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

신용보증기금이 ‘2019년 퍼스트펭귄’으로 선정한 기업이 있다. ‘스페이스워크’라는 기업이다. 퍼스트 펭귄 기업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창업 5년 이내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조성현 대표는 "신용보증기금 측이 먼저 회사에 대해 알아보고 기술에 투자하고 싶다고 연락했다"며 "정보 비대칭이라는 환경에 놓인 부동산 시장의 개인을 도우려는 마음이 사업의 시작이다.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라며 웃었다.

 스페이스워크 조성현 대표 / 김동진 기자
스페이스워크 조성현 대표 / 김동진 기자
퍼스트펭귄은 위험하고 불확실한 시장에 용기를 내 도전하는 선구자를 가리키는 용어다.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교수 랜디 포시의 마지막 수업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03학번 동기인 문주호·임지환 건축가와 ‘경계없는작업실’이란 건축사무소를 차렸다. 그는 그곳에서 수행한 작업으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다. 탄탄대로에 선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불확실하고 위험한 ‘스타트업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건축과 관련성이 있는 프롭테크 분야라는 것이 그나마 덜 위험해 보인다.

프롭테크란 부동산(property)과 테크놀로지의 합성어다. 기술 기반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지칭한다. 한국에서 아직 초기 단계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이 2019년 8월 기준 집계한 프롭테크 회원사는 120개다. 스타트업 투자 정보 사이트인 더브이씨가 집계한 7월 24일 기준 국내 주요 프롭테크 스타트업이 유치한 누적 투자액이 약 3150억원이다. KB금융지주 산하 경영연구소가 2018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프롭테크 기업 수는 4000개를 넘어섰다. 3년간 이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 금액은 약 78억달러(약 9조5082억원)에 달해 한국과 규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조 대표는 "학부 시절부터 엔진 설계에 관심이 많아 컴퓨터공학 수업을 찾아 들었다"며 "수업을 듣고 난 후에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실험하며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것이 스페이스워크의 기반이 됐다"라고 말한다.

그는 부동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토지 지형 조건과 관련 법규를 분석해 엔진에 입력했다. 인공지능(AI)은 이를 근거로 토지 위에 지을 수 있는 건물의 최대 규모를 산출한다. 사업성 검토를 AI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실시한다. 이것이 스페이스워크의 ‘랜드북’ 서비스다.

그는 "자체 개발한 AI 건축설계 엔진 ‘랜드북’으로 토지를 사고파는 개인이나 단체의 의사결정을 돕는다"며 "한정된 자원인 토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기술을 접목했다"라고 말한다.

스페이스워크는 빅데이터 기반으로 건물의 노후도를 파악해 위험을 알리는 노후건물탐색기 ‘랜드북 세이프티(Safety’) 서비스도 제공한다. 2018년 6월 8일, 용산 4층 건물 붕괴가 서비스 개발의 계기가 됐다. 상가 건물이 붕괴하면 자칫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조 대표는 대형 사고를 막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랜드북 세이프티를 통해 건물 노후도, 층수와 구조, 주변 신축공사 현장 거리를 분석해 위험도를 표시한다.

그는 랜드북 서비스에서 부동산 거래까지 할 수 있도록 ‘거래소’ 서비스도 준비한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더 원대한 목표를 품었다. 스페이스워크의 기술로 개발 도상국의 빈곤과 굶주림 해결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조대표는 "랜드북 AI는 사람보다 1000배의 효율을 지녔다. 사람이 하면 몇 주가 걸리는 정책 검토도 실시간에 가깝게 처리한다"며 "빠른 정책 검토는 빠른 시행으로 이어진다. 개발도상국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중요한 비용도 랜드북 서비스의 AI 엔진을 사용하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이 비용 대비 효율로 세계 빈곤 문제에 기여하고 싶다"라고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