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게임은 기자의 닉네임 하이쌤(highssam@chosunbiz.com)과 게임 세상을 합친 말로 화제가 되는 게임이나 의미가 있는 게임, 주목할만한 게임에 대해 분석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게임에 관한 다양한 읽을거리를 꾸준히 제공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기준으로 출시 이후 부동의 1위 리니지m,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위에 오른 에오스 레드, 최근에는 순위가 조금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출시 직후 상위권에 올랐던 로한m까지…바야흐로 ‘아재’ 취향 게임의 취향 전성시대다.

매출 흥행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들을 바라보는 ‘요즘 게이머’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하이엔드 그래픽 게임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는 화면, 높은 자동사냥 비중이나 확률형 아이템의 존재 때문에 비판받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이 게임들이 ‘잘나가는 이유’가 궁금했다.

리니지m, 에오스 레드, 로한m 이미지. /각 사 제공
리니지m, 에오스 레드, 로한m 이미지. /각 사 제공
‘사람’이 콘텐츠가 된다…MMORPG 본질 살렸다

MMORPG라는 장르 이름을 한국어로 풀이하면 다중접속(Massively Multiplayer Online) 역할수행게임(Role-Playing Game)이다. 수많은 유저가 가상 세계에 접속해 또 다른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이 장르의 본질이다.

리니지m, 에오스 레드, 로한m은 본질적 재미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는 ‘울티마 온라인’이나 ‘리니지’, ‘바람의나라’ 등 초기 MMORPG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요소다. 선형적 진행은 줄이고 자유도는 높였다.

게임이 자유도를 확보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게임들은 가장 직관적인 방법을 택했다. 바로 '싸움(Player Killing)'이다. PK가 자유롭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좋은 아이템을 가진 사냥터를 독점하려는 세력(라인)이 등장한다. 라인 세력은 사냥터를 '통제'하면서 자신들의 세력이 아닌 유저가 사냥터에 입장하면 철저히 응징한다.

운영진은 이런 행위를 유저 자유에 맡긴다. 불법 프로그램 등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게임은 철저히 '힘의 논리'를 따른다. 이 과정에서 유저는 자연스럽게 혈맹, 길드의 깃발 아래 뭉치게 된다. 권력 다툼을 벌이거나, 또는 '중립'을 지키며 소소하게 친목을 즐길 수도 있다. 사용자 마음대로다. 게임 내 권력을 차지한 세력(라인)이 횡포를 일삼으면 이를 치는 반왕 세력 연맹이 등장해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왼쪽부터 리니지m, 에오스 레드, 로한m 게임 화면. /‘만만’ 유튜브 갈무리
왼쪽부터 리니지m, 에오스 레드, 로한m 게임 화면. /‘만만’ 유튜브 갈무리
'와우' 같은 퀘스트, 레이드 기반 MMORPG는 제작진이 추가하는 보스가 최종 콘텐츠인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하나의 '테마파크'처럼 제작진이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플레이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반면 PVP기반 MMORPG는 사람간 상호작용에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게임 내 거래 역시 활발하다. 리니지m, 에오스 레드, 로한m 모두 거래소를 통해 유저끼리 필요한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다. 에오스 레드, 로한m은 이용자 간 일대일 거래도 지원한다. 로한m의 경우, 캐릭터 거래도 콘텐츠의 일부다. 물론 나머지 게임도 비공식적으로 계정 거래는 자주 이뤄진다. 안정적인 게임 내 경제 시스템 덕에 이용자의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다. 캐릭터에 ‘투자’한 비용을 일정 부분 회수할 수도 있게 된다.

장비 강화, 변신, 문양(정수) 등 캐릭터를 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성장 요소가 많다. / ‘만만’,‘랑쯔’ 유튜브 갈무리
장비 강화, 변신, 문양(정수) 등 캐릭터를 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성장 요소가 많다. / ‘만만’,‘랑쯔’ 유튜브 갈무리
화려한 그래픽을 추구하기보다 강해지고픈 욕구를 자극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려한 그래픽’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모바일 게임은 점점 많아진다. 한 화면 안에서 다수 유저가 전투를 벌이는 MMORPG 특성상 화려한 이펙트가 겹치면 유저가 피로를 느낄 가능성도 높아진다. 어떤 캐릭터가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도 쉽게 알기 어렵다. 게임을 직접 안할 때는 하루 종일 자동으로 사냥하는 게임 특성상 사양이 낮다는 특징은 기기에 부담을 적게 줘 장점으로 작용한다.

리니지m, 에오스 레드, 로한m 같은 게임은 그래픽에 많은 공을 들이지 않는다. 개별 캐릭터 등 오브젝트에 공을 들이기보다 한눈에 전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탑뷰 시점으로 게임을 구성했다. 화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유저가 참여하는 공성전 등 콘텐츠에서 유리하다.

리니지m 공성전 콘텐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용자가 참여해 전투를 벌인다. /‘만만’ 유튜브 갈무리
리니지m 공성전 콘텐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용자가 참여해 전투를 벌인다. /‘만만’ 유튜브 갈무리
화려한 기술을 난사하는 것보다 본질적으로 강해지는 것을 추구한다. ‘리니지m’을 예로 들면 무기, 방어구, 장신구 등 장비, 변신, 인형, 강화, 문양, 기술, 콜렉션 등 강해지기 위해 갖춰야할 요소가 매우 많다. 시간, 노력, 과금을 들일수록 캐릭터가 강해지는 정도도 매우 커진다.

‘아재 게임’은 힘센 사람이 곧 법이 되는 게임 문화와 맞물려 유저에게 강한 성장 동기를 부여한다. 높은 매출을 올리는 비결이다.

'아재' 이용자에게 익숙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했다는 점도 인기에 한몫했다. 리니지, 로한, 에오스 모두 PC게임으로 먼저 선보인 IP다. 안태현 블루포션게임즈 팀장은 "기존 IP를 활용하면 이용자에게 다가가기 수월하고, 개발 과정에서 게임의 소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서 ‘리니지m’을 검색한 모습, PK나 강화 콘텐츠 영상 다수를 찾을 수 있다. /오시영 기자
유튜브에서 ‘리니지m’을 검색한 모습, PK나 강화 콘텐츠 영상 다수를 찾을 수 있다. /오시영 기자
확실한 목표 유저층…구수한 입담 자랑하는 인터넷 방송도 인기에 한몫

이 게임들은 30대 남성층을 타깃 유저층으로 삼았다. 실제로 시장 조사 업체 모바일인덱스가 4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리니지m’ 유저의 반 이상(56.9%)은 30대이며 그 뒤를 이어 20대(19.1%), 40대(16.5%) 순으로 많았다. 비슷한 게임성을 지닌 에오스 레드와 로한m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방송도 인기다. ‘만만’, ‘쌈용’, ‘용느’ 등 크리에이터(BJ)들이 게임 공성전이나 강화 등 콘텐츠를 주제로 꾸준히 영상을 올린다. 게임 영상은 물론 30대 남성 취향의 구수한 입담을 들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게임을 하지 않던 시청자도 이들의 방송을 보고 입문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