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기계학습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전문 대학원을 열고 인공지능(AI) 분야 인재 양성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글로벌 AI 시장에서 전문가라 평가 받는 김준모 교수를 비롯한 10명의 전문 교수진이 AI 대학원 수업에 나선다.

KAIST는 26일 오후 4시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KAIST 본관에서 AI 대학원 개원식을 열었다고 27일 밝혔다. KAIST는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년도 AI 대학원 지원 사업’에 최종 선정된 후 5개월간 AI 대학원 개원을 준비했다. 4월과 7월에는 각각 올해 가을학기와 2020년 봄학기 신입생을 모집했다.

정송 KAIST AI 대학원장 모습. / 김평화 기자
정송 KAIST AI 대학원장 모습. / 김평화 기자
정송 KAIST AI 대학원장은 이날 개원식에서 "KAIST는 2017년부터 AI 연구 분야를 차세대 중점 성장 동력으로 선정한 후 AI 대학원과 연구원 신설을 목표로 추진위원회를 운영해왔다"며 "(이번 개원식을 기점으로) 향후 2023년까지 세계 5위 글로벌 연구 기관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말했다.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국가마다 AI 전략을 내놓지만 핵심은 모두 인재 양성이다"라고 말하며 "대한민국 기술 역사와 KAIST 역사가 궤를 같이하는 만큼 KAIST AI 대학원이 대한민국을 AI 강국으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기대를 표했다.

국제머신러닝학회(ICML)가 최근 발표한 ‘2019 기계학습 분야 논문발표 세계 100대 기관 순위’ 결과를 보면, KAIST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한 대학이다. 글로벌 순위로는 16위다. 상위권에는 구글(1위), 스탠퍼드대(2위), UC버클리대(3위) 등이 있다.

상위 20위를 차지한 국가별 기관 수는 미국이 15개로 가장 많고, 2개인 스위스가 2위에 올랐다. 영국, 한국, 중국 등은 1개 기관을 이름에 올려 20위권에 포함됐다.

KAIST는 우수한 학술 토대 위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대학원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AI 대학원에 5년간 132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AI 대학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0억원을, KAIST는 학교 예산 42억원을 쓴다.

KAIST는 한국 최초로 18개 교과목으로 구성한 AI 전문 커리큘럼을 개발해 인재 양성 준비를 마쳤다. KAIST AI대학원은 ▲헬스케어 ▲자율주행 ▲제조 ▲보안 ▲이머징 등 5개 중점연구 분야에 AI 기술을 융합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AI 선도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판증정식을 진행하는 (왼쪽부터)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과 정송 KAIST AI 대학원장. / 김평화 기자
현판증정식을 진행하는 (왼쪽부터)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과 정송 KAIST AI 대학원장. / 김평화 기자
학위로는 ▲석사 ▲박사 ▲석·박사 통합 등 3개 과정을 마련했다. 이번 가을학기에는 석사와 박사 과정 학생 22명과 10명씩을 각각 선발했다. 석사 과정의 경우 180명이 지원해 약 9대 1에 달하는 열띤 경쟁이 벌어졌다. 합격자 22명 중 KAIST 학부 출신은 8명이며, 그 외 학부 출신 학생은 14명이다. 학부 전공은 ▲컴퓨터 ▲생명화학 ▲전자 ▲수학 ▲산업 ▲경영경제 등 다양하다.

KAIST AI 대학원은 2020년부터 매년 석사 40명과 박사 20명 등 총 60명의 학생을 모집한다. 2023년까지 최소 270명의 AI 인재를 배출할 예정이다. 이들이 대학원을 졸업하려면 1학기 이상 국내외 유수 AI 기업과 연구소에서 인턴십을 이수해야 한다. 박사 과정의 경우 해외 저명 AI 연구자와의 공동·방문 연구도 의무 조항이다.

KAIST는 AI 대학원 전임 교수진을 구성하는 과정에도 고심을 거듭했다. 2020년 봄까지 AI 분야 연구에서 특출난 성과를 낸 10명의 교수를 배치한다. 평균 나이는 만 41세로 젊고, 이들 중 3명이 국제머신러닝학회(ICML)와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IPS) 등에 게재한 논문 수는 상위 10위 안에 든다. 국내 연구자 순위에서 10위 안에 드는 교수 수는 5명에 달한다.

KAIST는 성남·판교를 최고의 AI 밸리로 육성하고자 9월 중 ‘KAIST AI 대학원 성남연구센터’를 개소해 연구원 60명쯤을 배치할 계획이다. 해당 지역에 위치한 중소,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산학협력뿐 아니라 AI 교육 서비스 제공과 스타트업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세계적인 AI 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유회준 KAIST ICT 석좌교수는 개소식 기조연설을 통해 "캐나다 철학자인 마셜 매클루언은 ‘우리가 뭘 만드는지가 우리를 결정한다’고 말했다"며 "나는 ‘KAIST AI 대학원의 꿈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높은 기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