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MVNO) 업계가 기지개를 켠다. 이통3사(MNO)보다 저렴한 요금만으로 고객을 잡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 다각화, 단말기 라인업 확장, 신규 요금제 출시 등으로 변화를 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업계의 5G 단말기 출시를 위한 도매대가 협상을 조만간 마무리한다.
대형 메기 KB국민은행 등장
11일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의 5G 알뜰폰 진출은) 침체 일로를 걷는 알뜰폰 시장에 굉장한 메기가 등장한 것이다"며 "은행 직원과 영업망을 활용해 시장이 활성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이통3사(MNO)는 알뜰폰 업계의 5G 시장 진출을 시기상조로 여기지만, KB국민은행이 LG유플러스와 망 임대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시기가 앞당겨졌다"며 "KT와 SK텔레콤도 조만간 5G 망 임대에 합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말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고, 10월 중순 이후 본격 출시한다. 요금제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4만~5만원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3사는 월 5만5000원에 8G~9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는 최소 8만원대다.
KB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4만~5만원대 요금제 출시를 논의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상품을 구성하는 단계여서 데이터 무제한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MVNO 서비스를 지칭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다. 회사 관계자는 "알뜰폰은 저렴한 상품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부담이 된다"며 "9월 말까지 새로운 브랜드명을 발표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추억의 브랜드 ‘스카이’ 덕 좀 볼까
추억의 휴대폰 브랜드 ‘스카이’를 부활하는 업체도 있다. 착한텔레콤은 5일부터 2주간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통해 스카이 자급제폰 사전 예약을 하고, 이후 알뜰폰 용으로 스카이 3G 폴더폰을 유통한다. 가격은 13만2000원이다. 10월에는 스카이 LTE 스마트폰도 출시한다.
차별화로 고객 유인 시도
단말기를 단독 출시하거나 새로운 요금제 출시로 차별성을 꾀하는 업체도 있다. 보안업체 에스원은 알뜰폰 브랜드로 안심모바일을 운영 중인데, 이 회사는 5월 갤럭시A10을 단독 출시했다. 갤럭시A10은 20만원대 보급형 모델로, 인도와 중동지역 등에서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가도를 달린다. 안심모바일은 가입자 전원에게 개인보안 앱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SK텔링크는 2016년 중고폰 사업을 시작했다. 중고폰 브랜드 ‘바른폰’은 2018년 SK텔링크 알뜰폰 가입회선 증대에 한몫했다. SK텔링크는 8월 중고폰 거래 전문 플랫폼 ‘바른폰'을 론칭해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바른폰 플랫폼에서는 개인이나 사업자 모두 스마트폰을 쉽게 사고 팔고 중개할 수 있다.
KT의 자회사 엠모바일은 최근 통신 업계 최초로 모바일·렌털 제휴 상품 유심&렌털 요금제를 선보였다. 제휴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은 월 기본요금을 최대 2만5300원까지 할인(요금제별 상이) 받는다.
KT엠모바일 한 관계자는 "일부 알뜰폰 업체도 렌털 사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통신과 렌털을 각각 따로 가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며 "결합 가입 시 알뜰폰 요금을 할인해 주는 형태는 KT엠모바일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알뜰폰 수익 ‘렌털’로 수혈
알뜰폰 업계의 새로운 시도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사례도 있다. 바로 사업다각화다. 일부 알뜰폰 업체는 렌털 사업을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CJ헬로와 에넥스텔레콤이 대표적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있다.
에넥스텔레콤도 2016년 ‘스마트렌털'을 론칭하며 렌털 사업에 뛰어들었다. 에넥스텔레콤의 '스마트렌탈'은 국내 최초로 B2C 대상 60개월 렌털 시스템을 도입해 초기 비용 없이 제품을 구매하고 계약기간 만료 후에는 고객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도록 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스마트렌탈’ 매출액은 2016년 73억원에서 2018년 460억원으로 630%이상 성장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시장이 침체하다보니, 업체들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며 ‘알뜰폰 고객의 특성 자체가 저렴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데다 1인 가구 비중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