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 ‘약발’ 못 받나

입력 2019.08.22 18:38

세기의 재판 1심에서 페이스북이 웃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 제정 논의와 이번 판결이 별개 건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방통위의 패소는 정부가 향후 통신사(ISP)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계약에 개입할 수 없다는 법원의 뜻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글로벌 CP의 무임승차를 문제 삼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더라도 힘을 받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22일 오후 1시 50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행정법에서 페이스북과 방통위간 행정소송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방통위 측에 "모든 제재 처분을 취소함과 동시에 소송 비용을 모두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 현판(왼쪽), 페이스북 로고. / IT조선 D
법원의 판결문은 기본적으로 소송 당사자인 방통위와 페이스북 측에 공개한다. 현재로선 페이스북의 승소 이유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만드는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의 규제 근거가 판결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페이스북은 2016년 12월부터 2개월 동안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접속 경로를 KT에서 홍콩으로 바꿨다. 2017년 초에는 LG유플러스 접속경로를 홍콩‧미국 등으로 변경했다. 페이스북 접속 응답속도는 변경 전 대비 평균 4.5배 느려져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다.

페이스북은 접속경로를 변경이 네트워크 효율을 위한 사업 전략으로 이용자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통신업계에선 이를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무임승차를 유지하겠다는 페이스북의 전략적 행위로 봤다.

법원은 페이스북의 손을 들었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을 무임승차를 위한 전략이 아닌 정당한 행위로 판단했다고 간주할 수 있는 셈이다.

방통위는 해외 콘텐츠사업자도 국내 사업자들과 동일한 망 이용대가를 통신사에 내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연내 제정할 계획이다. 방통위가 승소했을 경우 글로벌 CP에 대한 규제 근거를 강화할 수 있고, 통신사들도 향후 글로벌 CP와 망 이용대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방통위의 패소로 가이드라인에 따른 규제 근거는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히려 이번 판례로 유튜브·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는 통신사와 협상에서 주도권을 쥔 셈이 됐다. 이들이 접속경로를 변경해 네트워크 품질을 악화시켜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방통위와 통신업계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소송의 핵심은 이용자 차별이지, 망 이용대가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최성호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이번 소송은 접속경로 변경으로 이용자 이익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다투는 것이였으며, 망 이용대가를 내는지 안내는지를 여부를 다툰 것은 아니었다"며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저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아직 판결문 취지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소송에)이겼든 졌든 기존의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동등하게 규제한다는 내용은 변치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측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페이스북은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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