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85)초능력·사이보그·전대물 결합한 SF만화 '사이보그009'

입력 2019.08.24 12:09 | 수정 2019.08.24 12:36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만화 ‘사이보그 제로제로나인’(이하 사이보그009)는 ‘초능력'과 ‘전대(戦隊)물’을 결합한 SF작품 중 원조에 해당한다.

사이보그009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사이보그009는 1964년 1기부터 1986년 8기까지 22년 이상 연재된 만화가 이시노모리 쇼타로(石ノ森章太郎)의 대표작이다. 1992년 산케이신문에 연재된 ‘긴급 시뮬레이션 1992’까지 포함하면 만화 연재 기간은 더 늘어난다. 만화는 2012년 단행본 기준 누적 1000만부 판매를 기록했다.

만화 업계는 1985년 2월부터 1986년 9월까지 연재된 8기 ‘시공간표류민(時空間漂流民)’이 만화가 이시노모리의 실질적인 유작으로 평가한다.

이시노모리는 사이보그009 만화 9기인 ‘컨클루전 갓즈 워(Conclusion God's War)’를 마저 그리지 못한 채 1998년 1월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작가가 남긴 9기 스토리는 이시노모리의 장남이자 연출가인 ‘오노데라 죠(小野寺丈)’ 손에 의해 재구성돼 소설 ‘2012 009 컨클루전 갓즈 워(2012 009 conclusion GOD'S WAR)'란 이름으로 2006년 등장했다. 이시노모리가 생전 마무리하지 못한 사이보그009의 완결편을 아들이 완성한 것이다.

사이보그009의 결말을 담은 ‘컨클루전 갓즈 워’는 2001년 이시노모리가 남긴 스토리를 기반으로 서장 부분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바 있다.

1964년 사용된 만화 사이보그009 1화 표지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만화가 이시노모리는 1970년대 일본에서 ‘변신 히어로' 바람을 불러일으킨 ‘가면라이더’ 원작자이기도 하다. 이시노모리는 일본에서 만화 신(神)으로 평가받는 테츠카 오사무(手塚治虫)에게 인정받아 고등학생 시절 테츠카의 어시스턴트로 만화계에 입문한다. 당시 그는 만화 ‘철완 아톰' 그림을 그렸다.

1954년 테츠카의 소개로 프로 만화가로 데뷔해 1964년 사이보그009로 스타 작가 대열에 오른 이시노모리는 ‘마징가Z’로 유명한 만화가 나가이 고(永井豪)의 스승이기도 하다. 나가이 고는 자신이 그린 만화 데빌맨을 통해 "이시노모리는 평범한 만화가보다 다섯 배 더 빨리 그리는 천재였다"라고 평가했다.

반전 메시지와 철학적인 내용 담은 히어로 만화 ‘사이보그009’

만화 사이보그009는 세상의 그림자에서 활동하는 죽음의 살인 ‘블랙 고스트'가 획기적인 사이보그 병사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주인공 소년 ‘시마무라 죠'를 납치해 사이보그로 몸을 개조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이보그009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강제로 사이보그의 몸이 된 죠는 세계 각국에서 잡혀 와 개조된 8명의 사이보그 전사와 탈출한다. 죠의 몸을 개조한 길모아 박사는 죠에게 블랙고스트의 야망과 목적을 알려준다. 죠는 박사와 8명의 사이보그 전사와 함께 블랙고스트의 야망을 저지하기 위해 긴 싸움을 이어간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이보그009는 이시노모리 작가가 출판사로부터 빌린 200만엔(2271만원)을 갚기 위해 만화를 그린 것이 시초다. 현지 잡지 인터뷰에 따르면 작가는 도쿄에 상경해 만화가 생활을 보내다가 슬럼프에 빠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3개월간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다.

세계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은 고스란히 만화 사이보그009에 녹아든다. 죠를 제외한 8명의 사이보그 전사가 세계 각국에서 왔다는 설정도 작가의 세계여행을 통해 얻은 것이다.

이시노모리 생전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생소한 소재였던 ‘사이보그'는 세계여행 중 우연히 본 잡지 ‘라이프(LIFE)’의 사이보그 특집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사이보그 전사가 9명으로 구성된 것은 ‘야구'에서 따온 것이다.

만화 사이보그009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 메시지가 진하게 녹아있다. 만화가 등장한 1960대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였으며, 1955년 발발한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다.

사이보그009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이시노모리 작가는 전쟁 외에도 인종문제와 문화간 충돌 등 문명사회의 갖가지 문제를 만화 소재로 사용했다.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들의 내면과 갈등,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 등 철학적인 내용과 정의를 지키는 히어로의 모습을 융합한 것이 바로 만화 사이보그009다.

사이보그009 명맥을 잇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

1964년 탄생돼 5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만화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이보그009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사이보그009 애니메이션은 1966년작 극장판이 시초다. 1967년에는 ‘괴수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극장판이 등장했다.

1968년작 사이보그009 애니메이션 DVD자켓 이미지. / 아마존재팬 갈무리
만화 팬들의 기억에 자리 잡은 사이보그009 애니메이션은 1968년과 1979년 방영된 TV판이다. 시장조사업체 비디오리서치에 따르면 1968년 TV판의 경우 20.7%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1979년작 TV판의 경우,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과 성인층을 타깃으로 애니메이션이 제작됐다.

이시노모리 작가 생전에 등장한 애니메이션은 1980년 극장 개봉된 3번째 사이보그009 극장판 ‘초은하전설(超銀河伝説)’이 마지막이다. 은하철도999와 스타워즈 등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작품이 한창 인기를 끌었던 당시 만들어졌던 이 애니메이션은 사이보그전사 004의 죽음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영화는 당시 5억2000만엔(59억원)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사이보그009 최신 애니메이션은 2016년 사이보그009 영상 콘텐츠 5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콜 오브 저스티스(CYBORG009 CALL OF JUSTICE)’다. 3D 그래픽으로 그려진 이 애니매이션은 넷플릭스를 통해서 현재 시청이 가능하다.

2016년작 사이보그009 애니메이션 이미지. / 넷플릭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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