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캠 논란에 휩싸였던 베네수엘라가 최근 국영 암호화폐(가상화폐) ‘페트로’의 활용처를 무서운 속도로 늘려가 암호화폐 업계 이목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베네수엘라 코인경제 실험이 실제로 돌아가고 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눈치다.

◇ 스캠 의혹에도 늘어나는 활용처

베네수엘라 정부가 페트로(Petro) 활용처를 무서운 속도로 늘리고 있다. 페트로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2018년 2월 출시한 세계 최초 국영 암호화폐다. 페트로는 석유 자원이 기반이다.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가 발행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총 발행량은 1억 토큰이다. 1페트로 판매 단가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1배럴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최근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영 복권(National Lottery)에 페트로를 적용했다. 복권에 당첨된 인물 중 원하는 사람에 한해 비트코인과 페트로를 상금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국영 복권 관계자는 "암호자산을 기존 금융 시스템에 통합하려는 정부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다"라며 "새로운 금융 경제 대안을 받아들이면서 혁신을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영 복권 기관에서 관리하는 슈퍼마켓 체인 ‘비 센타 리오’에서도 페트로를 결제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최대 규모 백화점 ‘트라키’가 페트로를 결제 수단으로 적용했다./셔터스톡 갈무리
베네수엘라 최대 규모 백화점 ‘트라키’가 페트로를 결제 수단으로 적용했다./셔터스톡 갈무리
앞서 7월 말쯤에는 베네수엘라 최대 규모 백화점 ‘트라키’가 페트로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을 시작했다. 당시 백화점 측은 공식입장 없이 마두로 대통령 얼굴과 함께 페트로 현수막을 백화점 외벽에 부착했다.

이에 각종 문의가 쏟아졌고 베네수엘라 암호자산 감독국(National Superintendency of Cryptoassets)은 트위터를 통해 "7월 25일부로 트라키가 국영 암호화폐 페트로를 결제 수단으로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늘어나는 페트로 활용처 사례를 두고 "베네수엘라 코인 경제 실험이 실생활에 접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CCN은 "페트로는 지난해부터 법적으로나 유용성 측면으로나 조용히 발전해 왔다"며 "페트로를 합법적 지불 수단으로 선언한 이후 베네수엘라는 일부 업체에 페트로를 의무 결제 수단으로 지정했다. 현재는 스스로 페트로를 수용하려는 소규모 상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의 이같은 평가는 지난해와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페트로 출시 당시 베네수엘라는 스캠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대다수 코인 등급 조사 기관은 페트로에 뚜렷한 비전이 없다는 점에서 이를 스캠 코인이라고 보는 눈치다"라며 "특히 미국 행정명령에 블록체인 전문가는 페트로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전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페트로의 미국 내 거래와 사용을 전면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 경제 제재를 피하는 수단으로 페트로를 활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였다.

◇ 베네수엘라 코인경제 실험, 아직 갈 길은 멀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조선DB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조선DB
다만 페트로를 둘러싼 부정적인 전망은 여전하다. 활용처를 늘리는 것은 좋지만 소비자에 의해 활용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주장이 팽배하다.

베네수엘라 야당 관계자는 "마두로 정부가 강행해 페트로 사용처를 늘릴 순 있다"면서도 "페트로 유동성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코인텔레그래프 베네수엘라(Cointelegraph Venezuela)는 트라키 백화점을 예로 들며 "백화점서 주로 쓰이는 암호화폐는 비트코인(BTC)과 대시(DASH)다"라며 "법정 통화 대비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는 여전히 암호화폐가 결제 수단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코인경제 실험이 정상화 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그간 논란이 됐던 스캠 의혹을 뿌리 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CCN은 "페트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지속적으로 바뀌는 페트로 백서 내용과 구체적이지 못한 공지사항, 사기 의혹과 관련한 비난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페트로 사용 금지 조치를 풀지 않는 한 토큰을 적용하는 사례는 베네수엘라 안에서만 이뤄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