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PC의 장점은 용도에 따라 사용자가 구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비용 대비 우수한 성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업무용이나 게임용, 개인 방송용으로 조립PC가 인기다.

하지만 하드웨어 초보자 입장에서는 CPU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높은 안정성과 검증된 성능으로 초보자들이 많이 찾는 인텔 CPU만 해도 세대별, 내장 그래픽의 유무, 오버클럭 지원 여부에 따라 다양한 라인업으로 세분되어 있다.

CPU 이름만 제대로 볼 줄 알아도 자신의 용도에 맞는 CPU를 더욱 쉽게 선택할 수 있다. 때에 따라 동등한 성능을 내면서도 구매 비용을 수만원 가량 절약할 수도 있다.

인텔 9세대 CPU 로고 이미지. / 인텔 제공
인텔 9세대 CPU 로고 이미지. / 인텔 제공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세대별 구분

인텔의 일반 PC용 CPU는 구성과 성능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 브랜드로 나뉜다. 고성능 시스템을 위한 ‘코어 i7’,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코어 i5’, 실속형 PC에 적합한 ‘코어 i3’, 저가의 업무용 및 보급형 PC에서 주로 채택하는 ‘펜티엄’ 및 ‘셀러론’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하이엔드 사용자 및 전문가를 위한 ‘코어 i9’ 브랜드도 일반 PC용 제품이 등장했다. 이러한 단계별 모델은 PC의 등급 구분에 주로 사용한다. PC를 잘 모르는 초보자도 이러한 구분에는 친숙한 편이다.

인텔 CPU 모델명에 담긴 구분 정보. / 최용석 기자
인텔 CPU 모델명에 담긴 구분 정보. / 최용석 기자
초보자가 CPU를 선택할 때 눈여겨봐야 할 것은 브랜드명 다음에 붙는 네 자리 숫자다. 특히 네 자리 모델명 중 첫 번째 숫자는 해당 제품의 ‘세대’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코어 i7-6700’은 6세대 기반 i7 모델이고 ‘코어 i5-9500’은 9세대 기반 코어 i5 모델이다.

CPU를 선택할 때에는 가급적 최신 세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최신 제품일수록 성능과 전력 효율이 더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전 기능이 강화되거나, 없던 신기능이 추가되기도 한다. 때에 따라 최신 세대의 하위 모델이 이전 세대 상위 모델보다 성능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종종 일부 PC 판매자들이 재고 처리를 위해 구세대 고급형 CPU를 탑재한 PC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잘 모르는 초보자들이 코어 i7, i5 등 브랜드명과 가격만 보고 구매했다가 낭패를 보기 쉽다. 반드시 세부 사양을 확인해서 정확한 CPU 모델명을 확인해야 한다.

2019년 8월 현재 가장 최신 제품은 9000번대 번호를 달고 있는 9세대 제품이다. 8000번대 번호를 단 8세대 제품도 성능이나 구성에서 크게 뒤지지 않아서 여전히 많이 찾는다. 다만, 7000번대 7세대 이하 제품은 권장하지 않는다. 8세대부터 CPU 코어 수가 늘면서 이전 세대와 비교해 성능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오버클럭 지원 여부는 모델명 끝 ‘K’자로 확인

네 자리 숫자 모델명으로 CPU 세대를 확인했다면 그다음은 끝에 붙는 문자(접미어)를 봐야 한다. 조립PC용 인텔 CPU의 경우 크게 아무런 문자가 없는 일반 제품과 ‘K’ 접미어가 붙은 제품 두 가지로 나뉜다.

‘K’가 붙은 제품은 CPU 작동속도를 결정하는 배수(ratio)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사용자가 임의로 작동속도를 높이는 ‘오버클럭’이 가능하다. 또한, ‘K’ 모델은 동급 일반 모델보다 작동 속도도 약간 더 빠르다. 예를 들어 인텔 9세대 ‘코어 i7-9700’ 일반 모델은 기본 작동 속도가 3.0㎓(기가헤르츠), 터보부스트 속도는 4.7㎓까지 올라가지만 ‘코어 i7-9700K’ 모델은 기본 작동속도가 3.6㎓, 터보부스트 속도는 4.9㎓까지 올라간다.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K’ 모델은 일반 모델보다 성능도 좀 더 좋지만 가격이 비싸고 쿨러를 따로 사야 한다. / 다나와 갈무리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K’ 모델은 일반 모델보다 성능도 좀 더 좋지만 가격이 비싸고 쿨러를 따로 사야 한다. / 다나와 갈무리
때문에 오버클럭에 관심이 없어도 일부러 작동 속도가 더 빠른 K 모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K 모델은 일반 모델보다 가격도 비싸고, 소비전력도 더 높다. 발열도 더 심한 데다, 기본 제공 쿨러가 없어 고성능의 CPU 쿨러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

오히려 이점을 노려 K 모델 대신 일반 모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성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CPU 가격 차이와 쿨러 구매 비용에서 최소 수만 원에서 10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장그래픽 유무를 나타내는 접미어 ‘F’

인텔 CPU는 8세대 제품까지 등급에 상관없이 모두 내장 그래픽을 탑재했다. 별도 그래픽카드가 없어도 화면 출력이 가능하다. 이러한 정책은 9세대 들어서 조금 바뀌었다. 내장그래픽을 제거한 ‘F’ 모델을 추가하며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고사양 게임, 고화질 이미지 및 영상 편집, 실시간 스트리밍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PC에서는 보통 CPU 내장그래픽을 잘 쓰지 않는다. 대부분 고성능 GPU를 탑재한 별도 그래픽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내장 그래픽을 빼고 가성비를 높여 인기인 인텔 9세대 코어 ‘i5-9400F’ 제품. / 인텔 제공
내장 그래픽을 빼고 가성비를 높여 인기인 인텔 9세대 코어 ‘i5-9400F’ 제품. / 인텔 제공
모델명 끝에 ‘F’ 접미어가 붙은 제품은 내장그래픽이 빠진 것을 제외하면 구성과 성능이 일반 모델과 차이가 없다. 내장 그래픽이 빠지면서 가격도 좀 더 저렴하다. 대표적으로 인텔 9세대 ‘코어 i5-9400F’ 모델은 과거 고급형 모델에 버금가는 6코어 구성에도 불구하고 20만원을 안 넘는 가격으로 ‘가성비 게이밍 PC’를 맞추려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드웨어 마니아들에게도 ‘F’ 제품이 인기다. 내장 그래픽이 없고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KF’ 모델이 동급의 일반 ‘K’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오버클럭이 더 잘되고 안정성도 높다는 평이다.

다만, 고성능이 필요 없는 인터넷 업무용 PC, 멀티미디어 감상용 PC에서는 ‘F’ 모델이 오히려 불리하다. CPU 내장그래픽의 보편화로 저가 보급형 그래픽카드가 더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CPU에서 몇만 원 더 아끼려다 화면 출력이 안돼 10만원이 넘는 그래픽카드를 다시 사야 한다면 오히려 손해다.

그 외에도 모델명 끝에 ‘T’(데스크톱용 저전력 CPU), ‘U’(모바일용 저전력 CPU), ‘X’(전문가용 ‘익스트림’ 제품군) 등의 접미어가 붙는 제품도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주로 노트북이나 미니PC 등 완제품으로 나오는 PC나, 고가·고성능의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급 시스템에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일반 조립 PC 사용자들이 만나기는 힘든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