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365] "군은 AI기술의 보고(寶庫), 민군 협력 앞장설 터"

입력 2019.08.29 07:00

[인터뷰] 김용삼 육군 인공지능발전처장(준장), "AI는 전사(戰士)의 가치를 높일 기술"

군(軍)이 인공지능(AI), 드론과 같은 첨단 기술을 적극 껴안는다. 이른바 군사(military)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밀리테크’(MiliTech)’라고 부르는 영역이다.

밀리테크라고 하면 ‘터미네이터’ 같은 공상 과학 영화를 떠올리기 쉽다. 무시무시한 살상력을 가진 전사(戰士)를 키우거나 가능케 하는 기술쯤으로 여긴다.

실제로는 그 범위가 훨씬 넓다. 오히려 전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기술이 훨씬 많다. 눈에 안 보이지만 어느 순간 군 역량을 몇 단계 끌어올리는 바로 그런 기술이다.

한국 밀리테크는 지금 어느 수준까지 와 있을까. 우리 군이 이를 어떻게 수용하며, 활용할까. 특히 밀리테크의 기반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어떻게 접목시킬까. 육군 AI 기술 개발과 전략 수립을 지휘하는 김용삼 준장(인공지능발전처장)을 대전 자운대 계룡대 육군교육사령부에서 만나 직접 들어봤다.

김용삼 육군 인공지능발전처장. /오시영 기자
"단순 반복 업무는 AI가 전담, 군인은 전사(戰士)의 가치 창출"

육군 인공지능연구발전처는 AI 기술을 연구하는 부서다. 2019년 1월 1일 공식 출범했다. 5개 부서로 이뤄졌다. 개념발전과는 육군의 AI 비전, 정책, 개념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구조·소요과는 인공지능의 필요성을 창출하고, 제안한다. 빅데이터 센터는 군대 내 데이터를 의미 있는 지식으로 활용한다. 산학연의 인공지능 능력을 수용하기 위한 협업 센터 두 곳도 운영한다.

처를 이끄는 김 준장은 정보기술(IT)전문가다. 이 분야 이야기라면 밤새도록 할 수 있을 정도로 해박하고, 또 좋아한다. 석·박사 논문을 포함해 20편 이상의 IT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김 준장은 "최신 기술흐름을 따라잡으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라며 "휴일에도 놀이나 여행 대신에 공부한다"고 말했다.

김 준장에 따르면 밀리테크를 가장 먼저 적용할 분야는 비전투 분야다. 군사 운영·관리와 같은 업무다. 인공지능 체계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다. 무기 체계에 서둘러 적용하면, 보안이나 성능 면에서 문제가 많이 생길 수 있다.

육군은 인재 선발이나 환자 진료를 비롯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우선 적용했다. 또 단순 작업부터 AI로 대체해나갈 계획이다.

김 준장은 비전투 분야에 AI를 적용하는 것이 군 전체 전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전사는 싸워서 이길 수 있도록 전사다운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장병들이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단순 업무에만 동원되면 이것이 불가능해진다"며 "단순 업무를 인공지능에 모두 맡길 수 있다면, 전사로서의 가치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연구발전처는 향후 무기 체계에 직접 AI를 활용할 계획도 세워놨다. 대표적인 무기가 초소형 반도체 칩을 탑재한 ‘AI 지능탄’이다. 기존 유도탄은 센서의 단편적인 정보를 토대로 작동한다. 이와 달리 AI 지능탄은 학습한 지능 정보를 기반으로 운용한다. 정밀도를 혁신적으로 높여 매우 정교하게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이를테면 탄 내 센서가 인식한 표적이 진짜 진지인지, 아니면 가짜 진지인지를 센서와 AI 칩이 소통하면서 찾아가는 식이다.

김 준장은 "전술적 사고를 비롯한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된다"며 "알고리즘, 학습 데이터를 마련하면 탄에 아주 작은 칩을 내장하는 정도만 부담하면 되니 비용 면에서도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육군 인공지능연구발전처 사무실의 모습. /오시영 기자
기술 전문성과 군사 전문성, 밀리테크 시대 열 두 가지 열쇠

무엇이 밀리테크 시대로 성공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까. 김 준장에 따르면 결국 사람과 데이타다. 엔지니어가 지닌 기술 전문성과 군인이 가진 군사 전문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AI라고 하면, 알고리즘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나 입력하는 데이터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군사 전문가의 노하우를 AI가 얼마나 배울 수 있느냐에 따라 전체 성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김 준장은 "알고리즘의 학습 방향을 정하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람은 군사 전문가"며 "여기에 인공지능 운용, 시스템관리와 같은 기술 엔지니어 역량이 결합하면 군 전체의 인공지능 역량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전문 교육이 절실하다. 김 준장은 민군 가릴 것 없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와 교육부, 군 교육기관이 함께 AI 기획, 분석 전문가나 운용자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계획"며 "민간 기업과 교류하고 AI엑스포와 같은 행사 참석을 통해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AI를 모르던 육군 상급자가 요즘 AI 소양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스스로 직접 참여할 정도로 달라졌다.

그래도 AI는 엔지니어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여전한다. 인공지능연구발전처는 이같은 군내 인식부터 바꿔나가려 한다.

인공지능연구발전처는 최근 장병들에게 ‘어떤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해주면 좋을지’ 의견을 수렴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장병들이 AI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김 준장은 "병사들이 ‘인공지능으로 이런 것도 할 수 있는지 몰랐다’며 놀라는 분위기였다"며 "기술을 잘 모르는 장병도 인공지능을 더 생각해보고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연구발전처는 전 군에 AI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도 자처한다. 연구 결과를 육군 뿐만 아니라 해군과 공군에도 제공한다. AI 기술이 앞서가는 군대의 필수 조건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육군 과학기술병의 모습, 간부와 같은 업무 환경에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업무를 진행한다. /오시영 기자
간부 못지 않은 업무환경…연구·학업 전문성 살려 복무하는 육군 과학기술병

육군 AI화의 첨병이 따로 있었다. 과학기술병이다. 학업과 연구를 통해 얻은 경험과 전문성을 AI 연구·개발(R&D) 업무에 쏟아붓는 병사들이다. 이를테면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는 기술과 같은 R&D를 연구한다.

육군은 지난 2014년 국방 R&D 장교인 ‘과학기술전문사관’ 제도를 시행했다. 이스라엘의 엘리트 과학 전문 장교 ‘탈피오트’를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R&D 수요는 늘었지만 이를 수행할 인원은 소수에 불과했다. 인구 감소 탓에 현역병 수가 부족해 특례 보충역의 수도 줄이는 추세라 인력 수급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이공계 우수 인력이 활약할 자리가 갈수록 준다.

이에 대응해 과학기술병이 등장했다. 일반 현역병 신분이지만 업무에 관해서는 간부와 동일하다. 저마다 제 자리에서 PC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일한다. 컨퍼런스나 학회와 같은 군 바깥 활동에도 적극 참여한다. 인공지능연구발전처는 각 대학과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과학기술병은 대학 교수들과 소통하며 연구한다.

과학기술병들이 영상을 인식해 적군과 아군을 식별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오시영 기자
과학기술병이 수행하는 업무 난이도는 방산 업체에 가 있는 특례 보충역의 그것보다 높은 편이다. 이 탓에 아무나 과학기술병이 될 수 없다. 선발 기준이 엄격하다. 학위나 논문, 각종 자격증과 같은 이른바 ‘스펙’도 따진다. 면접도 거친다.

인공지능연구발전처는 이렇게 어렵게 확보한 과학기술병이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저마다 고유한 업무를 부여한다.

김 준장은 "병사들이 지닌 능력이나 소질이 매우 다양한데, 획일적인 업무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학기술병은 군 복무의 생산성을 늘리고, 복무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취지에서 시행한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이 단지 기술이라기보다는 새 문명을 주도하는 흐름"이라며 "과학기술병이 인공지능 분야에 많이 도전한다면 자신의 발전은 물론, 국가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병 모집을 병무청이 전담한다. 4월 1일 병무청 홈페이지에 처음 모집 공고를 냈다. 군은 앞으로 과학기술병 선발과 운용을 점점 확대할 계획이다.

7월 열린 AI 엑스포 인공지능연구발전처 부스에서 최연희 육군 중령이 설명하고 있다. /오시영 기자
AI 원천기술 약한 한국, 응용에 승부 걸어야…판교에 민군 협력센터 구축 추진도

한국 AI 기술이 세계와 비교해 어떨까. 민간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김 준장은 원천기술에서 한국이 상당히 뒤처졌다며 차가운 평가를 내렸다. 그는 "AI 원천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이며, 한국은 아직 8위, 9위 수준에 불과하다"며 "1위와 2위 사이에도 차이가 아득해 따라잡기 힘든 ‘초격차 시대’에 한국이 원천기술로 선두를 탈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준장은 원천기술 개발에 뒤늦게 뛰어드는 방법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이 각종 원천기술을 모아 조립하고 응용해 최고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국가가 된 것처럼 AI 분야에서도 응용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며 "실제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AI 관련 ‘콘텐츠와 정책’ 분야에서 앞서간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연구발전처가 최근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민간 기업과의 커뮤니티 형성과 교류다. 각종 컨퍼런스에 직접 참석하고, AI EXPO 같은 행사에는 직접 부스를 차렸다. 다 이유가 있었다.

전차나 장갑차 같은 무기는 군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지만, AI의 경우에는 다르다. 군이 직접 알고리즘을 코딩하지 않아도 이미 민간에 음성 인식 기술을 비롯해 성숙한 알고리즘이 많이 나와 있다. 이런 군 밖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군 내부 데이터로 학습시키면 훌륭한 군용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

김용삼 준장은 "AI 운용자인 군이 실제로 어떤 기술을 원하는지 개발자들에게 알려주고, 소통해야 원하는 기술을 얻는다"라며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나 대학들과 이미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준장은 내친 김에 판교에도 산학연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도 있다.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나 상당히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

김 준장은 "최근 C4I 체계(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and Intelligence의 약자인 C3I에 컴퓨터를 합친 용어)에 음성인식 기술, 센서나 정보분석 기술에 사용할 객체인식 기술, 다양한 패턴 중에 실상을 가려내는 패턴인식 기술이 핵심이 됐다"라고 말했다.


김용삼 육군 인공지능발전처장. /오시영 기자
인공지능연구발전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김 준장은 "지능 정보를 힘의 중심으로 인식하는 ‘스마트한 육군’ 건설이 첫 번째 목표다"며 "인공지능을 통해 전사 공동체인 군대가 전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육군의 인적·물적 자원은 AI기술을 발전시킬 보고(寶庫)"라며 "AI기술은 직접적인 실체를 체감하기 어렵고 여전히 도전할 분야가 많은데 군의 AI 운용자, 관리자, 기술자가 힘을 합칠 수 있도록 인공지능연구발전처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