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을 중심으로 생체 인증 시스템이 속속 도입되는 가운데, 일본 제품이 이 시장을 휩쓴다. 기술 종속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금융당국은 일본산 소재는 모듈과 센서 등 일부 품목에 한정돼 그 영향도와 의존도가 낮은데다가 필요시 국산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해 문제가 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 / 한국후지쯔 제공
. / 한국후지쯔 제공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본인 인증 및 결제 수단 또는 공인인증서를 대체 수단으로 생체인식 시스템이 지속 도입 중이다. 이미 일부 은행들은 ATM 및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한 금융거래에 적용했다.

이 때 주로 정맥인식 방식을 이용한다. KB국민은행은 ATM 2884대와 키오스크 34대에 도입했다. 신한은행은 ATM 109대와 키오스크 51대에 정맥 인증을 도입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정맥, 지문, 홍채인증 등이 가능한 키오스크 48대를 운영 중이다.

IBK기업은행은 선릉역지점, 남대문지점 등 5개 영업점에서 디지털 뱅킹존을 시범 운영하면서 손바닥 정맥을 활용한 실명확인과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등도 조만간 비대면 기기에 손바닥 정맥 인증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밖에 DGB대구은행,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등 지방은행과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ATM 등 기기에서 손 정맥을 이용한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권이 정맥 인식을 선호하다보니 공항에까지 정맥 인식으로 된 시스템을 도입했다. 금융결제원은 6월 한국공항공사와 금융권 바이오정보 공동 활용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20년 1월께 금융회사에 등록한 손바닥정맥 정보를 14개 국내공항에서 이용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금융회사에 바이오정보를 등록한 고객이 공항에서 신분확인, 탑승수속, 면세점 결제, 환전, ATM 및 식음료시설 등을 원스톱으로 이용하도록 인프라 연계를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 정맥 인증은 후지쯔 등 일본 기업이 독점…기술 종속 위험 높아

은행들이 정맥인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지문보다 정확한 데다가 편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손을 올리는 행위만으로도 인증된다. 홍채나 다른 인증보다 고객들의 거부감이 덜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시스템에 생체인식 방식을 도입하려면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기업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며 "여기에 홍채와 지문, 정맥 등이 있으나 고객 선호도를 이유로 정맥 인증 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맥 방식으로 금융결제원 인증을 받은 기업은 후지쯔와 히다찌 등으로 일본 기업 뿐이다. 한국 기업은 홍채와 얼굴인식, 지문 등의 기술만 보유했다. 특허 문제로 인해 한국 기업은 정맥인식 관련 기술을 쌓기 힘든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주요 기관에 도입한 생체인증 방식을 일본 기업들이 독식해 버린 꼴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체 인식 원천 기술을 모두 일본 업체가 보유했다"며 "원천기술을 자국에서 보유하지 못할 경우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해외 기술회사에 종속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와 같이 정치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화웨이 스파이칩 문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국내 은행과 공항과 같은 핵심 시설의 주요 정보가 외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광범위한 데이터와 높은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했더라도 표시나지 않게 저장 데이터에 접근해 유출할 가능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생체 인식에 대한 금융당국의 무지와 오해를 거론한다. 여기에 기존 정맥인식 기술기 영업사원들의 도를 넘은 신기술 경쟁사 비방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들 사이에 홍채 등 다른 생체인식 기술 보안성이 정맥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고 인식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인증 소요 시간도 정맥 방식이 훨씬 빠르다고 판단한다고 한다. 업계는 이러한 그릇된 인식이 기존 정맥 인식 기술 기업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보안 기업 한 관계자는 "일부 금융당국 고위직들이 단순히 사진 한장만 찍어도 홍채를 카피할 수 있는 줄 아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채는 몇미터 밖에서도 카메라로 충분히 인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눈을 카메라에 붙여야만 하는 걸로 인식한다"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인식이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 단순 부품으로 정보 유출 불가…국내 기술 교체도 가능

반면 금융 당국을 비롯한 업계에서는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우려가 제기된 배경에는 일부 동의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맥인증기술은 이미 LG전자 등과 같이 국내업체에서 원천기술을 개발해 서비스 상용화를 완료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LG G8 씽큐에서부터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손바닥정맥 인식기술 탑재 완료한 상태다"라며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건 아니지만 언제든 인증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일본 수출규제 발생시 금융권 바이오인증시스템 운영에도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후지쯔에서 인식센서 등 재고물량을 충분히 보유한데다가 관련 프로그램 유지보수 주기는 3~4년으로 수출규제에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부품인 일본산 정맥기술은 통신·저장 기능이 없어 정보유출도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결제원 한 관계자는 "바이오인증시스템에서 일본산 소재(부품)은 모듈과 센서 등 일부 품목에 한정돼 그 영향도와 의존도가 매우 낮다"며 "필요시 국산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하며, 인식모듈과 센서는 바이오인증시스템의 일부 부품으로 정보저장 및 외부 정보전송이 불가한 단순 부품소재로의 역할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