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고차 시장, 대기업 진출 막아야 체질개선 가능"

입력 2019.09.09 06:00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장

연간 중고차 거래대수가 신차의 두 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국토교통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중고차 거래를 의미하는 자동차 이전등록건수는 377만건, 같은 기간 신차 시장 188만대의 약 두 배다. 공교롭게도 지난 10년 간 중고차 시장 규모는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그런 중고차 시장이 최근 어려움에 봉착했다. 국내 제조사의 신차 판매수 감소, 수입 브랜드의 대규모 리콜과 무역갈등으로 인한 선호도 급락, 성능점검기록부 보험 가입 의무화 등이 중고차 거래를 위축시켰다. 중고차 업계가 느끼는 위기의식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 회장은 "변혁기의 틈을 탄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진출에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 / 안효문 기자
중고차 매매사업자는 중소 규모 사업자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이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진출에 민감한 이유는 현재 기존 업체들을 위한 제도적 방파제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2월 28일자로 중고차 사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만료됐다. 연합회는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을 마쳤지만 지정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곽태훈 연합회 회장은 "관련 규제가 공백기인 상황에서 수입차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고, 금융업계에서는 다양한 채널로 중고차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다"며 "중고차 매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가 다수 참여한 수입차 인증중고차 사업은 2013년 전국에 매장이 10개소 미만이었지만 2019년 3월 기준 98개소로 급증했다. 여기에 금융권에서 리스나 할부상품 등과 연계한 중고차 매매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온라인 플랫폼 사업까지 진출했다. 자동차 제조사까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연합회가 현대차그룹 등 제조사측에 중고차 시장 진입 여부를 확인코자 공식 질의서를 전달한 배경이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한 중고차 매매단지 전경. / 안효문 기자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의아할 수 있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이 개선돼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지 않겠냐는 판단도 가능하다. 곽태훈 회장은 중고차 가격만 오를 뿐 유통 과정의 개선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곽 회장은 "(대기업 진출로) 중고차 고객과 접점 확대를 기대할 순 있지만, 막대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중고차 시장을 장악하면 중고차의 강점인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 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지금처럼 (중고차 가격이)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 자유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닌 대기업의 통제 상황에서 결정될 확률이 높고, 이는 수십만명의 소상공인은 물론 소비자의 중고차 구매에도 제한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크다. 허위매물, 강압적 판매 방식 등 소비자 피해도 끊임없이 보도된다. 기존 중고차 업계의 체질개선 없이 단순히 대기업 진출만 막아달라고 호소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태훈 회장은 기존 중고차 업계의 서비스 품질 강화를 위해서라도 대기업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증 중고차 시장의 보증 연장, 대기업 계열사의 다양한 마케팅 정책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체력을 비축할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하면 중고차 매매업이 빠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으로 기존 중고차 업체들을 보호하게 되면 기초체력을 쌓아 공제조합을 만들 것입니다. 별도의 보증기간 연장, 소비자 피해 구제 등 다양한 개선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보다 상생안을 찾아야 할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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