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67년작 ‘마하 고고고(マッハGoGoGo)’는 자동차 경주를 테마로 한 애니메이션 중 ‘원조'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마하 고고고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 타츠노코프로 제공
마하 고고고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 타츠노코프로 제공
애니메이션 타츠노코 프로덕션의 성장 발판이 된 이 작품은 미국에서 '스피드 레이서(Speed Racer)'란 이름으로 소개됐다. 현지에서는 2008년 할리우드 영화까지 만들어질 만큼 일본보다 더 큰 인기를 얻었다.

마하 고고고 애니메이션 오프닝. / 유튜브 제공

한국에서는 1975년 동양방송을 통해 ‘달려라 번개호'란 이름으로 소개됐다. 주제가는 한국 남성 트리오 가수 ‘별셋'이 불렀다. 당시 아카데미과학을 통해 국내 출시된 ‘마하 호' 자동차 프라모델은 어린이들 사이서 인기가 있었고, 지금도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마하 고고고 만화책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마하 고고고 만화책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마하 고고고는 애니메이션 방영에 앞서 1966년 만화잡지 ‘소년북(少年ブック)'을 통해 만화 작품으로서 먼저 연재됐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주인공이자 소년 레이서인 ‘미후네 고우'가 천재 기술자로 칭송받던 아버지 미후네 다이스케가 설계한 레이싱카 ‘마하 호'를 타고 자동차 경주 대회에 참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 고우가 레이싱에 참가한 이유는 상금으로 아버지의 엔진 개발 연구를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버지 다이스케는 아들 고우가 레이서의 길을 걷다 행방불명된 장남과 같은 사고를 당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맹렬히 반대한다. 고우는 ‘지옥 레이스'라 평가받는 동알프스 레이싱에 참가하게 되고, 얼굴을 가린 복면 레이서 ‘미스터 엑스'의 도움을 받으면서 세계 챔피언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간다.

1967년 4월, 일본 후지TV를 통해 방영된 마하 고고고는 1968년 3월까지 총 52화 분량이 방영됐다.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은 당시 평균 시청률 13.9%를 기록했다.

마하 고고고는 타츠노코 프로덕션 첫 번째 컬러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1960년대 당시 이 작품이 사실적이면서도 그림 수준이 높았다고 평가한다. 마하 고고고 감독인 사사가와 히로시(笹川ひろし)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그림 수준이 높았던 이유가 만화가이자 원작자인 ‘요시다 타츠오(吉田竜夫)’에 있다.

마하 고고고 애니메이션 한장면. / 타츠노코프로 제공
마하 고고고 애니메이션 한장면. / 타츠노코프로 제공
타츠노코 프로덕션 창업주이기도 한 요시다는 당시 애니메이션 업계가 그림을 쉽고 빨리 그리기 위해 캐릭터를 둥글고 부드럽게 표현했던 것을 배제하고, 과거 극화(劇画)처럼 인물과 자동차를 리얼하게 표현해 냈다.

사사가와 감독은 현지 인터뷰 등을 통해 요시다가 그린 마하 고고고의 그림은 당시로서은 혁신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마하 고고고에서 보인 정지된 피사체에서 카메라 앵글만을 바꾸는 기법은 당시 셀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에서 보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북미에서 성공한 마하 고고고는 1997년, 원작자 타츠오의 동생 요시다 켄지(吉田健二)와 전작의 감독인 사사가와의 손에 의해 리메이크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다.

마하 고고고 리메이크작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마하 고고고 리메이크작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1997년판 마하 고고고 애니메이션은 주역 차량 마하 호의 디자인과 일부 설정을 빼면 거의 모든 것을 새롭게 구성하고 제작했다. 애니메이션은 총 34편이 제작됐고,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만화도 함께 연재됐다.

리메이크작 프로듀서를 동생 켄지가 맡은 까닭은 원작자인 요시다 타츠오가 1977년 간암으로 45세의 젊은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마하 걸 일러스트. / 타츠노코프로 제공
마하 걸 일러스트. / 타츠노코프로 제공
2008년에는 마하 고고고 외전(스핀오프) 작품인 ‘마하 걸(マッハガール)'이 현지 카툰네트워크 채널을 통해 방영됐다. 총 26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주인공 소녀 ‘립'이 삼륜 레이싱카 ‘마하 핑크'를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상금을 타기 위해 레이싱에 참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상식을 초월한 레이싱카 ‘마하 호'

사사가와 히로시 감독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속 주역 레이싱카 ‘마하 호'는 1964년 등장한 할리우드 영화 ‘007 골드핑거' 속 다기능 자동차 본드카(애스턴 마틴 DB5)에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1967년 애니메이션 속 마하 호는 V형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몬스터 머신이다. 차체는 엔진을 앞에 탑재하고 뒷바퀴를 굴리는 후륜구동(FR) 방식을 채택했다.

영화 스피드레이서를 위해 만들어진 실물 크기 ‘마하 호’. / 위키피디아 제공
영화 스피드레이서를 위해 만들어진 실물 크기 ‘마하 호’. / 위키피디아 제공
마하 호의 핸들(스티어링)에는 차량의 다채로운 기능을 쓸 수 있는 버튼이 존재한다. ▲A버튼은 타이어 자동 교환과 점프 기능을 ▲B버튼은 눈길과 산악지대를 달릴 수 있는 벨트 타이어 ▲C버튼은 달리면서 나무 등을 자를 수 있는 ‘커터' ▲D버튼은 총알 등 공격으로부터 드라이버를 보호하는 캐노피를 꺼내는 ‘디펜서' ▲E버튼은 어두운 곳을 적외선 램프를 이용해 볼 수 있는 ‘이브닝 아이' ▲F버튼은 수중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거' ▲G버튼은 제비 모양의 정찰용 드론 ‘기즈모 호’ ▲H버튼은 기즈모 호를 집으로 보내 구조를 요청하는 ‘호밍' 이다.

마하 호 모형. / 아오시마 갈무리
마하 호 모형. / 아오시마 갈무리
1997년작 속 마하 호의 경우 1967년판 기능을 계승하면서도 몇 가지 새로운 기능을 더했다. D버튼의 경우 드라이버 보호 기능을 넘어 잠수 시 차량 전체를 보호하는 기능을 갖췄고, E버튼이 와이어로 급회전 하거나 차량을 견인하는 기능을 담은 ‘이머전시 와이어'로 변경됐다.

또 차체를 시속 555㎞를 달리게 해 시공간을 도약하는 ‘미라쥬 엔진'이 탑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