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인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다. 정맥이나 홍채를 이용해 돈을 찾는가 하면 공항에서 손바닥을 비추는 것만으로 탑승자 신원을 확인하는 서비스에 기술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든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Markets&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인증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8억달러(20조4000억원)에서 연평균 20%씩 성장해 2023년에는 418억달러(50조800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글로벌 성장세에 발맞춰 국내 생체인식 기술 시장 규모도 2021년엔 5634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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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인증은 개인마다 다른 지문, 홍채, 땀샘구조, 혈관 등의 생체 정보를 추출해 정보화해 본인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지문과 홍채, 안면(얼굴)만 보편화했지만 최근 정맥, 목소리, 서명, 걸음걸이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살아있는 생체를 본인 확인 수단으로 이용하기에 비밀번호 분실이나 도용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 보안성이 높기에 차세대 보안 기술로 각광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생체인증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은행권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4월 자동 현금 인출기(ATM)에서 손바닥만 대면 예금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금융사 최초다. 신분증이나 비밀번호 없이 손바닥 정맥만으로 출금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영업점 50곳에서 쓸 수 있고 연내 전국 영업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금융 당국의 적극적 개선 의지, 금결원 고객 정보 분산 보관 신기술, 금융회사의 도전적 혁신 등 힘을 모아낸 결실"이라며 "미래 금융회사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한은행은 ATM 109대와 키오스크 51대에 정맥 인증을 도입했다. 여기에 손바닥 인증 출금 서비스 도입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TM에서 손바닥 정맥 인증을 통해 출금 등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37% 정도다"라며 "사용률을 꾸준히 유지하면 앞으로 창구 등으로 서비스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정맥, 지문, 홍채인증 등이 가능한 키오스크 48대를 운영한다. IBK기업은행도 디지털 금융키오스크에서 은행 직원 없이 고객 스스로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뱅킹존’을 도입하고 정맥 인증으로 실명확인 및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조만간 정맥 인식을 기반으로 한 손바닥 인증 출금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밖에 DGB대구은행,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등 지방은행과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ATM 등 기기에서 손 정맥을 이용한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 금융당국의 적극적 유권해석이 시발점

은행을 중심으로 생체 인증 시장이 본격 활성화한 것은 적극적인 금융당국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 당국은 정맥 인증 등 바이오 인증 서비스가 금융 환경을 혁신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서비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6월 정례회의에서 은행 창구에서 정맥이나 홍채 등 생체 인증 등을 거쳐 본인 확인한 후에는 통장이나 인감 없이도 예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했다.

금융권의 노력은 공항으로 이어졌다. 금융권에 등록한 손바닥 정맥 정보를 공항공사와 공유해한다. 은행에 생체 정보를 등록한 고객은 공항에서 신분확인과 탑승수속 등 절차를 간편하게 마치게 된다. 면세점 결제나 환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및 식음료시설을 이용할 때에도 바이오인증으로 이용자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 대상 시설은 14개 국내 공항이며 이용 시기는 내년 1월로 전망된다.

 신한카드는 얼굴 인식만으로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개발해 시범운영한다. / 신한카드 제공
신한카드는 얼굴 인식만으로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개발해 시범운영한다. / 신한카드 제공
◇ 빨라진 보안 업체 움직임

생체인증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기반 기술을 갖춘 업체 발걸음도 빨라진다. 다양한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고유한 생체인식 기술과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앞서는 기업은 한국후지쯔다. 한국후지쯔는 정맥인증 팜시큐어를 앞세워 국내 은행권 대부분의 ATM과 키오스크에 적용됐다. 최근 멀티모달 방식에 주목하고 정맥인식 기술과 더불어 손바닥 패턴 인식, 얼굴 인식 등을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멀티모달 방식은 지문과 얼굴, 홍채 인식 등 생체인증이 2가지 이상 접목돼 사용되는 다중 인증 기술이다.

홍채 인식과 안면 인식 등은 국내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이리언스가 대표적이다. 이리언스는 홍채인식 알고리즘과 홍채인식 시스템, PC, 모바일 등 다양한 홍채인증·인식 활용 제품을 공급한다.

유니온커뮤니티는 지문과 얼굴 또는 홍채 인식을 결합한 멀티모달 방식 인증 시스템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파이브지티는 얼굴인증 출입문 통제 시스템 ‘지페이스봇(GfaceBot)’으로 홈 시큐리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바이오 인식 기업 슈프리마도 얼굴인식 시스템 ‘페이스스테이션2’와 ‘초박막 지문인식 슬림 모듈’ 등 2세대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