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 "기술거인 정보독점 막아 '더 나은 세상' 만들고파"

입력 2019.08.19 09:27 | 수정 2019.10.02 14:52

[인터뷰] 필릭스 쑤 알파(ARPA) 대표

블록체인과 기술산업계가 최근 ‘알파(ARPA)’라는 한 중국 스타트업을 주목한다. 구글과 우버, 아마존, 화웨이 출신 기술자와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시스템을 구축한 인물들이 주축인 이 회사에 중국 대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창립 2년도 채 안 된 스타트업에 유명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할 정도로 한창 주가를 높이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암호화 분야서 각광받는 다자연산(MPC: Multi Party Computation) 기술과 블록체인 투명성과 탈중앙화, 보상 체계 개념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며 등장했다. 회사명은 알파인데 블록체인 업계가 코인을 발행하는 스타트업을 지칭할 때 부르는 프로젝트를 함께 붙여 쓰기도 한다.

MPC는 서로 신뢰하지 않는 다수가 각자의 핵심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도 이를 활용해 연산 및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다. 지난 1982년 저명한 중국 전산학자 앤드류 야오가 ‘두 백만장자의 재산 대결’이라는 문제를 예로 들며 제시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백만장자 A와 B가 서로의 재산이 많고 적음을 따질 때, 자신의 재산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가정하자. MPC는 이 때 서로의 재산을 공유하더라도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채 믿을만한 중간자를 두고 확인할 수 있다.

필릭스 쑤(Felix Xu) 알파(ARPA) 대표는 지난 14일 오후 IT조선 기자와 만나 "데이터를 중간자에게 공유하다보면 이 중간자는 데이터를 독점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으로 이러한 독과점 문제 등을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필릭스 쑤(Felix Xu) ARPA CEO./사진=김연지 기자
알파 프로젝트는 기업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MPC 솔루션을 제공한다. 알파 솔루션은 다수 참여자들이 이 솔루션에 자신의 데이터를 입력한 그 총량을 연산해 결과값만 가져온다. 기업은 다른 기업에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도 결과값만 볼 수 있으며,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작업도 할 수 있다.

쑤 대표는 "기업이 알파 솔루션을 활용할 때마다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한다"며 "A기업이 알파 솔루션으로 데이터 분석을 시도할 때 이 기업은 알파 토큰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솔루션은 현재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 보상받은 토큰을 기업들이 알파 솔루션을 활용할 때 쓰거나 받을 수 있다.

데이터 보안 산업 투명화를 꿈꾸며 모인 ‘실리콘밸리 드림팀’

알파 프로젝트는 구글과 우버, 아마존, 화웨이 출신 기술자와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시스템을 구축한 인물로 구성됐다. 저마다 경력이 화려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누구나 일하고 싶어하는 꿈의 직장을 멀리하고 스타트업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점이다.

쑤 대표는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출신으로 벤처캐피털에서 일을 해왔다. 그는 "대기업에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자그마한 역할만을 맡아서 한다"며 "팀원들은 대기업의 한 부분이 되기 보다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일을 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쑤 대표는 특히 글로벌 기업에서 직접 일하다보니 보이는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룸버그와 로이터, 다우존스 등은 세계 데이터를 수집해 기업에 제공한다"며 "하지만 사실상 데이터 강자는 이들이 아니라 구글과 페이스북같이 세계 수십만명의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한 글로벌 기술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데이터가 한 곳에 집중되다 보니 독과점 시장이 형성됐고, 더 이상 공정한 공유 경제 세상을 꿈꾸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들 간 데이터를 안전히 공유하고 분석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모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중앙자 없이도 데이터를 암호화해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 /알파 프로젝트 제공
그런데 이들이 몸을 담았던 기업 일부도 MPC 솔루션은 갖고 있다. 굳이 블록체인 개념이 더해질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쑤 대표는 "MPC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은 자체 시스템에 모이는 데이터를 열어볼 수 있다"며 "이는 중앙화된 기업을 더욱 중앙화시키는 꼴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데이터가 모이면 모일수록 해킹 문제도 도사린다"며 "특히 ‘제 2의 멜트다운(원자로 연료봉이 녹는 원전사고)’이라고도 불리는 ‘포어섀도우(foreshadow)’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포어섀도우는 기업 프로세서 내부 별도 보안 공간을 공격하거나 가상머신 내 정보를 유출하는 해킹 종류 중 하나다. 기업 CPU에 데이터가 많이 모일수록 공격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일각에선 포어섀도우 발견으로 더이상 CPU 보안영역에 대한 과신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블록체인을 곁들이면 이러한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쑤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블록체인 환경에선 해킹이 힘들다"며 "기존 글로벌 기업과 같이 데이터를 암호화 처리해 공유할 수 있게 하면서도 해킹 위협을 없애고 데이터 투명성을 끌어올린 것이 알파 프로젝트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출범 1년 6개월 만에 대기업 러브콜 이어져

이런 알파 프로젝트의 기술력을 알아본걸까. 창립 2년도 안돼 중국 대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진다. 지금까지 알파 프로젝트와 손잡은 업체만 해도 알리바바와 바이두, 앤트파이낸셜, 징둥닷컴, CAICT, 포선그룹, 시노캠 등이 있다.

쑤 대표에 따르면 알파 프로젝트는 중국 공업정보화부 정보통신연구원(CAICT)과 알리바바, 바이두, 앤트파이낸셜과 함께 손 잡고 MPC 국가기준을 세운다. 징둥닷컴과 포선그룹, 시노캠 등과는 블록체인 MPC 개념증명(PoC)에 박차를 가한다.

쑤 대표는 "중국 기업은 그동안 데이터를 공유할 때 공유 정보가 투명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또한 날 것의 데이터 그대로를 상대 기업에 공유하는 것 역시 꺼렸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 솔루션을 통하면 투명한 데이터 수집뿐 아니라 분석도 가능하다"며 "금융권이라면 테러리스트 등 의심고객의 신원확인(KYC: Know Your Customer)과 같은 데이터 결과값을 받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알파 솔루션은 금융 산업을 시작으로 디지털 광고, AI·헬스케어, 개인 데이터 분야로 솔루션 적용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데이터를 단순히 공유하고 분석할 뿐 아니라 향후 데이터로 개인 맞춤형 스마트 광고 서비스 또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쑤 대표 주장이다. 그는 블록체인과 핀테크에 관심이 높은 한국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한다.

"메인넷 올 4분기 출시, 산적한 과제는 많은 기업 참여로 해결"

혁신기술을 다루긴 하지만 아직 알파 프로젝트가 해결할 숙제가 산더미다. 쑤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 MPC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기술"이라며 "MPC 자체에 대한 인지도 또한 높지 않은 만큼, 이 기술에 대한 전반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더리움 기반 알파 프로젝트 메인넷은 올해 4분기쯤 출시될 예정이다. 메인넷이 나오는대로 기업이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더리움은 아직 트랜잭션 처리나 속도 면에서 더디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더리움은 충분히 확장성 있는 기술"이라며 "알파 프로젝트에선 데이터 처리 기록만을 이더리움에 남기고 실질적인 처리나 분석은 외부에서 따로 관리한다. 속도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쑤 대표에게 알파 프로젝트 최종 목표를 물었다. 쑤 대표는 "많은 기업이 알파 솔루션을 사용하면서 데이터 산업에 현존하는 독과점 문제 등이 해결되길 바란다"며 "규제로 산업을 위축시키기보다는 혁신기술로 이러한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독과점을 막고 각자에게 모이는 데이터를 공유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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