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 "매출보다 기술, 기술보다 사람에 집중"

"지금 당장 얼마의 매출을 올리느냐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보다, 기술 혁신을 얼마나 이룰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기술 리더십을 이어나가는 것이 길게 봤을 때 잠재적으로 훨씬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는 최근 IT조선 기자와 만나 뛰어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스켈터랩스는 ‘AI 원천(源泉)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원천 기술은 일반적으로 어떤 기술의 근원, 기반이 되는, 기술을 의미한다. 기술 개발에 ‘올인’하는 회사답게, 스켈터랩스는 총 70여명의 정직원 중 50명 정도를 엔지니어로 구성했다.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 /오시영 기자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 /오시영 기자
조 대표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다. 회사 내 기술적 결정을 대부분 그가 직접 내린다. 그는 서울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이후 한국과 실리콘 밸리에서 통신 관련 사업을 하다가 구글코리아 R&D 총괄 사장으로 7년간 일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우리는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를 집중해서 푸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며 "업계에서 실력이 탁월한 엔지니어를 모으기 위해, 면접 시에도 실력을 측정할 수 있는 까다로운 기술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화 엔진 의도 파악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 글로벌 톱 기업도 제쳐

스켈터랩스의 주력 원천기술 중 하나는 ‘대화 엔진’이다. 대화 엔진은 흔히 말하는 ‘챗봇’이나 ‘챗봇 빌더’보다 더 근본적인 영역을 다룬다. 어떤 자연어 문장을 입력했을 때 그 ‘의도(Intent)’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대화 관련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모든 회사에서 가장 중시하는, 기술의 토대가 되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지금 몇 시야?’라는 ‘의도’를 실제 대화에서 구현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사람마다 시간을 묻는 방식이 모두 다를 것이다. AI가 수많은 경우의 수 안에서 하나의 의도를 파악해 ‘이것은 시간을 묻는 말이구나’를 알도록 하는 것이 대화 인공지능의 과제다. 이를 개선할수록 정교한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

스켈터랩스 사무실의 모습. /스켈터랩스 제공
스켈터랩스 사무실의 모습. /스켈터랩스 제공
‘고유명사(Named Entity)’ 인식도 스켈터랩스 대화 엔진의 특기다. AI가 문장을 이해할 때 가장 잘 알아들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 고유명사다. 문장의 핵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에 따르면 이외에도 글을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바꿔주는 음성 합성 기술이나 IoT, 비전에 관련한 기술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조 대표는 "모든 대화 AI 기술 업체가 의도나 고유명사를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노력하지만 우리 기술은 독보적이다"며 "얼마전 진행한 대화 엔진 한국어 의도 파악 테스트에서 스켈터랩스는 71%, 글로벌 톱 기업 두 곳은 모두 65%의 평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등을 기록한 것보다 인식률이 70퍼센트를 넘을 정도로 유의미한 절대적 수치를 얻은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사업 성격상 각종 규제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

초개인화 엔진도 스켈터랩스의 주력 원천기술이다. 개인화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서비스에서 이미 흔하게 접하는 개념이다. 사용자가 이전에 이용한 기록을 AI가 분석해 개인에게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초개인화 엔진은 이를 넘어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근거 신호(Signal)를 개인의 삶 전체에서 얻고, AI가 추론한다. 이를테면 한 사람이 어떤 건물 안에 있다는 정보를 AI가 받으면 이를 바탕으로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활동을 할지도 추론하는 식이다. 초개인화 엔진은 더 자세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활용할수록 개인에게 꼭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원천기술을 다루는 회사 특성상 규제 등 제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조 대표에 따르면 스켈터랩스는 사용자 데이터를 직접 다루지 않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정교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다른 회사에 제공한다 "이 덕에 각종 규제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스켈터랩스는 일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나 혐한 감정 등의 영향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며 "일본 기업보다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이 훨씬 높은 데다가 고객을 직접 만나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엔지니어에게 자유 보장할 때 최고의 결과 얻을 수 있어

기술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조 대표는 ‘엔지니어’라고 말했다. 그는 "엔지니어는 어려운 문제를 푸는 직업이다"며 "정해진 시간에 가둬놓고 일을 시키는 것보다는 자유를 보장할 때 최고의 효율로 일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직원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일할 것을 권장한다. 꾸준한 소통을 위해 수평적인 분위기도 강조한다.

스켈터랩스는 출·퇴근 시간도 자율에 맡긴다. 직원들은 일하는 도중에 휴식도 자유롭게 취할 수 있다. 일해야 하는 시간을 할당하지도 않는다. 조 대표는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는 자유롭게 지내다가 코딩할 때는 ‘전투’에 들어간 사람처럼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며 "결과로 이야기하는 것이 엔지니어다"라고 강조했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인 만큼 엔지니어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 /스켈터랩스 제공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인 만큼 엔지니어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 /스켈터랩스 제공
그는 이어 "최근 법규로 일하는 시간 등을 강제하려는 시도의 경우, 취지는 좋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머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켈터랩스가 이루고 싶어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조 대표는 "AI가 필수가 되는 시기가 왔을 때 ‘업계에서 스켈터랩스의 기술이 최고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기술적 리더십을 유지하고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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