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 구글을 마다하고 암호화폐거래소 차린 이유

입력 2019.08.12 06:00

스탠포드→ 구글 → 암호화폐 거래소…"혁신 생태계 확장 앞장"

"세계서 기술 인재가 모여 혁신 기술을 다루고 생태계 확장에 열심인데, 이런 (중기부의 암호화폐 거래소 벤처기업 지정 제외) 취급을 받아 안타깝다. 구글을 마다하고 블록체인 거래소 설립에 뛰어든 이유는 혁신 기술을 다루고 새로운 생태계 확장에 앞장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단순히 거래 중개 역할만 하는게 아니다. "

공윤진 고팍스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스트리미 제공
공윤진 고팍스 공동창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8일 청담동 스트리미 본사서 IT조선 기자와 만나 현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을 논의하며 이같이 말했다.

고팍스는 2015년 설립한 블록체인 업체 스트리미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다. 설립 초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해외 송금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면서 신한은행과 펜부시 캐피탈,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투자받았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7년 11월 스트리미는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를 선보였다.

◇ 스탠포드 인재가 암호화폐 업계로 취업한 이유…"혁신 앞장, 이만한 곳 없다"

공윤진 CTO는 고팍스 거래 시스템 전반을 설계했다. 현재는 거래 시스템 운영과 유지, 보수 작업에 쓰이는 코드 검토에 주력한다. 타 암호화폐 프로젝트 상장 시 백서를 훑어보고 기술적으로 검토하는 역할도 한다.

공 CTO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를 따고 곧바로 공대생들의 ‘꿈의 회사’로 불리는 구글에 취업했다. 그런 그가 블록체인 업체 스트리미를 공동 창립하고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 CTO로 몸담게 된 이유는 뭘까.

공 CTO는 컴퓨터 공학만으로는 혁신을 도모하거나 새로운 일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학생 때 그는 AI 연구에 손을 대봤다. 공 CTO는 "미국이나 한국 모두 AI 기술을 활용하는데 (데이터 및 기술 관련) 제한이 컸다"며 "AI 분야 연구로 느낀 것은 혁신을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한 조직 또는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조직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런게 아니라면 컴퓨터 공학만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2000년대 IT 붐 이후 설립한 회사들만 봐도 그래 보였다.

그는 "마침 분산시스템 기반 완전히 새로운 분야(블록체인)가 생겼고,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기술·금융적 측면에서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핵심이라는 믿음도 그가 이 분야에 입성하는 데 한 몫 했다.

공 CTO는 "과거의 분산시스템에서는 실시간으로 분산된 시스템에 참여하는 이들이 균형을 맞춰가며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미해결된 숙제였다"며 "블록체인 등장으로 이제는 컴퓨팅 주권을 개별 사용자에게도 돌려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이 그 동안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단번에 해결한 신기술이라는 것이다.

◇ 암호화폐 거래소, ‘기본’만 지키면 문제 없다

고팍스는 거래 매칭 시스템(OMS)과 본인확인·자금세탁방지 모듈, 암호화폐 예치(DASK) 시스템과 관련해 수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국내서 두 번째로 많다. 블록체인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한 블록체인 업체는 코인플러그다.

이는 타 암호화폐 거래소와 확연히 다른 행보다. 관련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 위해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 자금을 써가면서 고팍스가 특허를 출원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공 CTO는 "단기간에 거래소 현금 유동성을 불리는 게 목표면 최저 비용으로 운영관리에 힘 쓰는 게 맞다"며 "고팍스 목표는 이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고팍스 목표는 일반인 사용자의 암호화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를 위해 거래소가 시스템 전반을 직접 유지하고 수정하는 등 내재화에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팍스는 직접 시스템을 관리하고 자율 규제에 나서면서 해킹 등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 공 CTO는 이에 대해 "대부분 사고는 전혀 모르는 부분에서 터지는 게 아니라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될 확률이 높다"며 "시스템 설계, 망 관리, 프라이빗 키 관리 등 기본에 충실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내 자금 횡령과 내부자 해킹 등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일부 거래소는) 처음부터 생태계 확장이 아니라 수익만을 목표로 거래소를 설립했다"며 "(거래소가)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에 나서면 거래 서비스로 확보한 고객은 물론, 일반인을 상대로 블록체인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공윤진 고팍스 CTO./ 사진=스트리미 제공
◇ 블록체인 서비스, 수요와 니즈 보고 실행해야

최근들어 삼성전자와 카카오 등 일부 대기업은 디앱 유치에 한창이다. 하지만 디앱 활성화는 더디기만 하다. 이유가 뭘까. 공 CTO는 아직 시기적으로 이르지만 무엇보다 ‘충분히 큰 유저 풀’ 또는 ‘네트워크’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그는 "다양한 디앱을 담기 위해 기업서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다"며 "아직은 기술적 성숙도가 부족하다. 또 기존 앱처럼 접근성 높은 디앱도 없을 뿐더러 고객 수도 많지 않아 아직은 (디앱으로) 할 수 있는게 적다"고 말했다.

디앱을 개발할 때 기존 사용자가 이미 잘 쓰고 있는걸 블록체인으로 다시 만드는게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을 긁어줘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공 CTO 생각이다.

그는 "한국은 신용카드를 사용하기에 최적화된 국가다. 때문에 (신용카드가 가장 많이 쓰이는) 리테일 분야는 뚫기 힘들 것이다"라며 "성공한 기존 서비스를 따라하기 보단, 사용자가 신용카드를 멀리두고 굳이 암호화폐를 사용해가면서까지 디앱을 써야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공 CTO는 데이터주권(DID)과 게임, 금융 분야서 블록체인 활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점쳤다. 그는 특히 데이터주권과 관련해 "제3자가 아닌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블록체인의 명확한 가치가 입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는 (퍼블릭 블록체인에 올라가는 정보는 프라이버시 맥락에서 관리가 안되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개인정보 관리를 위한 만능키는 아니다"라면서도 "기술적 성숙도가 무르익으면 먼 미래엔 개인 데이터를 퍼블릭 블록체인에 올리더라도 프라이빗하게 처리 가능해 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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