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 "특금법 통과되면 블록체인 산업 옥석 가릴 수 있다"

입력 2019.08.20 06:00 | 수정 2019.10.02 14:51

[인터뷰]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블록체인 산업계에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사막 위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기본적인 법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아 사기가 난무하는 시장에 신뢰를 부여할 수 있는 법적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금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6월 공개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자금세탁방지(AML) 기준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 취급업소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및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운영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한다.

그렇지만 업계 바램과 달리 특금법은 국회서 장기 계류 중이다. 업계는 특금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는 눈치다.

17일 오후 IT조선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특금법을 발의한 김병욱 의원을 만났다. 그는 "기본적인 법적 틀이 없다보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제대로 된 블록체인 기술 기반 가상자산 시장이 형성되면 블록체인 기술과 자금 조달 등이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 내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시작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IT조선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견해를 나누고 있다. / 유진상 기자
"블록체인 산업은 육성, 코인은 아직...장기적으로 봐야"

김 의원은 국회가 나서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성장 시대에 있어 블록체인은 성장동력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병욱 의원은 "거짓 없는 데이터와 비용절감, 정보의 민주주의 측면에서 블록체인은 지향해야 하는 산업임이 분명하다"며 "전자결제, 디지털 인증 등 블록체인으로 파생되는 혁신 분야도 적지 않기 때문에 육성하고 진흥시키는 방향이 옳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확실히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과 코인을 내세워 자금을 조달하는 부분은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며 "굳이 비즈니스 모델에 코인을 끼워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만일 혁신을 위해 암호화폐 공개(ICO)가 꼭 이뤄져야 한다면 백서만 가지고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김 의원은 "증권시장과 같이 기업 매출과 발전 방향 등 투자자에게 꼭 알려야 할 부분은 의무를 가지고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기업 코인 발행과 ICO 등 가상자산에 근거한 생태계가 꾸려지기 위해선 가상자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의원은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이 있는가 하면 블록체인에 입각하지 않은 가상자산도 존재한다"며 "가상자산 개념에 대한 정리정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적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하는 첫 발걸음이 바로 특금법이다"라며 "(특금법이) 암호화폐 시장을 진흥하는 법은 아니지만, 블록체인 기술에 근거한 가상자산에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특금법, 독립적인 제정법으로 갈 수도"

특금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과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의원은 특금법 발의 배경에 대해 "시장 인식과 투자자보호 등을 위해선 법적 기반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FATF에서 결의안이 나온 후에는 관련 업계,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IT조선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견해를 나누고 있다. / 유진상 기자
하지만 좋은 취지와 달리 특금법 논의는 국회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3월 이후 5개월만인 8월 14일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선 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단 한건도 올라가지 못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소위에선) 특금법에 앞서 논의되야 할 법안이 수두룩했다"면서도 "다만 내부적으로는 특금법 자체를 독립적인 제정법으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다만 제정법으로 가게 될 경우 시간적 제약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김 의원은 "국감을 앞두고 있는 시기라 (특금법이) 바로 처리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다"라며 "특금법 개정을 통해 1차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다. 향후 이를 공론화해 제정법으로 가는 방향이 옳다"고 말했다.

"현장 목소리 잘 반영해 보완해 나가겠다"

세상에 완벽한 법은 없다. 특금법 또한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법이란 것 자체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환경을 신속하게 반영하기는 몹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처음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가상자산 취급업소에 신고의무를 부여한 만큼 관련 이해관계자 목소리를 듣고 조율하는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겠다는 것이 김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 8월 6일 법조계와 언론,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며 "한 번에 걸친 의견 수렴이 아니라 법안의 통과를 위한 소위원회 논의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특금법으로 인해 간접 규제되던 산업이 직접규제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운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 의원은 "특금법을 ‘직접적 규제’라는 차원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투자자보호와 신뢰, 공감대 형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금법은 가상자산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거래되어야 한다는 점을 정리한 가이드라인 수준이다"라며 "(특금법으로) 가상자산이 합법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최초의 법적 단초를 형성한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때문에 규제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규제를 위해선 인내를 갖고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재 발의된 특금법의 신고제 요건인 가상실명계좌에 대한 국내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는 기자의 발언에 김 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가상실명계좌가 4대 거래소에게만 부여되고 추가로 개설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김 의원은 "가상실명계좌 부여 요건이 명확치 않기 때문에 기존 금융권의 기준없는 권한 남용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가상자산 취급업자의 경쟁력 약화를 통한 소수 업체의 과점화 현상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상실명계좌를 부여함에 있어서 은행들이 기준 없는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공평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은 향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법안 심의 과정서 업계 의견을 꾸준히 들으며 특금법을 보완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보호와 산업 진흥, 업계 목소리가 법에 두루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해 국민께 부끄럽지 않은 정무위가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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