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84)미소녀 엘프 정착시킨 판타지 명작 '로도스도 전기'

입력 2019.08.17 12:15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3040세대, 특히 남성이라면 금발의 절세미녀 ‘디드리트'를 기억할 것이다. 요정 엘프족 중 출중한 능력을 겸비한 하이엘프인 그녀는 160세 이상의 나이와 걸맞지 않는 미모로 당시 젊은 남성들의 시선을 독차지 했다. 그녀의 인기는 최근에도 캐릭터 프라모델과 피규어 상품이 나올만큼 유지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로도스도 전기'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저주받은 섬' 로도스를 무대로 주인공 청년 ‘판과 미소녀 하이엘프 ‘디드리트' 등 영웅들의 모험을 그린 ‘로도스도 전기(ロードス島戦記·Record of Lodoss War)'는 2005년 기준 시리즈 누적 1000만부 이상이 판매된 동명의 인기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소설 로도스도 전기 잿빛 마녀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갈무리
소설은 1986년 컴퓨터 잡지 ‘컴프티크'에서 ‘테이블 토크 롤플레잉게임(TRPG)’ 코너에서 먼저 연재된 것이 시초다. 작품은 ‘던전 앤 드래곤' 등 판타지 팬들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넓혀갔다. 이후 원작자 ‘미즈노 료(水野良)’는 팬들의 지지를 받아 첫 번째 소설책 ‘잿빛 마녀(灰色の魔女)’를 출간한다.

‘잿빛 마녀'로 출발한 이야기는 모험의 전일담을 그린 ‘로도스도 전설', 본편 ‘로도스도 전기', 속편 ‘신(新) 로도스도 전기' 등이 차례차례 출간되면서 시리즈 누적 1000만부 이상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한다.

8월 1일, 12년만에 출간된 로도스도 전기 소설 최신작 ‘서약의 보물왕관(誓約の宝冠)’ 일러스트. / 카도카와 제공
로도스도 전기의 인기가 폭발한 것은 1990년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등장하고부터다. 소설로 출발한 이 작품은 1988년 PC-8801과 MSX2 등 컴퓨터 게임 콘텐츠로 제작됐고, 이후 애니메이션과 만화 등 미디어믹스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비디오테잎이나 레이저디스크(LD)에 담아 판매하는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 콘텐츠로 제작된 ‘로도스도 전기' 애니는 1990년부터 1991년까지 13화 분량이 공개돼, 당시 누적 출하량 55만장을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참고로, 1985년 OVA 콘텐츠로 제작된 ‘환몽전기 레다'는 당시 3만장이 판매돼 시장에서 톱세일즈를 기록했다고 평가받았다. 로도스도 전기는 LD기준 6장으로 나뉘어 판매됐다. 55만장을 6으로 나누면 권당 9만1000장쯤 판매됐다고 계산할 수 있다. 1990년대 당시 로도스도 전기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로도스도 전기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 자켓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미소녀 하이엘프 ‘디드리트'의 모습을 그려낸 것은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애니메이션 제작자인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길고 가는 엘프의 귀 디자인을 정착시킨 인물이 이즈부치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그가 그린 디드리트 일러스트는 인기가 높았다. 로도스도 전기 팬을 뛰어넘어 수많은 남성들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패트레이버와 뉴 건담 등 메카닉 디자이너로도 유명한 이즈부치는 엘프의 귀를 길고 가늘게 디자인한 이유에 대해 1999년 잡지 인터뷰에서 "메카닉의 안테나 같은 이미지를 연상해 그렸다"고 말한 바 있다.

로도스도 전기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애니메이션은 원작 소설이 연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만큼 소설과 애니메이션은 각각 결말과 내용에서 차이를 보인다. 소설에서 사망한 캐릭터가 애니메이션에서 살아 있거나, 반대로 애니에서 죽은 자가 소설에서는 살아돌아온 경우도 있다.

섹시한 몸매의 여성 다크엘프 ‘피로테스'는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캐릭터의 인기가 치솟자 원작자 미즈노가 소설에도 해당 캐릭터를 추가했다.

1998년에는 첫 TV 애니메이션 ‘로도스도 전기 영웅기사전(ロードス島戦記 英雄騎士伝)’이 제작된다. 로도스도 시리즈 소설을 출간한 카도카와서점이 투자해 제작한 이 애니메이션은 OVA에 담은 ‘영웅전쟁'이 끝난 뒤의 이야기를 그렸으며, 새로운 주인공 ‘스파크'와 ‘니스’를 전면에 앞세웠다.

로도스도 전기 영웅기사전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참고로, 영웅기사전 애니메이션은 카도카와가 캐릭터 비즈니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첫 번째 콘텐츠이기도 하다. 영웅기사전에서 디드리트 목소리를 연기했던 성우 ‘니시야마 시호'는 애니메이션 21화 녹음 후 급성백혈병으로 쓰러져 2년 뒤 29세의 젊은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로도스도 전기 영웅기사전 오프닝 영상. / 유튜브 제공
다수의 게임 콘텐츠를 탄생시킨 ‘로도스도 전기'

로도스도 전기는 ‘던전 앤 드래곤' 등 TRPG에서 파생된 작품인 만큼 다수의 게임 콘텐츠가 제작됐다. 로도스도 전기 첫 번째 게임은 1988년 PC-8801과 MSX2로 등장했던 롤플레잉게임 ‘잿빛 마녀'다. 이 게임은 이후 X68000, PC-9821, FM타운즈 등 컴퓨터와 윈도95용으로도 등장했다.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게임은 8비트 게임기 PC엔진으로 등장한 ‘로도스도 전기'다. 이 게임은 PC용 잿빛 마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CD롬 매체의 장점을 활용해 OVA 애니메이션 콘텐츠 영상 일부와 성우가 연기하는 캐릭터 목소리를 담았다.

PC엔진 버전 ‘로도스도 전기'. / 유튜브 갈무리
PC엔진 게임기로는 1994년 슈퍼CD롬2용 콘텐츠 ‘로도스도 전기2’가 출시됐다. 같은 해 16비트 게임기 메가드라이브 CD롬 콘텐츠로도 ‘영웅전쟁'이라는 로도스도 전기 게임이 등장했다.

1995년에는 마신왕과의 전쟁 이후를 그린 게임이 16비트 게임기 슈퍼패미컴용으로 출시됐다. 2000년에는 32비트 게임기 드림캐스트로 ‘로도스도 전기 아신강림'이 등장했다.

로도스도 전기를 소재로 한 가장 최근 게임 콘텐츠는 2016년 서비스 된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이다. PC용 대규모참가형롤플레잉게임(MMORPG)로 개발된 이 게임은 네오위즈 피망을 통해 지금도 서비스되고 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