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은 ‘폭망’ 인스타는 '대박'…“창의적인건 실패 가능성 높지만 끝까지 밀어부쳐야"

입력 2019.09.05 06:00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 시장 선구자다. 누구도 코닥의 실패는 예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코닥은 파산했다. 반면 같은해 인스타그램은 10억달러(1조2000억원)에 페이스북이 인수했다. 이유는 코닥은 시대 흐름을 읽지 못했지만 인스타그램은 시대 흐름을 읽고 변화를 따랐기 때문이다.

실제 코닥은 1995년 DC40이라는 디지털 카메라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디지털 카메라 시초격이다. 하지만 코닥은 이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았다. 디지털 카메라 개발은 코닥에 기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부수 사업일 뿐이었다. 심지어 코닥은 온라인 사진공유 서비스도 인스타그램보다 먼저 만들었다. 이 역시 사업화하지 않았다. 코닥은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였던 혁신을 그대로 묻었다.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사무엘 웨스트(Samuel West) 실패박물관 설립자 겸 관장을 4일 서울 공덕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스타트업 서울 2019 실패박물관 특별전 행사에서 만났다. 그는 "코닥은 우수한 기술을 가진 탄탄한 IT회사였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이용자가 사진을 인쇄하기보다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어한다는 변화를 읽지 못해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실패박물관은 유수의 글로벌 회사들의 실패 사례만 모아 전시한 실패작 박물관이다. 이 행사에는 실패작 박물관에 모아진 사례 중 한국 창업 생태계에 의미를 줄 수 있는 총 12개의 ‘폭망’ 사례가 전시됐다. 글로벌 기업의 인공지능(AI) 등 IT 기술 실패사례를 포함해 유통, 마케팅 분야 사례도 포함됐다.

사무엘 웨스트 실패박물관 설립자 겸 관장이 4일 오후 서울 공덕 서울창업허브에서 IT조선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IT조선
이번에 전시된 사례 중 눈길을 끄는 하나는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선보인 테이(TAY)다. 테이는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다. 마치 사람처럼 이용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다. 이는 트위터에 공개된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을 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MS는 학습을 하면 할수록 테이가 똑똑해진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MS는 출시 16시간 만에 테이 서비스를 닫았다.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이 테이에 히틀러와 도널드 트럼프 발언을 학습시키면서, 테이가 인종차별주의적인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다.

중국 AI 안면 기술도 포함됐다. 2018년 중국 AI가 달리는 버스에 붙은 광고판 속 모델을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사람으로 인식한 사건 때문이다. 중국은 범법자를 실시간으로 AI로 감시한다. AI 안면인식 기술이 아직은 불완전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실패박물관에 이름을 올렸다.

착한 실패와 나쁜 실패

실패와 실패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뭘까. 웨스트 관장은 "기획 당시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을 실패로 규정한다"며 "다만 지금은 실패지만 나중에는 성공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키아의 게임전용 휴대전화인 엔게이지(N-Gage)를 사례로 들었다.

노키아가 2004년 출시했던 게임이 가능한 휴대전화 엔게이지./ IT조선
노키아는 2004년 휴대전화와 게임기를 하나로 합친 엔게이지를 출시했다.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지만 조작이 너무 불편했다. 웨스트 관장은 "이 단말기 자체는 실패했지만 노키아는 이런 기반을 다진 덕에 핀란드에서 앵그리버드 같은 글로벌 게임을 출시했다"며 "결국 성공한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7년 스웨덴에 실패박물관을 만들었다. 대학 연구원 시절이었다. 실패를 기반으로 혁신을 이룬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지원하는 스웨덴 이노베이션 펀드로부터 초반 도움을 받아 시작한 작업이 현재 스웨덴과 중국, 캐나다, 미국 등에서 세계 글로벌 기업 130여개 실패 사례를 모은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설립 당시 모든 기업이 자신의 실패 사례를 꺼내놓는 데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다. 그는 "처음에는 모두가 거절했다"며 "사례가 조금씩 모이고 뉴욕타임즈와 CNN 등 언론에 노출되면서 기업이 먼저 연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모인 90% 이상의 실패물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보내온 것들이다.

기업 중에는 실패를 부정하는 경우도 있다. 오로지 트위터만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인 ‘트위터픽(Twitter Peek)’이 대표적이다. 웨스트 관장은 "누가 트위터만 하려고 스마트폰을 사겠나"라며 "그럼에도 해당 제조사 대표는 절대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한다"고 전했다.

그는 실패도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를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좋은 실패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출시하거나 시장을 선도하려다 겪게 되는 사례다. 혹은 실패를 통해 얻는 교훈이 있다면 좋은 실패다. 교훈을 통해 성공할 수 있어서다.

반면 비용만 지출하고 기업에 부담만 주는 실패는 나쁜 실패로 봤다. 그가 실패박물관에 올리는 사례는 좋은 실패다.

"갤럭시 폴드는 착한 실패…갤럭시노트7은 교훈 얻을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 사례는 없다. 올해 중 삼성 갤럭시 폴드가 포함될 예정이다. 다만 그는 "갤럭시노트7도 실패 사례로 제보받았지만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갤럭시 폴드는 혁신 기술을 가졌지만 출시가 너무 빨랐다"며 "반면 갤럭시노트7은 그냥 제품이 잘못 만들어진 것이므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혁신을 위해 실패가 중요한 이유로 "새로운 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혁신을 꿈꾸는 창업가에게 그는 "실패하더라도 일단 한계까지 밀어 붙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창의적인 것은 실패박물관에 있는 사례들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거기서 또 다른 성공의 교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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