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역할 조정을 놓고 취임 초기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수장의 입장이 지속 충돌한다. 9일 취임식을 통해 방송통신 규제 업무의 일원화 의지를 밝힌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발언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시간이 없다’며 재차 맞받아 친 것이다.

최기영 장관은 10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규제 업무 일원화 등 조직개편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방통위와) 소통은 하겠지만 다른데 에너지를 쓰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상 조직개편에 선을 긋고 현 체제를 유지하자는데 무게를 둔 셈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10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10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최 장관은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장관으로 일하는 시간이 3년이 채 안 될 정도로 짧다"며 "조직 개편 등 소모적 논쟁보다 현안 해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방송통신 규제업무 일원화로 방통위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그는 두개 부처로 나뉘어 운영하는 방송통신 업무의 비효율을 지적했다. 1년 남짓한 임기 동안 관계부처, 입법부와 협의해 방송통신 규제업무 일원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 장관이 청문회에 이어 취임식에서도 한 위원장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부처 간 역할 통폐합 논쟁의 2라운드가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 말에 같은 이슈를 놓고 유영민 전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이 펼친 신경전을 이어간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과 ICT를 총괄하는 부처다. 하지만 ICT 기반 전자정부 정책은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ICT 시장 활성화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기능은 과기정통부, 금융위원회, 방통위 등이 갖는다. 한 위원장의 생각이 현실화하려면 과기정통부가 정부 부처에 산재한 모든 ICT 기능을 맡아야 한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 장관은 취임사에서 일본 수출규제로 주목을 받는 소재부품 역량 강화 계획 등 당장 전념해야할 업무에 대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최 장관은 "기초‧원천연구의 성과가 실용화‧상용화를 거쳐 기업과 산업계로 연결될 수 있도록 협력 R&D를 강화하겠다"며 "핵심 품목을 책임질 국가소재연구실을 지정하고, 전국의 주요시설을 연계해
국가의 연구역량을 기업에 공유하고 활용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