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풀러스를 믿고 수백억을 투자했다. 규제가 풀리면 서비스가 잘 될거라고 믿었다. 덕분에 유저 100만명을 모았다. 그렇게 잘 되던 사업이 택시단체와 카카오모빌리티 간 싸인(sign) 한 번에 죽었다. 이제는 투자도 유치 못한다. 투자자들은 규제 해소 없이는 투자할 수 없다고 한다."

서영우 풀러스 대표는 29일 전남 여수 엠블호텔에서 열린 벤처썸머포럼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풀러스는 스마트폰으로 승용차 운전자와 탑승자를 이어주는 카풀 중개 앱 서비스다. 2016년 창업해 1년여 만에 회원 75만명, 누적 이용건수 370만건을 기록했다. 다음 창업자 이재웅 씨 투자회사인 SOQRI는 물론 네이버, 미래에셋, SK 등에서 총 220억원을 투자받았다.

서 대표는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택시-플랫폼 상생 종합방안이 택시업계와 일부 모빌리티 대기업을 위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서영우 풀러스 대표는 28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벤처썸머포럼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맡았다./ 벤처기업협회 제공
서영우 풀러스 대표는 28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벤처썸머포럼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맡았다./ 벤처기업협회 제공
국토교통부는 7월 택시-플랫폼 상생 종합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택시 플랫폼 모빌리티 서비스 모델을 크게 ▲가맹사업형 ▲중개형 ▲혁신형 모델로 구분했다.

가맹사업형은 기존 법인택시나 개인택시가 플랫폼과 결합해 가맹사업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현재 타다와 카카오는 가맹사업형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중개사업형은 카카오택시처럼 택시와 승객을 연결한다.

혁신형 모델은 정부가 플랫폼 사업자에 운송사업 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과잉공급에 따른 기존 택시와 경쟁을 막기 위해 정부는 운영 가능 대수를 통제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수익 중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 이 기여금은 기존 택시 면허권을 매입하거나 택시 종사자 복지 제고 등에 쓰인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풀러스만 여기에 해당된다. 혁신형 모델이라지만 모든 기준은 택시에 맞춰졌다. 여기에 정부는 카풀 서비스 합법 여부에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서 대표는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가 법에 없던 카풀 사업 운영 시간에 합의하면서 우리 서비스의 사업성은 없어지고 투자금을 날리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맹형 택시에만 규제 완화를 몰아주면 실제로 혁신형 모델 사업자 대부분인 스타트업은 공정한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토교통부 상생안의 가맹사업형 택시 사업이 대기업을 위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서 대표는 "가맹사업형은 기존 규제도 대폭 완화하고 대기업 호출 플랫폼을 붙이면 바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했다"며 "혁신형 모델과 달리 대수 제한도 없어 우버코리아와 디디추싱, 카카오모빌리티가 이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의 싸인 한 방에 100만명 이용자를 모았던 우리 서비스는 죽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풀러스 같은 모빌리티 사업자들도 규제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법 제도 역시 결국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들도 처음부터 예외 조항을 활용해 사업을 했다는 점에서다.

서 대표는 이에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면 나올 수록 택시업계 생태계도 좋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 대표는 "택시기사분들은 더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면 더 좋은 근무조건을 선택해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현재는 기존 택시면허라는 것으로 보호받아왔던 산업을 시장논리로 풀고 자율경쟁으로 혁신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