이 됐다.

동생인 최무영씨는 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이며, 누나인 최영애 전 연세대 교수(중어중문학)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부인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최기영 장관 후보자는 반도체 분야 세계적인 석학으로, 한국이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현재도 AI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는 국내 반도체 연구·산업 발전의 산증인이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국가 연구개발 혁신을 주도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는 등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ICT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