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700㎒ 무료로 쓰지만 UHD 콘텐츠 제작 '인색'

입력 2019.08.16 06:00

일부 지상파 방송사가 재정 부족 등을 이유로 UHD 편성비율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매년 꾸준히 UHD 콘텐츠를 늘려갈 계획이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

지상파 방송사는 황금 주파수라는 평가받는 700㎒ 대역을 무료로 쓰는 조건으로 UHD 콘텐츠 시장 활성화 등을 약속했지만, 일부 방송사는 나몰라라 식의 행보를 보인다. 700㎒ 대역은 2011년 정부가 세운 모바일 광개토플랜 계획(2020년까지 통신용으로 600㎒ 폭의 주파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LTE 용으로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지상파 방송사의 UHD 상용화를 위한 할당 요구에 따라 무상으로 제공한 대역이다.

방통위는 UHD 편성 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지상파 방송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을 부과하지만, 돈이 없다는 지상파를 대상으로 투자 강제를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배째라식 행태는 2019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IT조선 DB
16일 방통위 한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편성 의무비율을 지키지 않는 방송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는 13일 전체회의에서 UHD 방송국 허가 조건을 위반한 한국방송공사(KBS), 대구문화방송(대구MBC), 대전문화방송(대전MBC) 등 3개 방송사업자에 대한 시정명령(안)을 심의·의결했다. 2018년 UHD 프로그램 의무 편성비율(10%)를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4월부터 ‘지상파 UHD 추진점검 TF’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회의 끝 내놓은 해답은 ‘UHD 편성비율 산정기준 완화'다. 일시적으로 편성비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편의를 봐주는데도 여전히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업자가 나온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UHD 편성 확대를 유도하고자 한 허가조건 부가 취지 등을 고려해 향후 편성비율 위반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2019년도 편성비율을 준수하라는 취지로 시정을 명했다. UHD 방송은 법으로 강제하기 어렵다 보니 방통위는 허가를 내주면서 UHD 전환 요구와 함께 콘텐츠 활성화 세부 조건을 만들었다. 지상파들은 UHD 방송 의무 편성비율을 2018년 10%, 2019년 15%, 2020년 25%, 2023년 50%로 단계적으로 늘려 2027년에는 100% 편성해야 한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삐끗했다.

KBS1과 대구MBC, 대전MBC는 2018년 각각 8.5%, 9.3%, 9.3%를 달성해 편성비율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SBS와 MBC는 2018년 의무편성비율 10%를 충족했지만, KBS1TV는 8.5%로 현저히 낮은 달성률을 기록했다. 상임위원들은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모범을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구MBC는 "광고가 시급하고 절박해 편성비율을 지킬 수 없어서 양해바란다"고 진술을 해 상임위원의 질타를 받았다.

◇ 지상파 사정 봐주다 누더기 정책 우려도

지상파 3사는 세계 최초로 UHD 방송을 개시했지만, 보급 속도는 더디다. 재정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2015년만 해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국민 모두에게 질 좋은 UHD 방송을 무료로 보게 하겠다"고 약속하며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700㎒(메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무료로 할당받았다.

이 대역은 신호 품질이 우수해 통신용으로 할당하면 정부가 1조원쯤의 국고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지상파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지상파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방통위는 UHD 편성비율을 높이기 위해 결국 UHD 프로그램 인정 기준까지 완화했다. UHD 방송의 제작·투자여건 등을 감안해 지상파 UHD 방송의 편성비율 산정기준이 되는 ‘UHD 프로그램 인정기준‘의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지상파 UHD 활성화에 기여하는 프로그램, 반복방송 및 재가공 프로그램 인정기준 변경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2022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HD UHD 채널에 드라마 동시 편성 어려운 경우 HD 방송 후 7일 이내 UHD 방송하면 초방만 UHD 본방송으로 간주 ▲UHD 프로 50%이상이 4K로 구성돼야 하지만 제작초기여건 고려해 50% 미만이 4K 영상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4K로 방송된 시간만 인정 ▲UHD 스튜디오 및 중계차 제작프로 30%이상이 4K 영상으로 구성된 경우 초방 한해 편성시간 100% 인정 등을 허용했다. 본 개정안은 4분기인 10월부터 적용한다.

이는 파격적인 정책 변경이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정책이 만들어졌을 당시와 현재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의무편성 비율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UHD 정책 의지가 방송사의 요구에 맞춰 흔들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효성 위원장 역시 전체회의에서 "UHD 정책이 나온 지 2년 반밖에 안됐는데, 땜질식으로 하면 정책이 누더기가 될 수 있다"며 "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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