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보자 '극일' 부담 떨쳐야… R&D 혁신 '기대' 정보통신 '우려'

입력 2019.08.13 12:19 | 수정 2019.08.13 12:58

최기영 후보자를 향한 엇갈린 시선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도 하기 전에 현안 점검에 분주하다.
특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책 요구가 벌써부터 최 후보자에게 빗발쳤다.

12일 국립과천과학관 3층에 마련한 임시 사무실에 첫 출근한 최 후보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근본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9일 장관 후보 지명 때에도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후보자 신분인 그에게 이 과제가 벌써 큰 압박감으로 다가왔음을 방증한다.

그런데 소재 기술 자립을 위한 연구개발(R&D) 혁신은 단시간에 이뤄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기초과학 R&D는 전반에 걸쳐 오랫동안 지속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최 후보자도 "과학기술정책은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면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12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도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으로 첫 출근하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모습. / 이광영 기자
고작 1~2년인 장관 임기다. 최 후보자에 지워진 과도한 소재기술 자립 성과 요구는 자칫 과기정통부 장관 업무 수행에 차질을 줄 수 있다. 특히 과기정통부 업무의 양대 축인 정보통신 분야는 과학기술과 달리 신속하면서도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요구된다. 산적한 현안 해결이 늦어져 4차산업 혁명 변혁기에 맞은 또다른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해결해야 할 정보통신 분야 현안이 쌓여있다. ▲5세대(G) 이동통신 활성화 ▲방송통신규제 거버넌스 ▲유료방송 합산규제 결론 ▲유료방송 인수 및 합병(M&A) 처리 ▲망 중립성 원칙 법제화 여부 ▲알뜰폰 지원 합리화 ▲데이터3법과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 등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위축된 정보통신산업계에 활력을 줄 새로운 정책과 비전 제시가 시급하다.

최 후보자는 기초과학 분야 R&D 프로세스를 점검해 혁신을 이루고, 수출 규제에 대한 근본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반 산업 활성화로 소재 및 관련 기술의 자립 역량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최 후보자는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한국의 R&D가 한단계 도약할 것"이라며 "기초과학 분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한국을 자랑스런 국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 후보자에게 ‘극일(일본을 이기다)’의 핵심 주체로 나서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소재 분야를 총괄하는 곳은 엄밀히 말해 산업통상자원부다. 통상무역업무도 산업부 소관이다. 과기정통부는 관련 국가 R&D 기획에 더 역할을 할 수 있다. 중장기적인 R&D 혁신 전략을 기반으로 뿌리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과기정통부의 한일 기술무역전쟁 개입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최 후보자에게 지속적으로 일본 수출 규제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식의 부담을 줄 필요가 없다.

최 후보자의 두 차례 소감문에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전임 유영민 장관이 전력으로 밀었던 5G플러스 전략은 물론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갈등까지 빚은 방송 분야 관련해 이렇다할 언급도 없다. 기자들이 5G 관련 질문을 했을 때도 "5G 세계 최초 상용화 성과를 토대로 앱이나 콘텐츠 개발을 잘하면 5G의 완성을 이룰수 있다"는 식의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아직 부족한 상태다. 당분간 이 분야 담당 제2차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방통위와 최근 충돌한 방송 규제 관할권 이슈는 민감한 사안이다. 지상파 방송은 방통위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은 과기정통부가 총괄한다. 방송용 주파수 관리도 과기정통부 관할이다. 이효성 전임 방통위원장은 퇴임 당시 방송 관련 규제를 방통위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혁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도 12일 방송통신 규제업무 일원화에 동조한다는 의견을 냈다. 시민단체 출신 변호사인 한 후보자는 ‘가짜뉴스’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벌써 미디어 산업계에 논란을 일으켰다. 한 후보자에 비해 ‘얌전한’ 최 후보자다. 최 후보자가 이슈를 놓칠 경우 논의의 주도권을 방통위가 가져갈 수 있다.

학계와 정보통신업계는 최 후보자의 중장기적 R&D 혁신에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과학자 한길만 걸은 그의 이력을 이유로 정무 감각과 행정 능력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정보통신 현안을 빠르게 챙기고 주도하는 모습으로 이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최 후보자는 자신의 경력이 편중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산업군과 협업 경험을 통해 정보통신 분야 활성화를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최 후보자는 "경력의 대부분을 반도체와 AI 연구자로 보냈는데 이는 과기정통부가 살펴야할 분야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다양한 산업군과 협업해 성과를 이룬 저의 경험은 정보통신 분야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 한 관계자는 "최 후보자는 시스템 모델링이나 알고리즘 개발 등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분야에도 뛰어난 감각이 있고, 통찰력도 깊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아우르는 수장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대가 현실화하려면 최 후보자가 정보통신 분야 현안을 하루빨리 파악해야 한다. 최 후보자가 이만한 학습 능력과 리더십이 있는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어느 정도 검증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첫 정책 발표와 실국장 인사에서 그 성패 가능성도 가늠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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