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은 오래전부터 재화적 의미에서 ‘상품’으로 받아들여졌다. 예술가들이 음식 값, 집세를 작품으로 대신한 사례가 있다. 성당도 사례금이라는 명목으로 예술가의 작품을 샀다. 예술품에 대한 권리를 구매자에게 이전하고, 이를 약정한 구매자가 권리에 상응하는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예술 시장에 컬렉터·갤러리·딜러·미술관 등 참여자가 생겼다. 이들은 예술품의 심미적 가치와 함께 재무적 가치도 추구한다. 예술품을 통해 자본을 조달·운용하는 만큼 자본 시장의 논리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예술품 역시 다른 재화처럼 수요와 공급이 일치할 때 거래된다. 마찬가지로 예술품 가격은 역시 수요와 공급의 상대성에 의해 정해진다.
전문가들은 예술 시장이 특수하다고 말한다. 기본적 수요 공급 구조가 예술품의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주관적 요소도 있어 주류 경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오랜 경험과 직감을 가진 예술 시장 전문가가 이 주관적 요소를 해석, 예술품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구매자는 예술품을 살 때 자신의 취향뿐 아니라 추천자, 추천 사유를 고려해 결정한다. 세계 유명 갤러리와 딜러, 비평가의 의견에 유명 컬렉터의 작품 수집 현황도 추천 사유에 속한다.
구매자는 예술 시장 전문가의 추천을 받기 위해 거래대행 수수료를 낸다. 수수료는 10%~50% 선인데, 다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예술 시장 전문가는 예언가가 아니다. 오랜 경험, 직관으로 주관적 요소를 해석한다고 해서 작품의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은 예술 시장뿐 아니라 스포츠, 엔터테이먼트 부문에서도 나타난다. 모두 ‘주관적 요소로 인해 유명세를 얻으면 가치가 높아진다’는 특성을 가졌다.
그런데, 이 통념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 스포츠 시장을 살펴보자. 지금까지 야구계 스카우터는 오랜 경험과 직관으로 선수를 영입했고, 그들의 몸값이 오를 것으로 확신했다. 최근 스카우트 업계는 선수 데이터와 통계 분석 체계를 적극 활용해 잠재력 있는 선수를 발굴했다. 이 방법이 성공을 거두자 통계 기록 분석 기법이 보편화됐다.
예술 시장에서도 데이터와 통계 분석 체계를 활용, 예술가와 예술품의 가치 상승 가능성을 찾으려는 연구가 늘고 있다. 기존 예술 시장 전문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이야기다.
세상은 변한다. 시장도 변한다. 지금까지 예술 시장은 소수가 주도하는 ‘불완전 시장’이었다. 사실, 오늘날 주식 시장도 초기에는 불완전 시장이었다. 그러다 각종 지표, 블랙-숄즈 방정식 등 다양한 노력이 더해진 끝에 완전경쟁시장의 표본으로 자리 잡았다.
소더비즈 메이 모지스 인덱스 (Sotheby’s Mei Moses Indices), 데이터와 통계 분석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예술 시장도 새로운 변화의 길을 찾기를 기대해본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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