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증권선물위 처분에 ‘집행 정지’ 결정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시 내용 그대로 받아들여달라"
분위기 싸늘한 금감원…"본안 아직 안 끝났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내린 제재가 본안 소송 판단까지 효력을 잃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는 시간을 번 셈이다. 금융위원회 반응은 싸늘하다. 대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일 뿐 이번 재항고 기각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종 승리를 뜻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지난 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해 지난 5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제기한 재항고를 기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일 이런 사항을 공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VS 증권거래선물위원회의 피튀기는 전쟁

이 소송은 2018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11월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분식 회계를 했다고 봤다.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 요구 ▲감사인 지정 3년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 처분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처분에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행정처분 중 재무제표 수정, 대표 및 최고재무책임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27일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1월 이를 인용했다. 증선위 제재를 중지시켰다. 증선위는 이에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했지만 5월 기각됐다. 증선위는 다시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대법원이 이를 또 기각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됐다.

항고 거듭 기각한 대법원 판결이 뜻하는 바는?

대법원의 이번 재항고 기각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집행정지와 관련해 위반한 사항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민사소송법 제442조에 따르면 항고법원·고등법원 또는 항소법원 결정 및 명령에 대해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규칙 위반을 이유로 드는 때에만 재항고가 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 결론에 영향을 미친 헌법과 법률, 명령 또는 규칙 위반사항이 없다고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며 "기존 법원 판결이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본 셈"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집행정지 재항고에 대한 결정이다. 본안과는 무관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은 집행정지 절차에 대한 결정은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면서도 "본안이 다루는 바는 집행정지와는 결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가 달리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안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특히 최근 대법원이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작업에 도움을 달라는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판단하면서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본안 심사에 여전히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입장이다.

업계 "본안 판결 이뤄질 때까진 긴장 놓지 말아야"

대법원 판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증선위 제재 효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본안 행정소송 결과가 나온 뒤 30일까지 정지된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본안 소송 판단이 나올때 까지는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아직 끝난 싸움이 아닌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고 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심리가 어느정도는 회복될 전망"이라면서도 "본안 판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상 바이오업계 투자심리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던지 확실한 결과물에 따라 회복되곤 했다"며 "이번 판결로 바이오 업계가 바닥을 쳤다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말을 아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검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공식 입장은 밝히기 힘들다"면서도 "(대법원 입장은) 공시 내용 그대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증선위 "가처분 신청 인용됐을 뿐…크게 의미 없다"

금융위원회는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있는 만큼 대법원 결정을 확대 해석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이번 판결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라며 본안이 남아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본안은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검찰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